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폐인의 날③] ‘사랑과 이해의 날’ 밝힌 파란빛…자폐 인식 넘어 공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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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폐인의 날③] ‘사랑과 이해의 날’ 밝힌 파란빛…자폐 인식 넘어 공존으로

투데이신문 2026-04-02 17:07: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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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 제19회 세계자폐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블루라이트 점등식이 진행되고 있다. ⓒ투데이신문<br>
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 제19회 세계자폐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블루라이트 점등식이 진행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만개한 벚꽃이 봄기운을 한껏 끌어올린 4월 2일, 서울 중구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일대는 따뜻한 햇살과 함께 특별한 파란빛으로 물들었다. 세계자폐인의 날을 맞아 한국자폐인사랑협회(ASK·Autism Society of Korea)가 오티즘 가족과 지역사회가 함께할 자리를 마련하면서다.

ASK가 주최한 제19회 세계자폐인의 날 기념행사는 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사(4)랑과 이(2)해의 날, 파란빛을 밝혀요!’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됐다. 자폐성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넓히고 포용적 환경 조성을 촉진하기 위한 취지다.

행사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봄꽃과 어우러진 활기찬 분위기였다. 오티즘 페스티벌 공간에는 여러 복지센터와 부모회가 마련한 다양한 체험 부스가 운영되며 방문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발달장애인 최주은씨가 페스티벌 부스에서 편지 쓰기를 체험해 보고 있다. ⓒ투데이신문<br>
발달장애인 최주은씨가 페스티벌 부스에서 편지 쓰기를 체험해 보고 있다. ⓒ투데이신문

촉감 게임 부스, 피크닉 부스, 퀴즈 맞추기 부스, 편지 부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곳곳에서 진행됐고 장애 당사자와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뒤섞여 참여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특히 스포츠 체험 부스인 보치아(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가죽으로 된 공을 던지거나 굴려 표적구와의 거리를 비교하여 점수를 매겨 경쟁하는 구기 스포츠)와 한궁, 퀴즈 맞추기 부스는 이날 큰 인기를 끌었다. 참가자들은 공을 굴리고 표적을 맞히며 몸을 움직이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퀴즈 부스에서는 문제를 함께 풀며 웃음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이어졌다.

발달장애인 홍석현씨는 체험 부스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게임이 재밌었다”며, 특히 보치아 체험과 관련해 “하얀 공에 가깝게 던지는 게 재미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행사 재참여 의사에 대해서도 “시간이 나면 꼭 다시 오고 싶고, 함께 온 선생님들과 또 참여하고 싶다”고 말하며 행사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전했다. 

발달장애인 최주은씨는 체험 소감을 묻는 질문에 “오늘 재밌었어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가장 재미있었던 활동을 묻자 “다 좋아요”라고 말했고 다음에도 행사에 참여하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는 “네”라고 답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비장애인 장순혁씨가 페스티벌 부스에서 한궁을 체험해 보고 있다. ⓒ투데이신문
비장애인 장순혁씨가 페스티벌 부스에서 한궁을 체험해 보고 있다. ⓒ투데이신문

직접 스포츠 체험에 참여한 비장애인 방문객들은 “생각보다 어렵다”면서도 “생각보다 더 재밌고 일반인들도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자 스포츠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노원구에서 이용자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복지사 강은기(가명)씨는 이번 방문 배경에 대해 “4월 장애인의 날을 맞아 행사가 많았는데 마침 이용자분들도 참여할 수 있는 일정이 맞아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온 이들에 대해 “지적장애가 있는 분도 있고 자폐성 장애가 있는 분도 있다”며 “스펙트럼이 넓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 지 30분 정도밖에 안 돼 아직 기념식이나 이후 프로그램을 더 봐야 한다”면서 전시회를 둘러본 뒤 야외 부스를 찾는 등 이용자들과 함께 현장을 천천히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체험 부스를 기획한 강동그린나래복지센터 별별체육관 체육교사 김학기씨는 종목 선정 이유에 대해 “행사장 안에서 간단하게 체험할 수 있는 종목들 위주로 구성했고 자폐성 장애인과 발달장애인분들이 좋아하시는 종목을 추려서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아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여자들이 한 공간에서 어울리는 현장은 평화로우면서도 생동감이 넘쳤다. 봄날의 화사한 풍경 속에서 펼쳐진 이 같은 장면은 ‘함께하는 사회’의 의미를 한층 또렷하게 보여줬다.

