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반도체 클러스터 ‘지역 갈등’에 표류 위기?···송전 반대·분산론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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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반도체 클러스터 ‘지역 갈등’에 표류 위기?···송전 반대·분산론 정면충돌

이뉴스투데이 2026-04-03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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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사진=용인산업단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사진=용인산업단지]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갈등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충북은 송전선로 건설을, 전북은 산업 분산을 문제 삼으며 반발에 나섰다.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프로젝트가 ‘입지’ 문제가 아닌 ‘지역’간 이해충돌로 번지는 양상이다.

용인 클러스터는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과 SK하이닉스 일반산단이 결합된 총 1000조원 규모 사업이다. 국가산단 승인과 토지보상(약 30%)이 진행됐고, 삼성전자 용지 분양계약 체결과 SK하이닉스 공장 착공까지 이어지며 이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소재·부품·장비 기업 약 90곳이 집적을 전제로 투자에 나선 상태다.

문제는 이 초대형 프로젝트가 구축되는 방식이다. 충북에서는 전력망을 둘러싼 반발이 먼저 터져 나왔다. 민주노총 충북본부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한 ‘송전탑 반대 충북대책위원회’는 “수도권 산업을 위해 지방이 희생되는 구조”라며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발전 설비가 집중된 호남과 충청에서 생산된 전력이 수도권으로 송전되는 구조 속에서, 송전선로 건설에 따른 환경 훼손과 전자파 우려, 재산권 침해 등 부담은 지역이 떠안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특히 송전선로 경유 지역에는 직접적인 산업 유치나 전력 사용 이익이 제한적인 반면, 주민 갈등과 보상 문제는 고스란히 지역에 집중된다는 주장이다.

호남에서 생산된 전기가 충청을 거쳐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구조에서 지역 주민만 피해를 감내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전선로가 통과하는 청주·진천·제천·영동 등에서는 주민 반대 움직임이 확산되고, 갈등은 지방선거 쟁점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충북이 ‘전력’을 문제 삼고 나서자, 용인에서는 정반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시민단체와 지역 상공인, 산업계 종사자 등을 중심으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사수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가 출범하고, 집회와 서명운동, 온라인 캠페인 등이 이어지며 원안 추진 요구가 조직화되는 흐름이다. 이미 보상과 투자, 기업 유치가 진행된 상황에서 사업이 흔들릴 경우 지역 경제와 일자리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위기감이 결집 배경으로 작용했다.

여론도 사업 유지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책위가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용인시민 78.2%, 경기도민 58.6%가 클러스터를 ‘당초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응답하며 사업 지속에 공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이미 국가산단 승인과 보상, 기업 투자가 진행된 상황에서 입지를 흔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선 국가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 산업은 집적이 핵심인 만큼 일부를 분산할 경우 경쟁력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전북에서는 ‘유치’ 카드까지 등장했다. 충북이 송전을, 용인이 입지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사이 정치권에서는 반도체 산업을 지역으로 끌어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전북지사 경선에 나선 안호영 의원은 “에너지가 있는 곳에 산업이 와야 한다”며 클러스터 분산 배치를 주장했다. 그는 “전북은 재생에너지와 수소 산업 기반을 갖춘 지역”이라며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해 산업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송전망이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는 데 그치고 있다”며 “쌍방향 송배전망을 구축해 지역 산업과 소득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전력 생산지와 산업 입지를 연결하는 ‘지산지소’ 전략을 앞세운 것이다.

지난 1일 초고압송전탑 건설반대 충북대책위원회가 송전선로 건설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초고압송전탑 건설반대 충북대책위원회가 송전선로 건설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충북의 반대, 용인의 추진, 전북의 유치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논쟁의 성격도 바뀌고 있다. 단순히 전력 공급이 부족한 문제가 아니라, 생산된 전력을 어느 지역 산업에 우선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발전 설비는 지방에, 반도체 등 대규모 전력 수요 산업은 수도권에 집중된 구조에서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산업 정책이 지역 간 이해관계 충돌로 전이되는 구조도 구체화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 정치권이 산업 유치와 인프라 배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반도체 클러스터 논쟁은 정책 검토를 넘어 정치 쟁점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송전망 구축, 산업 입지, 에너지 정책 등이 지역별 이해득실과 직결되면서 논쟁 자체가 표심과 연결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정책 환경에서도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정부는 전기를 생산한 지역에서 소비를 유도하는 방향의 제도 개편을 검토하고 있으며, 산업용 전기요금의 지역별 차등 적용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에너지와 산업 입지를 연계하려는 정책 방향이 점차 구체화되는 흐름이다.

대통령실에서도 산업 입지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언급되면서 논쟁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반도체 생산이 전력과 용수, 소재 공급망이 결합된 구조라는 점에서 기존 수도권 중심 전략을 재해석해야 한다는 시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흐름이 산업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수십 년 단위 투자와 공급망이 결합된 구조로, 입지와 인프라가 고정될 때 효율이 극대화되는 산업이다. 이미 입주를 전제로 투자한 기업 입장에서는 논쟁 자체가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는 소재·장비·인력·물류가 결합된 ‘집적 산업’이라는 점에서 분산 자체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글로벌 주요 국가 역시 특정 지역에 클러스터를 집중시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입지 재조정 논의가 산업 경쟁력과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논쟁은 입지 문제가 아닌 산업과 자원을 누구에게 배분할 것인가를 둘러싼 충돌로, 국가 반도체 전략의 방향 자체를 가르는 시험대로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클러스터는 단순한 산업단지가 아니라 전력·용수·인력·공급망이 결합된 국가 인프라”라며 “한 번 입지와 구조가 정해지면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지역 갈등이나 정치 변수로 방향이 흔들릴 경우 투자 계획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논쟁은 입지 문제가 아니라 산업과 자원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의 문제로, 정책 일관성이 유지되지 않으면 기업 투자 판단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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