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여행가는 봄’(4~5월) 캠페인은 이 고질적인 여행 비용 문제에 대한 국가 차원의 파격적인 응답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도하는 이번 캠페인은 단순히 ‘싸게 노는 법’을 알려주는 행사가 아니다. 소멸해 가는 지방에 사람의 온기를 불어넣고 외면받던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약 3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거대한 경제적 실험이다. 본지는 30대 직장인 김민준 씨의 가상 여행 경로를 통해 이번 캠페인이 설계한 ‘여행의 재발견’ 과정을 따라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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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표는 공짜, 숙소는 연박이 답이다
서울의 한 IT 기업에 근무하는 김민준(가칭) 씨는 이번 주말 충북 제천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평소 ‘가성비’를 따지는 김 씨의 스마트폰에는 이미 세 개의 앱이 깔려 있다. ‘코레일톡’, ‘대한민국 구석구석’, 그리고 ‘제천 지역화폐’ 앱이다.
가장 먼저 김 씨가 예약한 건 ‘인구감소지역 자유여행상품’이다. 제천은 이번 캠페인의 핵심 대상지 42곳 인구감소지역 중 하나다. 김 씨가 왕복 6만 원 상당 KTX 승차권을 구매하면 일단 결제는 이뤄진다. 하지만 김 씨는 여유롭다. 현지에 도착해 지정 관광지에서 QR코드 인증만 하면, 열차 운임 100%에 해당하는 할인쿠폰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번 여행의 이동 비용을 정부가 전액 ‘예치’해준 셈이다.
다음은 숙소다. 김 씨는 오는 8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하는 ‘숙박세일 페스타’에서 ‘광클’에 성공했다. 숙박 혜택의 핵심은 ‘연박’이다. 1박은 2만~3만 원 할인에 그치지만, 2박 이상 머물면 최대 7만 원을 깎아준다. 김 씨는 15만 원짜리 한옥 스테이를 예약하며 7만 원 할인권을 적용해 실 결제액을 8만 원으로 낮췄다. 잠만 자고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지역의 밤을 온전히 누리도록 한 방식이 김 씨의 지갑을 연 것이다.
제천역에 내린 김 씨를 맞이한 것은 맑은 공기와 ‘디지털 관광주민증’ 혜택이다. 김 씨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앱에서 발급받은 제천 주민증을 제시해 역 인근 카페에서 커핏값을 10% 할인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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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행은 이제 시작. 김 씨는 청풍호 유람선 승강장으로 향했다. 이곳은 코레일이 지정한 인증 관광지로 매표소 옆에 비치된 QR코드를 코레일톡 앱으로 찍자 알림이 떴다. “방문 인증 완료. 열차 운임 100% 환급 쿠폰이 발급 예정입니다.” 이 한 번의 터치로 김 씨의 교통비는 ‘0원’ 확정이다.
점심 식사는 제천의 명물인 약초 밥상이다. 2인 기준 5만 원 식사비를 결제하고 영수증을 챙겼다. 이번 캠페인의 ‘진짜 무기’인 ‘지역사랑 휴가지원’ 혜택을 받기 위해서다. 제천을 포함한 16개 시범 지역에서는 여행자가 쓴 돈의 50%를 모바일 지역화폐로 환급해 준다. 김 씨가 식사비와 체험비로 쓴 20만 원 영수증을 제천시 홈페이지에 업로드하자, 며칠 뒤 지역화폐 앱에 10만 원 잔액이 충전됐다.
여기에 김 씨는 특별한 경험을 더했다. 문체부가 기획한 ‘5인 5색 취향여행’ 프로그램 중 하나인 ‘박준 시인과 함께하는 문학 산책’에 참여한 것이다. 단돈 3만 원에 왕복 교통과 식사, 그리고 시인과의 대화가 포함된 이 상품은 김 씨에게 ‘싸게 갔다’는 만족을 넘어 ‘제천이라는 도시의 결을 느꼈다’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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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급금 쓰러 다시 갑니다…관계 인구의 탄생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 안, 김 씨의 스마트폰에는 두 가지가 남았다. 열차 전액 할인쿠폰과 제천 지역화폐 10만 원이다.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던 이전과 가장 큰 다른 점은 이 대목이다. 김 씨는 환급받은 10만 원을 보며 생각한다. “이 돈은 제천에서만 쓸 수 있는데 그냥 두기엔 아깝네. 5월 말에 부모님 모시고 다시 한번 와야겠다.” 정부가 300억 원 예산을 투입해 노리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단순 여행 인구 늘리기가 아니라 특정 지역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관계 인구’(Living Population)를 늘리는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 캠페인 슬로건인 ‘여행을 다르게, 곳곳에 다다르게’는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즐길 거리가 있고, 그곳이 우리의 삶터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할인의 종착지는 단순히 ‘저렴한 여행’이 아니라 지역 상권의 온기와 재방문의 약속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번 ‘여행가는 봄’ 캠페인을 사상 최대 규모로 추진하는 배경에는 지방 소멸이라는 절박한 위기 의식이 깔려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 상주 인구를 늘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정기적으로 찾아와 소비하고 머무는 인구는 정책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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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캠페인을 통해 국민 약 30만 명이 지역을 방문하고 이들이 현지에서 지출하는 직접 소비 효과는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2030 세대를 타깃으로 한 감성 콘텐츠와 ‘디지털 관광주민증’의 결합은 고루하게 느껴졌던 지방 소도시를 ‘힙한 여행지’로 재정의하고 있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수많은 앱을 설치하고 인증해야 하는 ‘디지털 문턱’과 선착순 혜택에 따른 소외감은 정부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하지만 기찻값 0원, 숙박비 반값, 현지 소비액 50% 환급이라는 혜택은 그 모든 번거로움을 상쇄할 만큼 매력적이다.
봄 여행의 계산법이 바뀌고 있다. 이제 관광은 풍경을 파는 서비스업이 아니라 지역의 소멸을 막는 ‘생존 산업’이자 ‘체류 산업’이다. 김민준 씨의 사례처럼, 이번 봄 대한민국 곳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늘어날수록 지역의 골목상권은 다시 숨을 쉴 것이다. 풍경을 보러 떠난 이들이 지역의 ‘팬’이 되어 돌아오는 것, 이번 캠페인이 꿈꾸는 최종 목적지는 바로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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