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와 항의로 얼룩졌던 국회 시정연설 풍경이 달라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의원들을 직접 찾아 악수와 대화를 나누는 등 행보를 보이면서, 불과 5개월 전 충돌의 장이었던 본회의장이 소통 공간으로 바뀐 모습이 연출됐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은 5개월 전과는 사뭇 다른 공기가 감돌았다. 대치와 고성이 오갔던 과거와 달리, 여야 간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심리적 간극도 다소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취임 이후 세 번째 시정연설에 나선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오후 2시 10분께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연설대까지 이어지는 통로에 도열해 맞이한 가운데, 이 대통령은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차례로 악수를 나누며 입장했다. 박찬대·노종면 의원 등 1기 원내대표단과는 짧은 대화를 주고받았고, 지방선거 출마를 앞둔 한준호·민형배 의원과도 덕담을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오후 2시 14분께 시작된 시정연설은 약 15분간 진행됐다. 이 대통령이 '빚 없는 추경' 등 추가경정예산의 기조와 세부 내용을 설명할 때마다 민주당 의석에서는 총 9차례 박수가 나왔다.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연설은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이날 시정연설은 지난해 11월 4일 시정연설과의 극명하게 대비된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상복 차림에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집단 항의에 나섰고, 장동혁 대표는 "이제 전쟁이다. 이제 우리가 나서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서 모든 힘을 모아야 될 때"라고 격앙된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이전까지 충돌이 이뤄졌던 본회의장이 이번에는 소통의 장으로 변한 것이다.
변화는 연설 이후 동선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 대통령은 연단을 내려온 뒤 곧장 국민의힘 의석이 있는 통로로 향했다. 김성원·송석준·이만희·이헌승 의원 등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짧은 대화를 이어갔고, 국회부의장인 주호영 의원과 서일준·박충권 의원과도 담소를 나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연설 도중 이석했다가 복귀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물리적 충돌이나 집단행동 없이 상황을 관망하는 기류가 감지됐다.
이 대통령은 이후 다시 민주당 의석으로 이동해 의원들과 인사를 이어갔다.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 박주민·전현희 의원은 기념 촬영을 위해 순서를 기다리기도 했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장경태 의원과도 짧은 대화를 나누며 눈길을 끌었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 범여권 의원들과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약 10여 분간 본회의장에 머문 이 대통령은 오후 2시 40분께 퇴장했다. 퇴장 직전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멀리서 목례를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여전히 여야 간 긴장은 이어지고 있지만, 최소한 공개된 공간에서의 표현 방식은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기류 변화가 가늠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는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이후 오는 3·6·13일 대정부질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어 7·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와 부별 심사를 거쳐, 10일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한다는 데 합의했다.
추경 두고 與 "위기 대응 결단" 野 "무능 덮기"…평가 극과 극
한편 여야는 시정연설을 두고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2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위기 앞에 결단으로 응답한 대통령의 시정연설"이라며 "'빚 없는 추경'을 통해 국민을 지키는 대한민국의 길을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강하게 비판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시정연설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선거 이후 세금 부담을 떠넘기기 위한 달콤한 마취제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또 "무능은 현금 살포로 덮어지지 않는다"고 직격했다.
[폴리뉴스 김대성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