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박정현 기자 | 미국 스페이스X의 상장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우주 산업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글로벌 우주 산업의 대표 기업이 자본시장에 진입할 경우 산업 전반의 ‘가격 기준(밸류에이션 벤치마크)’이 형성되며 투자 지형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한국의 우주 산업은 방위산업(방산)과 기술적 뿌리를 공유하며 성장해왔지만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주 사업을 별도의 독립적인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 스페이스X 상장, 韓 우주 산업 새로운 기회
2일 외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예비 심사신청서를 제출하며 기업공개(IPO) 절차에 착수했다. 시장에서는 기업가치가 최대 1조7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구체적인 상장 목적을 밝히지 않았지만 초대형 재사용 발사체 ‘스타십’ 양산과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에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스페이스X는 발사체 기술과 위성 군집 운용 역량에 더해 2월 xAI와의 합병을 통해 AI 모델까지 확보하며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 기반을 갖춘 상태다. 같은 달 일론 머스크 CEO가 아시아 태양광 기업들과 협력을 논의하며 태양광 셀·패널 생산능력 확대에도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 ‘아르테미스2’ 발사 맞물려 우주·항공 기업 주목
이날은 스페이스X 상장 소식과 함께 미국 항공우주국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2’ 발사 성공이 맞물리며 우주 탐사 모멘텀이 한층 강화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발언으로 장중 코스피가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 넘게 상승했고 현대로템 역시 전 거래일보다 8.32% 급등한 20만4500원에 거래됐다.
우주발사체 엔진과 부품 공급을 주력으로 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항공기 및 우주선 발사 서비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며 밸류체인 확장에 나섰다. 현대로템도 주주총회를 통해 우주 분야를 중장기 성장축으로 제시하며 사업 다각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업계는 스페이스X 상장이 현실화될 경우 매출 구조와 수익성, 성장률 등 핵심 지표가 공개되면서 그간 비교 대상이 제한적이었던 우주 산업에 명확한 기준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국내 우주 산업은 방산 사업의 일부로 포함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이 ‘방산 프리미엄’에 기대는 구조였다. 그러나 스페이스X 상장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도 ‘우주 사업 자체 가치’로 재평가받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도 차세대 스페이스X를 지향할 수 있는 민간 기업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그동안은 정부 주도로 우주 산업이 이끌린다는 인식이 강했다”며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를 계기로 투자자 자금이 실제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국내에서도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흐름이 가시화되고 우주 기업들에 대한 관심 역시 확대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개별 실적 개선 기대…벤더사 ‘스피어’ 주목
개별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스페이스X에 특수합금을 공급하는 스피어는 장기 공급 계약을 기반으로 올해부터 매출 성장과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스피어는 2023년 Tier 1 벤더코드 확보 이후 작년 7월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약 772억원 규모 물량 공급이 예정돼 있다. 누적 수주잔고 1157억원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자금 유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스페이스X가 글로벌 대표 성장주로 부상할 경우 국내 투자자금 일부가 미국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국내 우주·방산주에 수급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주 산업은 기술 경쟁을 넘어 자본 경쟁 단계로 진입했다”며 “국내 기업들도 독자적 수익 모델과 민간 시장 확대 전략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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