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차 여행] 봄꽃에 물든 응봉산, 밤에는 빛으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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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차 여행] 봄꽃에 물든 응봉산, 밤에는 빛으로 흐른다

뉴스컬처 2026-04-03 00:00:00 신고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서울의 풍경을 가장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를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응봉산이 떠오른다. 높이 95.4m의 바위산이지만, 이곳에 서면 도시의 스케일이 전혀 다르게보인다. 발 아래로는 강이 흐르고, 시선 끝에는 빌딩 숲이 펼쳐지며, 계절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내는 풍경이 이어진다.

응봉산은 서울 성동구 응봉동에 자리 잡은 화강암 기반의 산으로, 서쪽의 달맞이봉과 동쪽의 응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이룬다. 낮은 높이에도 불구하고 바위가 드러난 지형 덕분에 시야가 넓게 트이며, 도시 속 산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체감하게 만든다.

응봉산. 사진=성동구청
응봉산. 사진=성동구청

이곳의 이름에는 오랜 시간이 스며 있다. 조선 시대 태종과 성종을 비롯한 왕들이 매 사냥을 즐기던 장소로 알려져 있으며, 매를 뜻하는 ‘응(鷹)’ 자를 따 ‘응봉산’이라 불리게 됐다. 또 다른 이름인 매봉 역시 같은 의미를 품고 있다. 자연과 왕실 문화가 교차했던 장소라는 점에서 역사적 상징성도 뚜렷하다.

응봉동이라는 지명 역시 이 산에서 비롯됐다. 과거 신촌리로 불리던 지역은 1936년 경성부에 편입되며 응봉정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광복 이후 현재의 응봉동으로 자리 잡았다. 하나의 산이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한 사례로도 의미를 갖는다.

응봉산 사진=성동구청
응봉산 사진=성동구청

접근성은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경의중앙선 응봉역에서 내려 곧바로 산책로로 이어지며, 도시 속 이동 동선과 자연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이유다.

산자락 주변 풍경 역시 흥미롭다. 북쪽으로는 대현산이 마주 보고 있으며, 이곳은 큰매봉이라는 이름으로 응봉산과 짝을 이룬다. 서로 다른 규모의 산이 만들어내는 대비가 지역의 지형적 특징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산 아래로는 중랑천이 흐르고, 조금 더 시야를 넓히면 한강과 만나는 지점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과 도시, 산이 한 프레임 안에 담기는 구조는 서울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특히 응봉산 앞을 가로지르는 철로는 이곳의 또 다른 특징이다. 경의중앙선 열차가 산 아래를 지나가는 모습은 풍경에 리듬을 더하며, 정적인 자연 속에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이 장면은 사진 애호가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포인트다.

응봉산. 사진=연합뉴스
응봉산. 사진=연합뉴스

봄이 되면 응봉산은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변한다. 산 전체를 뒤덮는 개나리 군락이 장관을 이루며, 노란 색채가 도시 풍경 위에 펼쳐진다. 이 시기에는 ‘개나리산’이라는 별칭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개나리 시즌에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맞은편 서울숲에서 완성된다. 강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는 응봉산은 거대한 색면처럼 펼쳐지며, 도심 속 자연이 만들어내는 계절의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 시기에 열리는 개나리 축제는 지역을 대표하는 봄 행사로 자리 잡았다. 꽃을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산책과 휴식, 사진 촬영까지 이어지는 복합적인 경험이 가능하다.

응봉산 팔각정에서 바라본 서울 야경. 사진=성동구청
응봉산 팔각정에서 바라본 서울 야경. 사진=성동구청

시간이 흐르면 풍경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빛으로 옮겨간다. 해가 지고 난 뒤의 응봉산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강 건너 성수동과 강남 일대의 불빛이 켜지면서 도시의 야경이 층을 이루기 시작한다.

높은 산이 아님에도 시야를 가리는 요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빛이 만들어내는 구조가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물 위에 반사되는 불빛과 도심의 조명이 어우러지며 깊이 있는 야경을 완성한다.

정상에 위치한 팔각정은 이 모든 풍경을 감상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다. 머무르는 시간에 따라 빛과 색이 바뀌는 장면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도시의 흐름을 한눈에 읽는 경험이 가능하다.

응봉산 팔각정. 사진=성동구청
응봉산 팔각정. 사진=성동구청

응봉산은 해맞이와 달맞이 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새해 첫날이면 많은 사람들이 팔각정에 모여 일출을 기다리고, 정월 대보름에는 달맞이봉이 또 다른 중심 공간으로 기능한다. 자연의 리듬과 인간의 시간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산 한편에는 옛 채석장을 활용해 조성된 암벽등반공원이 자리한다. 거친 바위면을 오르는 사람들의 움직임은 이곳이 도시형 레저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응봉산의 진짜 매력은 규모가 아니라 밀도에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풍경을 경험할 수 있고, 계절과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진다.

도심과 자연, 과거와 현재가 한 공간에서 겹쳐지는 응봉산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된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충분히 다른 시선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 그 가능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소가 바로 응봉산이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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