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률 OECD 4위 수준…마을 산림계, 15년간 나무 48억 그루 심어
'독창적' 민관협력 성공 모델…산림녹화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우리나라 산림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수탈과 6·25 전쟁(1950∼1953년)으로 극도로 황폐화했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산림녹화가 성과를 거두면서 '한국은 전쟁 후 산림복구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실제 우리나라가 전쟁 후 산림복구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일까, 4월5일 식목일을 맞아 산림 녹화 과정의 어떤 점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인지 등을 살펴봤다.
◇ 산림 면적 순감소→순증가로 전환한 첫 개도국
우리나라는 전쟁 후 산림복구에 성공한 '유일한' 개발도상국은 아니지만, '가장 먼저' 성공한 국가다.
산림임업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국토 면적 대비 산림면적 비율(산림률)은 1943년 73%에서 전쟁 후 1954년 64%로 줄었다.
이후 산림녹화와 산업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1960년대와 1970년대는 산림률이 67∼68%로 다시 증가했다.
국립산림과학원장을 지낸 배재수 서울대학교 객원교수는 "우리나라는 개도국 가운데 산림면적이 순감에서 순증으로 돌아서는 '산림 전환'을 이룬 첫 번째 국가"라며 "우리나라 이후 중국과 베트남, 인도 등이 이러한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둥산도 산림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산림복구가 얼마나 잘 됐는지 보려면 '임목축적' 지표를 봐야 한다.
임목축적은 산림 안에 살아있는 나무의 총부피로, 숲의 밀도를 뜻한다. 숫자가 클수록 숲이 울창하게 회복됐다고 볼 수 있다.
산림임업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림의 ㏊(헥타르)당 임목축적은 1953년 6㎥에서 1973년 11㎥, 2024년 181㎥로 늘었다.
전쟁이 끝난 뒤 70년 동안 숲의 울창함이 30배 증가한 셈이다.
이런 성과를 두고 언론 기사나 여러 보고서 등에 유엔세계식량기구(FAO)가 우리나라를 두고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하게 산림복구에 성공한 개발도상국'으로 평가했다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이 이야기는 FAO가 1982년 내놓은 '대한민국의 마을임업 개발' (Village Forestry Development in the Republic of Korea) 보고서를 그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실제 해당 보고서에 이런 내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은 "보고서 원문에 '유일하게 산림복구에 성공한 나라'라는 표현 자체는 없다"면서 "한국의 전국적인 지역 공동체 활동을 통한 산림녹화 사업을 우리나라만의 '독창성 있는'(unique) 우수 사례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개발도상국 중에서는 베트남도 전쟁 후 산림복구 성공 사례로 꼽힌다.
베트남은 전쟁(1955∼1975) 기간 고엽제와 폭격으로 산림이 대규모로 파괴됐다.
이후 1992년부터 대규모 산림복구·녹화정책인 '프로그램327'을 시행, 빠르게 자라는 아카시아와 유칼립투스를 심었다. 또 지역 주민에게 토지를 할당한 뒤 나무를 심고 관리하면 수익을 보장해 참여율을 높였다.
베트남 통계 자료를 보면 자연 면적 대비 산림 면적 비율(forest coverage)이 1943년 43%에서 1995년 27.2%까지 줄었다가 2016년 기준 41.2%를 회복했다. 베트남은 이 비율을 2030년 45%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2020년 기준 베트남의 임목축적은 83.2㎥/㏊로, 우리나라(165.2㎥/㏊)의 절반 수준이다.
◇ 대한민국 OECD 국가 중 산림률 62.6%로 4위…평균 36.5% 크게 웃돌아
FAO의 '세계산림자원평가' 2025년 통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평균 산림률은 36.5%다.
우리나라 산림률은 62.6%로, 핀란드(74.2%), 스웨덴(68.6%), 일본(68.3%)에 이어 4위다.
1960∼70년대 67∼68%보다 감소한 것은 택지개발과 도로 조성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캐나다(42%)와 미국(33.8%) 등 국토 면적이 넓은 국가는 산림 면적 규모 자체는 크지만, 국토 대비 비율을 따지는 산림률이 낮다.
