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이 높은 파생 완제품에 대해 제품 가격 기준 25% 관세를 일괄 부과하기로 했다. 세탁기·냉장고 등 가전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방식이 단순화되는 대신 세율이 사실상 고정되면서 한국 수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철강 관세 조정 포고령에 서명했다. 새 조치에 따르면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이 제품 전체 중량의 15%를 넘으면 완제품 가격에 25% 관세가 일률 적용된다. 반대로 이들 금속 함량이 15% 이하인 완제품은 해당 품목 관세가 면제된다.
미국은 그동안 세탁기·냉장고 등 가전제품에 대해 제품에 포함된 철강 등 금속 함량 비중을 따로 산정해 그 부분에 50% 관세를 매기고, 나머지 부분에는 일반 관세율을 적용해왔다. 제품마다 복잡한 계산이 필요해 수입 절차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 방식을 ‘완제품 가격 × 25%’로 단순화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포고령 서명에 앞선 전화 브리핑에서 “이전 방식은 작업량이 많았고 그만큼의 가치가 없었다”며 “많은 양의 철강을 사용하는 세탁기의 경우 복잡한 계산을 거치는 대신 단순히 25%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비자 가격 인상 우려와 관련해선 “물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철강·알루미늄·구리에 대한 기존 품목 관세 50%는 유지된다. 대신 해외 업체들이 수입 신고 가격을 낮게 책정해 관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관세 부과 기준을 수출업체 신고 가격이 아닌 미국 구매자의 최종 구매 가격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각국이 신고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춰 예상했던 세수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미국 철강 산업에 더 효과적이고 유익하도록 50% 관세 조치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관세 조정은 미 동부시간 기준 오는 6일 오전 0시 1분부터 시행된다. 해외에서 제조됐지만 미국산 철강·알루미늄·구리로 만들어진 제품에는 10% 관세가 부과되며, 특정 금속 비중이 높은 일부 산업 장비와 전력망 장비에는 2027년까지 15% 관세가 적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의약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는 별도의 포고령에도 서명했다. 다만 미국과 별도 무역합의를 맺은 한국·일본·유럽연합(EU)에는 15%, 영국에는 10%의 차등 관세율이 적용된다. 의약품 관세는 기업 규모에 따라 대기업 120일, 중소기업 180일의 유예기간을 둔다.
제약 대기업이 미국 내 생산 이전(리쇼어링) 계획을 발표할 경우 20%의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 미국 내 판매 의약품 가격을 최혜국 수준으로 낮추면 해당 제품에 대해 관세율 0%를 적용하는 인센티브도 제시했다. 관세를 지렛대로 생산기지 회귀와 약가 인하를 동시에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거의 모든 교역 상대국을 상대로 국가별 차등 관세(상호관세)를 발표한 이른바 ‘해방의 날’ 1주년에 맞춰 나왔다. 특히 이란과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미국 소비자들의 생활물가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추가 관세가 발표되면서, 물가 상승 압박을 키울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될 전망이다.
앞서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 각국에 글로벌 관세 10%를 부과하고 이를 15%로 올리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동시에 추가 관세 조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에도 착수하는 등, 관세를 축으로 한 대외 경제 압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경우 철강·알루미늄·구리 고함량 가전과 일부 산업 장비, 미국 수출 의약품 등이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철강 함량 15%를 넘는 완제품에 대한 25% 관세 일괄 부과와 의약품 15% 관세는 수출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어, 국내 업계의 대응 전략 마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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