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고, 입고, 바르고, 보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유통가 뒷얘기와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비재와 관련된 정보를 쉽고 재밌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주]
어릴 적 소풍날이면 빠지지 않던 음식, 김밥이죠. 김 한 장에 밥을 펴고, 단무지랑 햄, 시금치를 돌돌 말아 한입에 쏙 넣으면 그게 그렇게 맛있었습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직장인이 되어서도 바쁜 일상 속에서 간편한 한 끼로 찾는 음식도 늘 김밥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싸고 든든하다”는 점이었고요. 그런데 요즘은 어떠신가요. 분식집에서 김밥 한 줄 시키려다 가격 보고 한 번쯤 멈칫하게 됩니다. “김밥도 이 가격이야?”라는 말, 이제는 낯설지 않죠.
"한 줄 4000원"···김밥도 부담된 시대
실제로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기준 지난 2월 서울 기준 외식용 김밥 가격은 한 줄 평균 3800원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전년보다 7% 넘게 오른 수치인데요. 기본 김밥을 제외하고 재료가 조금만 추가되면 5000~6000원을 훌쩍 넘기도 합니다.
외식물가지수에서도 김밥의 상승률은 높은 편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물가지수는 124.72로 불과 3년 전인 2022년 110.71에 비해 12.7% 가량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김밥은 115.98에서 138.26으로 3년 만에 19.2% 올랐습니다. 쌀, 계란, 가공육 같은 기본 식자재 가격이 줄줄이 오른 영향입니다. 이제 김밥은 더 이상 “가볍게 먹는 한 끼”가 아니라, 은근히 부담되는 메뉴가 되어가고 있는 셈이지요.
그래서 다시 김밥···가격부터 밥알까지 완전히 바뀐 김밥 경쟁
흥미로운 건 이런 상황에서도 김밥을 찾는 사람은 오히려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외식 물가가 워낙 오르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선택지를 찾다가 다시 김밥으로 돌아오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하나입니다. 예전의 그 김밥으로는 경쟁이 안 된다는 것. 그래서일까요. 요즘 김밥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먼저 눈에 띄는 건 ‘가격 전략’입니다. 대형마트에서는 최근 두 줄에 3000원대 김밥을 내놓으며 체감 가격을 확 낮췄습니다. “이 가격이 맞나?” 싶은, 이른바 ‘반전 가격’ 전략이죠.
이마트가 매콤 어묵김밥과 원조김밥 2종을 한 세트로 3980원 판매하는 ‘반전가격 3980 두 줄 김밥’을 선보인 것인데요. 김밥 한 줄에 3800원인 시대에 두 줄이면 거의 반값 김밥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이마트는 “반값 김밥 출시는 고물가 속에 외식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편의점들도 가만있지 않습니다. 어떤 곳은 가성비를 앞세워 김밥을 전면 리뉴얼했고, 또 다른 곳은 밥 양을 줄이는 대신 토핑을 강화했습니다. 아예 밥 자체를 바꾸는 시도도 등장했습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삼각김밥 ‘풀체인지 리뉴얼’을 추진했습니다. 속 재료 맛을 첫 입 베어 물었을 때부터 느낄 수 있도록 참치 토핑 중량을 기존 대비 10%가량 증량했습니다. 특제 양념과 다시마 농축액 등을 추가로 적용해 밥의 감칠맛을 올리고, 조미김에 들기름을 발라 풍미를 극대화했다고 하네요. GS25는 ‘참치마요’와 더불어 ‘베이컨참치마요’, ‘묵은지김치제육’, ‘닭갈비깻잎쌈밥’ 등 총 15종을 대상으로 ‘풀체인지 리뉴얼’을 완료한다는 방침입니다. ‘풀체인지 리뉴얼’이 완료된 메뉴는 ‘더큰 삼각김밥’ 시리즈로 운영하면서 고물가 등을 고려해 가격은 기존 판매가 그대로 유지할 예정입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지난 2월부터 간편식 전반을 재정비하는 ‘리부트’ 전략에 나섰습니다. 주먹밥과 김밥의 경우 밥보다 속 재료를 강조해 차별화를 꾀했고요. 가성비 라인인 '득템' 시리즈의 김밥은 햄, 맛살, 유부조림, 계란 등 알찬 기본 구성으로 준비한 ‘오리지널 김밥 득템 (2200원)’과 ‘매콤 간장 어묵 삼각김밥(1100원)’ 등 3000원 안팎의 상품으로 구성했습니다.