ASK 김용직 회장이 개회사를 말하고 있다. ⓒ투데이신문<br>
ASK 김용직 회장이 개회사를 말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오후 2시부터 진행된 기념식은 성인 발달장애인 연주자로 구성된 밀알복지재단의 예술단 ‘브릿지온 앙상블’의 오프닝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이어 오티즘 권리선언문 선포식이 진행되며 자폐성 장애인의 권리와 존엄,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동등한 참여를 강조하는 메시지가 전달됐다.

개회사에서 ASK 김용직 회장은 “ASK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성년기에 접어든 만큼 단순한 이해를 넘어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며 “앞으로는 오티즘을 하나의 틀에 가두기보다 각자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기 지원 확대와 교육·고용 기회 마련, 부모 사후의 주거와 재산 관리 문제까지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며 “중증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자폐성장애 인식 개선과 권익 증진에 기여한 개인·단체를 대상으로 한 시상식도 함께 진행됐다. 보건복지부 장관상 표창은 단체 부문에서 하나금융그룹과 ㈜한국인삼공사, 개인 부문에서 ㈜크랜베리 강대성 회장, ㈜국민은행 조충식 본부장,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추현아 책임연구원, 제주대 홍금나 음악치료사가 각각 수상했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장상을 받은 수상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에스씨케이 표거연씨의 누나(대리수상), 센터봄 곽경순씨, ASK 김용직 회장, 센터봄 임은택씨, 강동경희대병원 이설현씨. ⓒ투데이신문
한국자폐인사랑협회장상을 받은 수상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에스씨케이 표거연씨의 누나(대리수상), 센터봄 곽경순씨, ASK 김용직 회장, 센터봄 임은택씨, 강동경희대병원 이설현씨. ⓒ투데이신문

한국자폐인사랑협회장상 표창은 오티즘 당사자상에 강동경희대병원 이설현, 센터봄 임은택, 에스씨케이 표거연이 이름을 올렸고 오티즘 어버이상은 센터봄 곽경순이 수상했다. 이와 함께 자폐성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포용적 환경 조성에 기여한 개인 및 단체를 대상으로 한 오티즘 프렌들리 어워드(Autism Friendly Award)도 병행돼 단체 3곳과 개인 1인이 추가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복지부 장관상 수상자인 ㈜크랜베리 강대성 회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자폐성장애인 지원 활동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비영리와 사회적기업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협회의 모금과 운영 시스템을 지원해 온 인물로, 오티즘 단어 확산과 인식 개선을 위한 ‘오티즘 레이스’의 TF위원장을 맡아 행사를 키우는 데 힘을 보탠 바 있다. 

강 회장은 “매년 4월 2일 세계 자폐인의 날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많은 자폐인들이 함께하는 모습을 보며 이들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ASK 이사로서 자폐성장애인과 가족을 위해 어떤 역할을 더 해야 할지 늘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회현로타리클럽 유일호 회장은 오티즘 프렌들리 어워드 수상 소감에 대해 “개인적으로 상을 받은 것이라기보다, 로타리클럽 회원들이 이어온 대내외 봉사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부끄럽기도 하지만, 협회가 작은 힘이나마 의미 있게 봐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고 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블루라이트 점등식에서는 상징적인 파란빛이 밝혀지며 현장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다. 파란빛은 자폐성 장애에 대한 이해와 연대를 상징하는 색이다.

2일 진행된 제19회 세계자폐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흑백요리사 2에 출연했던 비스트로 드 욘트빌의 타미 리 셰프와 컬러풀브레인친구의 차예진 대표가 함께한 오티즘 토크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투데이신문<br>
2일 진행된 제19회 세계자폐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흑백요리사 2에 출연했던 비스트로 드 욘트빌의 타미 리 셰프와 컬러풀브레인친구의 차예진 대표가 함께한 오티즘 토크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후에는 오티즘 토크 콘서트가 진행됐다. 콘서트에는 흑백요리사 2에 출연했던 비스트로 드 욘트빌의 타미 리 셰프와 컬러풀브레인친구의 차예진 대표가 함께 무대에 올라, 오티즘 자녀를 양육하며 겪은 경험과 고민을 진솔하게 나눴다. 두 사람은 치료와 일상 돌봄, 가족이 서로를 지탱하는 방식은 물론 자녀의 강점과 가능성을 발견해가는 과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이어갔다.

특히 타미 리 셰프는 자녀의 치료 경험과 미국 생활 속에서 느낀 점, 사회적 인식 변화에 대한 생각을 전하며 “자폐를 이해하는 데는 먼저 다가가려는 마음과 기다려주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주최 측 추산 약 500명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오티즘 당사자는 약 13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장애 당사자와 가족, 복지기관 관계자, 시민들이 함께한 이번 행사는 자폐성장애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넓히고 지역사회 안에서의 포용과 연대를 확인하는 자리로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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