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세를 보이던 국내 물가 지표가 중동 전쟁이라는 변수에 직면해 다시 반등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동결 전망이 빠르게 약화되는 대신 치솟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한 금리 인상론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2일 오전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4월 이후 소비자물가가 국제 유가의 큰 폭 상승 영향으로 오름폭이 확대될 것”이라며 “향후 물가 경로는 중동 상황 전개와 이에 따른 유가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경계심을 가지고 물가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1월과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를 유지하며 목표 수준에 부합하는 안정적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공급 측면의 충격이 가세하면서 물가 여건은 빠르게 악화됐다. 한국은행 역시 물가 상방 압력과 성장 하방 압력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시장은 이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상당 부분 반영하는 모습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기준금리(2.50%)와 비교해 약 100bp(1bp=0.01%포인트) 가까운 격차를 보이고 있다.
2분기 금융통화위원회 구성 변화 역시 금리 인상 기대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신성환 금통위원은 올해 1월까지 인하 소수의견을 유지하며 금통위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돼 왔으나 오는 5월 12일 임기가 만료된다.
시장에서는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를 거시·금융안정을 중시하는 성향을 띠고 있어 상대적으로 매파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신 위원 후임 역시 추천·임명 절차를 고려할 때 새 총재의 정책 기조에 힘을 실어줄 인물이 지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2분기 중 시장에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뒤 3분기 중 최소 한 차례(25bp) 이상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 경로가 당초 한은 예상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이 커진 데다 금통위 내부 지형마저 매파적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면서 긴축 기조 전환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가시화된 에너지 공급 충격과 2분기 금통위원 구성의 매파적 변화를 고려해 기준금리 전망을 연내 동결에서 한 차례 인상으로 수정한다”며 “2분기 중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뒤 3분기 중 한 차례(25bp, 2.75%)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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