산업재해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이후 기업 현장에는 구조적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안전관리는 단순한 규정 준수가 아니라 기업 생존과 직결된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기획에서는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추진 중인 리스크 관리 체계, 스마트 안전시스템 도입 사례, 내부 조직문화 변화 등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개선 시도와 그에 따른 문제점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산재 사망 근절이라는 목표 아래 우리 산업 현장의 실태와 변화과정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편집자주]
|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강조된 기업의 안전경영이 실제 사고 대응 과정에서도 부실함이 드러났다. 서울 잠실대교 공사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시공사인 SM 삼환기업이 서울시의 벌점 부과 결론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의 안전관리 실행력과 책임의식 제고가 필요하다.
▲ 잠실대교 나들목 현장서 크레인 전도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구 잠실대교 남단 나들목 연결체계 개선공사 현장에서 27톤급 이동식 차량 크레인이 전도되며 60대 하청 노동자가 깔려 숨졌다. 당시 크레인에는 10톤 이상 철제 구조물이 매달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인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차도 방향으로 넘어졌고 아래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사고를 당했다.
소방당국은 인력 40여명과 장비를 투입해 약 2시간 30분 동안 구조 작업을 벌였지만 결국 사망 판정이 내려졌다. 고용노동부는 즉시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크레인 하중 관리 지반 상태 전도 방지 조치 작업 통제 여부 등을 중심으로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2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광역도로과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는 잠실대교 사고 관련해 벌점 부과 1차 심의를 통해 내부적으로 ‘벌점 부과’로 결론을 내린 상태”라며 “그러나 시공사인 SM 삼환기업이 이의신청을 제기하면서 현재 재심의를 위한 재검토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SM 삼환기업 측은 안전 조치를 충분히 이행했음에도 예기치 못한 사고였다는 취지로 벌점 부과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SM그룹 측에 사고 경위와 안전관리 체계 강화, 사고 재발 방지 대책 등에 관해 질의했으나 "확인해보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 2022~2024년 사고 이어져…재래형 사고 반복
이번 잠실대교 사고는 단발성 사고로만 보기 어렵다. SM그룹 건설 계열사 현장에서는 최근 5년 사이 유사한 유형의 안전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4년 세종 안성 고속도로 천안 구간 공사 현장에서는 철근 다발이 무너져 50대 노동자가 사망했고 같은 해 전북 군산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는 50대 여성 노동자가 고층에서 추락해 숨졌다.
앞서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사 현장에서는 크레인으로 옮기던 관로가 떨어지며 40대 노동자가 사망했으며 경기 남양주 가압장 공사 현장에서도 양중 작업 중 장비가 이탈하며 30대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사고 유형은 크레인 전도, 낙하물, 붕괴, 고층 추락 등 건설 현장에서 반복되는 대표적인 재래형 산업재해 및 사고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대해 산업안전 전문가는 “크레인 전도나 추락 낙하물 사고는 일반적으로 예방 가능하다고 알려진 재래형 산업재해 유형”이라며 “다만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될 경우 현장의 작업 통제나 안전관리 체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기나 작업 여건 등 다양한 변수 속에서 위험성 평가와 안전조치가 충분히 이행됐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유사한 사고가 이어지는 경우에는 단일 현장 문제가 아니라 안전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겨울철 해빙기에는 지반이 약해질 수 있어 크레인 전도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아웃트리거 확장이나 지반 보강이 충분히 이뤄졌는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격 하중 초과나 하중 편중이 발생할 경우 전도 위험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어 작업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추락과 낙하물 사고 역시 기본 안전조치 문제와 연결된다. 전문가들은 “안전난간 안전대 작업 반경 통제 등 기본적인 조치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성과 중심 경영 기조...'안전투자' 후순위 밀려
SM그룹은 법정관리 기업 등을 인수해 자산 가치를 회복한 뒤 사업을 확장하는 ‘회생기업 인수형 성장 전략’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SM그룹 건설 계열사도 회생기업을 인수한 기업으로 총수 일가 중심의 지배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성과 중심의 경영 전략으로 이어져 현장 안전 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즉 성과 중심의 경영 기조가 강한 조직에서는 공기와 원가 중심이 우선돼 이러한 기조가 현장까지 전달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안전보다는 공사일정이나 비용절감이 우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확장형 사업 중심 구조에서는 안전 투자와 현장 관리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 같은 구조가 산업재해 반복과 무관한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M그룹은 중대재해 제로와 안전경영 강화를 지속 강조해 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사망 사고가 이어졌고 재발 방지 대책도 반복됐다.
안전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 책임자를 겨냥한 법”이라며 “같은 회사에서 사고가 반복된다면 안전보건 관리 체계와 예산 구조까지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설업 구조적 문제 속에서도 동일 계열에서 사고가 이어지는 것은 안전관리 실행력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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