이 밖에 아일랜드(12.1%), 네덜란드(11.0%), 이스라엘(6.9%), 아이슬란드(0.6%) 등이 산림률이 낮은 나라들이다.
북한은 어떨까. 북한은 2021년 유엔지속가능개발그룹(UNSDG)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2020년 기준 산림률은 73.6%, 임목축적은 44㎥/㏊라고 밝혔다.
또 산림과학원의 10년 주기 위성영상 분석 결과를 보면 북한 산림의 황폐화율은 1999년 18%에서 2008년 32%로 늘었다가 2018년 28%로 줄었다.
즉, 2018년 기준으로 북한 산림 939만㏊ 가운데 28%인 262만㏊가 황폐한 상태였다.
북한은 6·25 전쟁 직후에는 식수절을 지정하는 등 조림사업을 진행했으나 1960년대 이후 산업용 벌채와 주민 가정용 원료 채취, 원목 수출, 산지 개간 등으로 산림훼손이 발생했다.
북한은 2000년대부터 산림복구를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조림·양묘장 시설·산림병해충 방제를 중심으로 북한을 지원했으나 2018년 이후 남북관계 단절로 산림 분야 교류사업이 중단됐다.
산림청은 남북협력 재개를 대비해 남북산림협력센터(파주·철원) 및 평화양묘사업소(고성)에서 250만 그루의 조림 묘목을 생산할 수 있도록 준비해놨다.
◇ "못 살고 가난할 때 이룬 성과"…마을 단위 산림계 작동
우리나라의 산림녹화사업은 정부 계획에 따라 마을 단위 산림계(山林契)가 작동해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1973년 시행된 제1차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은 목표치인 100만㏊ 조성을 시행 6년 만에 조기 달성했다. 1979년 시행된 제2차 치산녹화 10년 계획 또한 1987년에 목표를 일찍 달성했다.
1973∼1987년 15년 동안 전국에서 205만㏊에 48억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이는 국토의 20%이자 산림의 30%에 해당하는 민둥산에 나무를 심었다는 뜻이다.
배재수 교수는 "한국의 산림녹화가 세계적 평가를 받는 것은 굉장히 못 살고 힘들 때 이룬 성과이기 때문"이라며 "통상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천∼1만달러가 됐을 때 국가가 환경을 신경 쓰기 시작하는데 1973년 녹화사업을 시작할 때 우리의 1인당 GDP는 200달러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우리 경제는 성장하고 있었지만, 민둥산을 빠르게 복구하기 위한 정부 재정은 부족했다"며 "이를 극복하고자 1973년 산이 있는 마을 단위로 2만1천여개의 산림계를 조직했고 주민 235만명이 계원으로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산림계는 1972년 시작된 새마을운동과 연계해 묘목을 기르고 숲을 가꾸는 양묘·조림 사업과 사방 사업(집중호우로 나뭇가지나 돌덩이 등이 산 아래로 쓸려 내려가 산사태를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해 댐을 만들고 공작물을 설치하는 사업), 밤나무와 같은 특용작물 재배 등 녹화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 조림 목표를 조기에 달성했다.
배 교수는 "지금 봐도 산림계에 양묘를 맡기고 시장 기반의 유인책을 접목한 방식은 독특하고 좋은 정책"이라며 "마을 사람들이 어린나무를 키우면 정부가 이를 시장가격에 사주는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주고 그 나무를 주변 민둥산에 심으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FAO도 1982년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마을임업 성공 요인으로 ▲ 새마을사업을 통한 종합적인 접근 ▲ 상향식과 하향식 혼합접근 ▲ 소득과 복지의 단기적 편익 강조 등을 꼽았다.
이런 독창성을 인정받아 산림녹화사업을 위한 각종 공문서와 작업일지, 사진 등 우리나라의 산림녹화기록물은 지난해 4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현재는 '숲으로 잘사는 대한민국, 숲으로 만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목표로 제6차 산림기본계획(2018∼2037년)이 진행 중이다.
숲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기후 위기 극복에 기여하는 탄소흡수 숲을 조성하는 한편 국민의 산림복지서비스 수혜율을 2018년 43%에서 2027년 62%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산림협력 대상 국가를 39개국에서 53개국으로 늘려 'K-산림녹화' 모델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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