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경고 비웃는 '일당 70만원'…보험사, 미래 팔아 오늘 메꾸는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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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경고 비웃는 '일당 70만원'…보험사, 미래 팔아 오늘 메꾸는 '치킨게임'

비즈니스플러스 2026-04-02 15:03: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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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의 거듭된 '도덕적 해이' 경고에도 불구하고 보험업계의 보장 한도 경쟁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동양생명이 어린이보험의 1인실 입원비를 하루 최대 70만 원까지 높이며 시장에 다시 불을 붙였다. 당장의 실적 수치를 방어하기 위해 미래의 건전성을 담보로 잡는 '폭탄 돌리기'가 시작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최근 자사 어린이보험의 상급종합병원 1인실 입원비 보장 한도를 기존 30만 원 수준에서 최대 70만 원으로 두 배 이상 상향했다.

이는 단순히 한 회사의 돌출 행동이 아니다. 앞서 NH농협손해보험이 작년 말부터 최대 70만 원까지 보장 한도를 확대하며 시장을 흔들었고,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역시 올해 초 한도를 60만 원으로 상향하며 맞불을 놨다.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또한 상품별로 55만~60만 원 선을 유지하며 사실상 '상향 평준화' 경쟁에 가담하고 있다.

문제는 이 보장액이 실제 비용을 한참 상회한다는 점이다. 국내 '빅5' 대형병원의 1인실 평균 비용은 약 45만 원 선이다. 환자가 동양생명이나 농협손보 상품에 가입해 1인실을 이용할 경우, 병원비를 다 내고도 하루에 25만 원의 '현금'을 챙기는 기형적인 구조가 발생한다. 보험이 재난 대비가 아닌 '입원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입원만 하면 돈을 버는 구조는 필연적으로 과잉 진료와 불필요한 입원을 유도한다"며 "과거 실손보험의 적자를 키웠던 '도덕적 해이'의 재판(再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보험사들이 금감원의 경고를 무시하면서까지 무리한 상품을 내놓는 배경에는 '실적 압박'이 있다. 올해 1분기 보험업계의 성적표는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와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국내 주요 손보 4사(삼성·현대·DB·KB)의 올해 1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약 1조21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가량 급감할 전망이다. 작년 역대급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예상보다 높아진 손해율이 발목을 잡았다.

새 회계제도(IFRS17) 하에서 보험사들은 당장의 순이익보다 장기적인 이익 지표인 신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에 목을 맨다. 1인실 입원비 특약은 보험료 대비 CSM 산정에 유리한 구조를 갖고 있어, 실적 부진을 만회하려는 보험사들에게는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당장의 장부상 이익을 위해 나중에 돌아올 '부실 덩어리'를 미리 파는 격이다.

더 큰 문제는 이른바 '제3자 리스크'다. 보험 설계사와 병원이 결탁해 고객에게 "하루 70만 원이 나오니 일단 입원부터 하라"고 권유하는 영업 행태가 이미 현장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보험금 지급액이 급증하면 결국 보험사의 손해율이 치솟고, 이는 곧 일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정부도 칼을 빼 들었다. 금융당국은 최근 '보험계리 가정 선진화 방안'을 통해 보험사들이 이익을 산출할 때 적용하는 가정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낙관적인 가정으로 부풀려진 CSM이 향후 대규모 손실로 전환될 경우 보험사의 지급여력(K-ICS) 비율이 수직 낙하하며 건전성 위기로 번질 수 있어서다.

업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지금의 보장 경쟁은 마트가 당장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반품률 50%가 넘을 게 뻔한 물건을 무리하게 파는 것과 같다"며 "숫자를 예쁘게 만들기 위해 회사의 미래를 팔고 있다는 자괴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연호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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