국내 편의점 삼각김밥의 시초임을 강조하는 세븐일레븐은 '라이스 프로젝트'에 나서며 기술적 차별화를 통해 밥 품질을 높였습니다. 전자레인지에 데우지 않고 냉장 상태에서 그대로 먹어도 바삭한 김 맛과 함께 촉촉하고 갓 지은 밥맛을 구현했다고 하네요. 세븐일레븐은 이를 위해 글로벌 본사인 세븐일레븐 인터내셔널과 그룹 계열사인 롯데웰푸드·롯데중앙연구소와 '팀MD'를 결성해 약 1년간의 연구 개발을 통해 '냉장밥 노화 방지 및 수분보존' 기술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이마트24도 이달 들어 간편식 전반을 다시 손보면서 김밥 경쟁력 끌어올리기에 나섰습니다.김밥 전 상품을 ‘올바른김밥’ 시리즈로 재정비하고, 밥과 토핑 평균 중량을 약 11% 늘려 한 끼 만족도를 높였는데요. 여기에 다시마물로 지은 밥을 적용해 맛과 풍미까지 한층 보완했습니다. 이처럼 토핑과 중량을 늘려 ‘양으로 승부’하는 전략도 더해지면서 김밥은 이제 완전히 다른 상품이 되고 있습니다.
‘싸서 먹는 음식’에서 ‘골라 먹는 음식’으로···이제는 K-푸드가 된 김밥
이런 변화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김밥을 더 이상 하나의 음식이 아니라 선택하는 상품으로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그냥 김밥’이었다면 지금은 ‘가격 좋은 김밥’, ‘토핑 많은 김밥’, ‘밥맛 좋은 김밥’처럼 선택지가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싸서 먹는 게 아니라 가격과 품질을 비교해가며 김밥을 고르는 시대가 된 겁니다.
김밥의 변화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제는 ‘서민 음식’을 넘어 글로벌 시장까지 겨냥하고 있습니다. 국내 식품업체는 김밥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자동화 시설을 구축하며 해외 수요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이 진천 CJ블로썸캠퍼스에 식품업계 최초로 김밥 자동화 생산시설을 구축한 것인데요. 이번 생산시설은 속재료 투입, 김밥 커팅, 트레이 담기 등 전 공정을 자동화해 효율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밥 취반(쌀을 씻고 물을 맞춰 밥을 짓는 과정) 기술을 고도화하고, 원재료별 전처리 최적 조건을 설정해 맛품질도 극대화했다는 설명입니다. CJ제일제당은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재 미국, 유럽, 영국, 호주, 일본 등 25개국에서 ‘비비고 냉동김밥’ 제품을 판매 중입니다. 향후 신규 국가 및 메인스트림 유통채널 공략을 가속화해 K-김밥 확산에 주력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제 김밥은 라면이나 만두처럼 대표적인 K-푸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밥값이 바꾼 한 끼, 김밥의 다음은
결국 지금의 김밥 변화는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이 시대에 가장 합리적인 한 끼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죠. 비싸진 외식, 부담되는 식재료 가격 속에서 김밥은 다시 선택받고 있습니다. 다만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요. 싸고 익숙했던 음식에서 가격·품질·기술이 붙는 ‘경쟁 상품’으로의 진화인 것이지요. 밥값이 무서운 시대, 김밥은 그렇게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외식물가지수=외식 품목 가격 변동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음식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소비자 체감 물가를 판단하는 데 활용된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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