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의료계가 한의사의 진정마취와 침습적 시술을 둘러싼 ‘면허 범위’ 논란을 재점화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한의원에서 아산화질소를 활용한 진정 마취와 관절강 내 약침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의사단체는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무면허 의료행위”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와 대한마취통증의학회,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한의원에서 시행되는 아산화질소 사용은 면허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산화질소는 이른바 ‘웃음가스’로 알려져 있지만, 투여 시 체내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저산소증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다. 의료계는 호흡 정지 등 응급 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인력과 장비가 갖춰지지 않을 경우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동우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정책부회장은 “아산화질소는 돌이킬 수 없는 뇌 손상이나 심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며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응급처치가 가능한 의사에 의해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치과 치료 중 아산화질소를 이용한 진정마취 과정에서 환자가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 사례를 언급, 의료계는 “기도 폐쇄나 호흡 정지 시 즉각적인 기관 내 삽관과 심폐소생술이 이뤄지지 않으면 몇 분 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한의사의 의료용 아산화질소 사용을 명확히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의협은 정부에 아산화질소 사용에 대한 법적 기준 마련과 함께 면허 범위 외 의료행위에 대한 규제·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은 약침 시술로도 확대되고 있다. 의협은 최근 방송에서 공개된 한의사의 방문진료 장면을 문제 삼으며, 관절강 내 약침 시술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침습적 의료행위”라고 지적했다.
의협 측은 해당 시술이 단순 피하·근육 주사와는 달리 관절강 내부에 직접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재만 의협 정책이사는 “환자 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행위임에도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방문진료 환경에서의 감염 관리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의료계는 “병원과 달리 무균 환경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침습적 시술이 이뤄질 경우 고령 환자에게 치명적인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해당 시술이 건강보험 급여로 인정된 한방 약침술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고, 신의료기술 평가 대상 여부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질의하는 한편, 관계 당국에 전면 조사와 엄정한 조치를 요구할 방침이다.
의료계는 이번 사안을 단순 개별 사례가 아닌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돌봄 서비스 확대가 곧 면허 범위 확장을 의미할 수는 없다”며 “국민 생명과 직결된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과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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