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나프타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식품업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재생 포장재 도입 행보가 재조명받고 있다. 플라스틱 원재료 가격 변동성이 극심해지자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투자해온 재생 원료 활용 체계가 원부자재 위기 상황에서 다시금 부각되는 모습이다.
2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환경 규제 대응과 탄소 감축을 목적으로 재생 페트(r-PET) 적용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가장 앞선 행보를 보여온 곳은 음료업계다. 롯데칠성음료는 재생 플라스틱 원료를 100% 적용한 제품군을 선제적으로 확대하며 포장재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해왔다. ‘펩시 제로슈거 라임’ 500㎖, ‘아이시스’ 500㎖, ‘새로’ 640㎖ 제품에 폐플라스틱을 재가공한 기계적 재활용 페트(MR-PET)를 100% 적용해 운영 중이다. 롯데칠성은 ‘2030 플라스틱 감축 로드맵’에 따라 재생 원료 비중을 2030년까지 30%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한국 코카콜라는 재생 원료 적용과 경량화를 병행하며 대응력을 높여왔다. ‘코카콜라’와 ‘코카콜라 제로’ 1.25L 제품에 재생 페트 10%를 적용하고 용기 무게를 줄여 플라스틱 사용량을 약 21% 절감했다. 한국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판매하는 모든 용기를 수거·재활용하고 페트병 내 재생 원료 비중을 50%까지 높이는 장기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식품·외식업계에서도 재생 소재 적용 사례가 공급난 이슈 속에 재평가된다. 오뚜기는 ‘돈가스 소스’와 ‘스테이크 소스’ 등 소스 제품 용기를 100% 재생 페트로 전환하고 캡 등 구성 요소 전반에 재생 원료를 적용했다. 풀무원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적용한 ‘아임리얼’ 용기를, 맥도날드는 100% 재생 페트 테이크아웃 컵과 뚜껑을 이미 현장에 안착시킨 상태다.
유업계에서는 프리미엄 라인을 중심으로 재생 페트 사용 비중을 넓히는 추세다. 롯데웰푸드는 ‘파스퇴르 우유’ 700mL 6종 용기의 25%를 재생 원료로 전환했으며, 매일유업은 ‘상하목장’ 우유 750㎖ 용기에 재생 페트 10%를 혼합 적용해 운영 중이다.
시장에서는 나프타 가격 상승 여파로 신재(새 원료)와 재생 원료 간의 가격 역전 현상이 가시화되면서 이 같은 흐름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중국산 신재 페트 가격은 톤(t)당 1800달러대까지 치솟으며 국내 재생 페트 가격(약 1700달러)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가격 경쟁력 탓에 도입을 주저하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재생 원료 비중을 늘릴 경제적 유인이 생긴 셈이다.
국내 재생 페트 공급 체력도 충분하다. 현재 연간 2만 톤 수준인 공급량은 단기적으로 7만 톤 이상까지 확대 가능하며, 설비 기준 생산능력은 13만 톤에 달해 신재 수급 차질 시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다만 재생 포장재가 단기간에 기존 소재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여전히 문턱이 높다는 평가다. 식품 용기에 필수적인 위생 기준과 투명도를 충족하기 위한 고도의 공정 기술력이 요구되며, 신재 대비 낮은 품질 편차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제품 적용을 위한 품질 검증에도 통상 1~2개월의 준비 기간이 소요된다.
업계 관계자는 “나프타 수급 불안은 향후에도 반복될 수 있는 상시적 변수”라며 “기업들이 ESG 차원에서 닦아놓은 재생 포장재 생태계가 주목받고 있지만, 실질적인 주력 소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원료 수급 안정성과 품질 고도화라는 현실적인 과제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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