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이상하게 달달한 것이 당긴다. 날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들뜨면서 초콜릿을 하나씩 집어들게 된다. 마트 진열대 앞에서, 편의점 계산대 옆에서 손이 가는 초콜릿. 그런데 그 많은 제품 중에서 내가 고른 것이 '진짜 초콜릿'인지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포장지에 초콜릿이라고 써 있다고 해서 모두 같은 초콜릿이 아니다. 재료 구성에 따라 품질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며, 심한 경우 카카오 성분이 10%도 안 되는 제품이 버젓이 '초콜릿'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초콜릿을 제대로 고르는 일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먹는 즐거움은 물론 건강과도 직결된다. 카카오에는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같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데, 카카오 함량이 낮을수록 이런 성분도 줄어든다. 반면 그 자리를 채우는 건 팜유, 코코넛유 같은 대용유지와 설탕이다. 제대로 된 초콜릿을 고르려면 성분 표시를 읽는 법부터 알아야 한다.
초콜릿 품질을 가르는 두 가지 기준
초콜릿 품질을 판단할 때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카카오버터 외 대용유지 사용 여부, 그리고 카카오 함량이다. 카카오 함량은 카카오버터와 카카오매스를 합산한 비율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를 기준으로 초콜릿은 크게 고급초콜릿, 준초콜릿, 이미테이션초콜릿으로 나뉜다. 나라마다 표기 기준이 달라 제품 이름만으로 품질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성분표를 읽을 줄 알면 얘기가 달라진다.
1. 고급초콜릿
진짜 초콜릿의 특징은 재료가 단순하다는 점이다. 다크초콜릿을 예로 들면 카카오버터, 카카오매스, 설탕 세 가지가 기본이고, 여기에 바닐라와 레시틴이 1% 미만으로 들어가거나 아예 빠지기도 한다. 밀크초콜릿은 여기에 밀크고형물이 더해지고, 화이트초콜릿은 카카오매스 없이 카카오버터, 설탕, 밀크고형물로 만든다.
어떤 종류든 공통점은 지방 성분이 100% 카카오버터로만 이뤄졌다는 것이다. 다크초콜릿 기준으로 카카오 함량이 50% 이상이어야 고급초콜릿으로 볼 수 있다. 지방 성분은 전체의 10~30%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 지방이 모두 카카오버터여야 한다.
카카오버터로만 만든 초콜릿은 입에 넣는 순간 체온에 반응해 빠르게 녹는다. 이 녹는 느낌이 매끄럽고 깔끔하다. 카카오 본연의 쓴맛과 향이 살아 있으며, 뒷맛이 오래 남지 않고 깨끗하게 마무리된다. 같은 고급초콜릿 안에서도 카카오 원산지, 품종, 가공 방식, 유기농 재배 여부에 따라 품질과 가격이 다시 갈린다. 싱글오리진 제품과 블렌딩 제품의 맛 차이는 직접 먹어보면 금방 느껴진다.
2. 준초콜릿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초콜릿 대부분은 준초콜릿에 속한다. 다크초콜릿 기준으로 카카오 함량이 20~30% 수준이고, 지방 성분에 카카오버터 외에 팜유·코코넛유·시어버터·망고씨유 같은 대용유지가 섞여 있다.
대용유지가 들어가면 녹는 느낌부터 달라진다. 카카오버터는 체온과 비슷한 온도에서 녹도록 설계된 지방이지만, 대용유지는 녹는점이 달라 입 안에서 천천히 녹거나 혀에 기름기가 남는 느낌을 준다. 먹고 나서 입 안이 개운하지 않다면 대용유지가 들어간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
준초콜릿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열에 강해 봄처럼 기온이 오르는 계절에도 쉽게 녹지 않고, 가격도 고급초콜릿보다 훨씬 낮다. 다만 그것이 준초콜릿임을 알고 선택하는 것과 모르고 사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3. 이미테이션초콜릿
이미테이션초콜릿은 성분표에 카카오버터가 전혀 없고, 카카오 함량이 전체의 10% 미만인 제품이다. 지방 성분은 100% 대용유지로만 채워진다. 카카오의 향미가 거의 없고, 풍미를 내기 위해 인공향료나 코코아 파우더를 소량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과자나 케이크의 코팅용으로 쓰이는데, 겉모양은 초콜릿과 비슷하지만 먹었을 때 카카오 특유의 묵직하고 복잡한 맛은 느낄 수 없다. 달기만 하고 뒷맛이 텁텁하다면 이미테이션일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제과 재료 상가에서 판매되는 초콜릿 블록이나 DIY 세트 재료 중 상당수가 이 이미테이션 제품이다.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하다면 반드시 성분을 확인해봐야 한다.
초콜릿 성분표 보는 법
초콜릿을 살 때 제품을 뒤집어 성분표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성분은 함량이 많은 순서대로 표기되기 때문에 카카오버터가 성분 목록 앞쪽에 나오는 제품이 좋다. 설탕이 맨 앞에 오거나 카카오버터가 아예 없다면 한 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팜유, 코코넛유, 시어버터 같은 이름이 보이면 대용유지가 들어간 제품이다. 이 성분들이 들어간 초콜릿이 무조건 해로운 건 아니지만, 카카오버터 본연의 맛과 녹는 식감을 원한다면 피하는 게 좋다.
포장 앞면에 '카카오 72%', '카카오 85%'처럼 함량이 표기된 제품은 비교적 믿을 수 있다. 반면 함량 표기 없이 '초콜릿 맛'이라고만 쓰여 있다면 성분표를 꼭 들여다봐야 한다. 진짜 고급초콜릿은 재료 자체가 3~5가지를 넘지 않는다. 성분표가 길고 첨가물이 많다면 가공을 많이 거쳤거나 대용 재료를 많이 썼다는 신호다.
봄에 초콜릿을 더 맛있게 즐기려면
기온이 오르는 봄철에는 보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카카오버터로만 만든 고급초콜릿은 열에 민감해 18~20도 전후의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두는 것이 좋다. 냉장 보관하면 습기로 인해 표면에 하얀 반점이 생길 수 있는데, 이를 블룸 현상이라고 한다. 품질이 변한 게 아니라 카카오버터 성분이 분리된 것으로 먹는 데는 문제없지만 맛과 식감이 다소 달라진다.
준초콜릿과 이미테이션초콜릿은 대용유지 덕분에 열에 강해 상온 보관이 수월하다. 다만 봄 햇살이 직접 닿는 곳이나 차 안처럼 밀폐된 공간은 피해야 한다.
달달한 게 당기는 봄날, 초콜릿 하나 고를 때 뒷면을 한 번만 뒤집어보자. 카카오버터가 있는지, 카카오 함량이 얼마인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진짜와 가짜는 금방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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