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산업 진단 ①] "이익 늘어도 배당 못한다"...보험업계 '40조 해약준비금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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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산업 진단 ①] "이익 늘어도 배당 못한다"...보험업계 '40조 해약준비금 딜레마'

폴리뉴스 2026-04-02 18:47:37 신고

▲ IFRS17 도입 이후 해약환급금준비금 증가로 배당 제약과 자본 효율성 저하 등 구조적 문제점이 보험업계 전반에서 드러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전경. [사진=금융위원회]
▲ IFRS17 도입 이후 해약환급금준비금 증가로 배당 제약과 자본 효율성 저하 등 구조적 문제점이 보험업계 전반에서 드러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전경. [사진=금융위원회]

IFRS17 도입 이후 보험업계가 '이익은 늘고 배당은 막히는' 구조적 모순에 직면했다. 계약이 늘수록 미래이익이 아니라 준비금이 쌓이는 구조가 고착되면서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과도 충돌하는 양상이다. 특히 해약환급금준비금이 40조원 수준까지 불어나며 보험사 자본정책과 주주환원 전략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들이 적립한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지난해 말 기준 35조894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42.3% 증가한 규모다. 아직 재무제표를 공시하지 않은 교보생명 등을 포함하면 전체 규모는 4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준비금은 단순 회계 항목이 아니다. 배당가능이익에서 차감되는 구조로, 이익이 발생해도 실제 주주에게 환원할 수 있는 재원이 줄어드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계약 늘수록 돈 묶인다"…IFRS17 구조적 역설 본격화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 도입과 함께 마련된 제도다. 보험사가 계약 해지에 대비해 부족한 금액을 미리 적립하도록 한 장치다.

문제는 구조다. 신계약이 늘어날수록 준비금이 함께 증가한다. 실제 지난해 9개 보험사가 새로 적립한 준비금은 10조6719억원으로 전년 대비 2.2배 늘었다. 보장성 보험 판매 확대가 준비금 증가로 직결된 결과다.

영업 확대가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흐름도 나타난다. IFRS17 도입 초기에는 회계상 이익이 급증했지만 3년차에 들어서며 실적 변동성이 확대됐다. 일부 보험사는 계약을 늘렸음에도 미래이익(CSM)이 감소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손해율 상승과 계리적 가정 조정이 반영되면서 과거의 낙관적 실적이 되돌려지는 과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배당 막히고 주주환원 축소…보험사 밸류업 충돌

준비금 증가는 곧바로 배당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4년 만에 배당을 중단했고 한화생명은 2년째 배당을 하지 못하고 있다. KB손해보험과 현대해상도 배당을 실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상장 보험사 10곳 가운데 배당이 가능한 곳이 3곳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준비금이 커질수록 배당가능이익이 줄어드는 구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자사주 소각 등 우회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순이익이 발생해도 배당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지속되면서 보험주의 투자 매력 자체가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가치 제고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자본을 쌓아도 시장에 환원하지 못하는 구조가 밸류업의 핵심인 주주환원 확대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증가로 배당가능이익이 줄며 주주환원이 제한되고, 이는 밸류업 정책과 충돌하며 보험주 투자 매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약환급금준비금 증가로 배당가능이익이 줄며 주주환원이 제한되고, 이는 밸류업 정책과 충돌하며 보험주 투자 매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업계·당국 충돌…"40조 묶인 자금" 구조 문제 부상

제도 개선을 둘러싼 갈등도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이 과도한 규제라며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외국계 보험사들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제도"라며 글로벌 기준과의 괴리를 지적한다.

반면 금융당국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준비금 증가의 원인을 보험사의 과도한 사업비 경쟁과 영업 구조에서 찾고 있다. 단순 규제 완화보다는 구조 개선이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당국은 지급여력(K-ICS) 비율이 높은 보험사에 대해 준비금 적립 비율을 일부 완화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업계 전체 준비금 규모는 여전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내부에서도 이해관계는 엇갈린다. 배당이 막힌 보험사는 제도 개선을 요구하지만, 배당이 가능한 일부 대형사는 세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보험업권 전체 순이익은 지난해 12조2172억원으로 전년 대비 14.5% 감소했다. 실적 둔화와 준비금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자본 활용 여력은 더욱 줄어드는 흐름이다.

시장에서는 해약환급금준비금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보험사 경영 전략이 성장 중심에서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구조에서는 이익이 나도 주주와 시장에 돌려줄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며 "결국 자본 효율성이 떨어지는 구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건전성 확보라는 제도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자본 활용 효율과 주주환원 여력을 함께 반영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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