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중동 전쟁으로 인한 경제 위기를 ‘거대한 폭풍우’에 비유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26조 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신속히 처리해 줄 것을 국회에 간곡히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의 상황을 ‘민생 경제 전시 상황’으로 규정하고, 이번 추경이 우리 국민의 삶을 지켜낼 실질적인 방어막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오른 이 대통령은 중동 전쟁이 시작된 지 34일째를 맞이한 시점에서 전 세계가 에너지 안보 위협과 경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코스피 5,000 돌파와 반도체·조선업의 호황으로 맞이한 경제 비상의 기회가 예상치 못한 대외 변수로 인해 사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 조성된 위기는 잠깐 내리고 그치는 소나기가 아니라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폭풍우와 같다”며, 설령 내일 전쟁이 끝난다 해도 파괴된 에너지 인프라 복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만큼 긴 호흡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번 추경안의 가장 큰 특징은 나랏빚을 내지 않는 ‘빚 없는 추경’이라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증시와 반도체 경기의 기록적인 호황 덕분에 확보된 25조 2,000억원의 초과 세수와 1조 원의 기금 자체 재원을 활용해 추경 재원을 마련했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국가 채무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곳에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 경제 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추경안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고유가로 고통받는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책이 촘촘하게 설계됐다. 가장 핵심적인 사업인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약 3,600만명의 국민에게 1인당 10만원에서 최대 60만원까지 차등 지급된다. 또한, 취약계층에게 먹거리와 생필품을 무상 제공하는 ‘그냥드림센터’를 현재 150개소에서 300개소로 대폭 확대하고,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자금 공급과 창업 지원 프로젝트에도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유가 상한제 운영과 에너지 전환, 공급망 안정화 등 산업 전반의 위기 대응력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적 단합과 에너지 절약 실천도 호소했다. 기름 한 방울과 비닐봉지 하나라도 아껴 쓰는 배려의 마음이 모일 때 위기의 터널을 신속히 빠져나갈 수 있다고 강조하며, 공동체의 위기를 틈타 부당이익을 취하는 담합이나 매점매석 행위에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연설을 마무리하며 이 대통령은 “위기 극복의 성패는 속도에 달려 있다”며 국회의 초당적인 협력을 당부했다. 여야가 합의한 대로 오는 10일 본회의에서 추경안이 통과되어 민생 현장에 즉각적인 활력이 전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시정연설은 대외적 복합 위기 속에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재정 방파제를 쌓아 올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대내외에 선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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