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이나라 기자 | 국내 카드사들이 유연근무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실제 활용 수준은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빅테크 계열 간편결제사가 카드업계의 주요 경쟁사로 부상하며 업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근무 방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카드사들이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동일한 제도를 두고도 실제 운영 여부와 활용 수준에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유연근무제는 근무시간이나 근무 장소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선택근무제의 경우, 현대카드는 2035명이 삼성카드는 1845명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부 카드사는 사용자 수가 집계되지 않거나 공시상 '-'로 표기돼 활용 규모를 확인하기 어려운 곳도 있었다.
시차출퇴근제에서도 격차가 나타났다. 신한카드는 1822명·KB국민카드는 1390명·롯데카드는 1337명이 활용하고 있지만 삼성카드는 8명에 그쳤다.
원격근무 역시 회사별로 활용 수준이 갈렸다. 롯데카드는 610명·KB국민카드는 426명·신한카드는 217명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활용 인원이 수백 배 이상 차이를 보이며 제도가 전사적으로 작동하는 회사와 일부 인원에 한정된 회사로 나뉘는 모습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유연근무 확대 흐름 속에서도 일부 카드사는 제도를 축소하거나 재조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카드는 상시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등 유연근무를 확대했지만 이후 출근 중심 체제로 전환하는 등 근무 방식을 조정했다.
글로벌 채용 컨설팅 기업 로버트 월터스 코리아가 지난해 발표한 '2025 디지털 연봉조사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 2만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인사담당자 및 고위급 임원들은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업무 시간 및 인력의 효율적 활용(68%)’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반면, 유연근무는 22%에 재택'근무 및 자율출근은 8%에 그쳤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의 경우 전통적인 금융사다 보니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조직문화가 여전하다"면서, "최근 유연근무가 늘긴 했지만 일관되게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별로 유지 여부가 갈리는 흐름이다"고 말했다.
반면 빅테크 기업들은 유연근무를 단순 복지 차원이 아닌 조직 운영 방식으로 정착시키고 있다.
네이버는 주 5일 재택근무 또는 주 3일 출근을 선택하는 근무제를 도입, 조직 단위로 재택과 출근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또한 도쿄·춘천 등에서 근무할 수 있는 워케이션 제도를 도입해 연차를 이틀 이상 사용할 경우, 하루 5만원의 휴가비를 지원하는 것을 비롯해 연간 360만원 규모의 업무 지원비도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 역시 원격근무와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체계를 유지하면서 계열사 및 조직별로 근무 방식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이어 직원들은 별도 승인 절차 없이 휴가를 사용할 수 있으며, 3년 근속 시 한 달의 유급 안식휴가와 200만원의 휴가비를 지원받고 있다.
토스의 경우 자율 출퇴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고 일부 조직에서는 조기 퇴근 제도를 운영하는 등 근무시간 자체를 유연하게 설계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또한 식대 제한이 없고 교육비·사무용품 등 업무 관련 비용을 100% 지원하며, 무제한 리프레시 휴가를 운영하는 등 근무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모두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빅테크 계열의 간편결제사는 코로나19 이후 카드사들의 최대의 경쟁상대로 급부상했다. 물론 팬데믹 시기 비대면 결제 시스템이 정착된 영향이 크지만, 유연한 근무 환경을 기반으로 한 조직 운영 방식 역시 일정 부분 경쟁력 확대에 기여한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공통적인 견해다.
실제로 유연근무 확대는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확인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 분석에 따르면, 원격근무 비중이 증가할수록 산업별 총요소생산성(TFP)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원격근무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날 경우 TFP는 약 0.08%포인트 증가한다는 결과다.
아울러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됐다. 니콜라스 블룸(Nicholas Bloom) 교수 등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시행한 직원들의 생산성이 약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2024년 진행된 후속 연구에서도 하이브리드 근무가 생산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이직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히 근무시간과 장소, 비용까지 유연하게 설계된 빅테크와 달리 카드사는 제도 도입에도 불구 실제 활용 수준에서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또한 이는 사무실 유지 비용과 에너지 사용 등 비노동 비용 감소가 생산성 개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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