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 위에 왜 대포가 있을까? [이강웅의 수원화성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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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 위에 왜 대포가 있을까? [이강웅의 수원화성이야기]

경기일보 2026-04-02 14:09: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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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성은 방어에 취약한 문을 위해 세웠다. 그림=이강미 어반스케처

 

장안문은 화성의 정문으로 우리나라 문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형식도, 아름다움도, 완성도도 최고다. 북문인 장안문과 남문인 팔달문이 형식이나 규모가 같고 동문인 창룡문과 서문인 화서문이 서로 유사하다. 건축물의 위계 때문이다. 장안문, 팔달문, 창룡문, 화서문 순이다.

 

원래 성이란 방어가 목적이므로 모든 시설물에 폐쇄성과 공격성이 강조된다. 그런데 화성에선 늘 개방할 수밖에 없는 시설물이 몇 곳 있다. 대문, 수문, 암문, 은구로 모두 13곳이다. 화성 전체 시설물 60개의 20%가 넘는다. 의외로 많은 편이다. 이런 개방형 시설물에는 방어를 위한 특별 대책이 필요하다.

 

화성에서 문에는 특별한 대책으로 문루, 옹성, 적대를 추가했다. 이 세 시설물은 문과 별도의 시설물이 아니고 문과 일체가 되는 하나의 시스템이란 말이다. 비록 떨어져 있다 해도 일체로 봐야 한다. 성역의궤의 기록 체계도 이를 증명한다. 문, 문루, 옹성, 적대를 독립된 시설물로 취급하지 않고 장안문 설명에 포함해 기록하고 있다.

 

창룡문과 화서문은 적대가 없다. 문에 적대를 설치하고 안 하고는 시설물의 위계 때문이 아니고 문의 크기와 좌우 지형에 따라 전략적으로 결정한다. 적대는 좌우가 모두 평지성일 경우 설치한다. 화서문은 동쪽이 평지성이라 서북공심돈을 설치해 적대의 역할을 맡겼다. 적대는 어떤 역할을 할까.

 

공격하는 적의 입장에선 문만 아니라 문의 좌우에 있는 원성도 주요 공격 루트다. 이런 적의 공격을 고려해 문 좌우에 적대를 배치했다. 원성에 접근하는 적을 양쪽 측면에서 공격하기 위해서다. 한쪽은 옹성이고 다른 한쪽은 적대가 맡는다. 옹성과 적대의 협공이다.

 

의궤에 적대에 대해 “높은 대 양쪽에서 적의 좌우를 공격하면 적이 곧바로 성 아래로 다가오지 못할 뿐 아니라”라는 기록이 있다. 적대의 기능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적의 좌우를 공격하면’이란 설명이 적대 설치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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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는 원성의 여장만큼 높이가 높아야 한다. 그림=이강미 어반스케처

 

그러나 적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원성을 향해 공격하는 적의 좌우를 공격하는 것은 원래 치성의 기본 역할이다. 이래서 화성에도 120보 전후로 치성을 배치했다. 치, 포루, 대, 돈 등이다. 이처럼 적의 측면을 공격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치성을 설치해도 충분하다. 그런데 문에만 치성이 아닌 적대를 설치했다. 하필 왜 적대일까.

 

이유를 찾아보자. 치, 포루, 대, 돈, 자성치 등은 원성만을 방어하지만 적대는 원성과 동시에 문루와 옹성도 방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어 대상과 범위가 치성과 차원이 다르다. 성에서 가장 취약한 문을 방어하는 적대는 치성과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어떤 차별성을 뒀을까. 의궤에 답이 있다.

 

의궤에 적대에 대해 “높은 대 양쪽에서 적을 살피면 적이 곧바로 성 아래로 다가오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설명 중 ‘높은 대’에 유의하자. 적대의 차별성이기 때문이다. 정조는 적대에 ‘높이’로 승부를 걸었다. 즉, ‘고대전략(高臺戰略)’이다. 고대전략은 무엇일까.

 

‘높은 대’의 장점은 첫째, 높은 대에서 살피기만 해도 적은 다가오지 못한다고 했다. 둘째, 적의 양쪽 옆구리를 공격할 수 있으므로 성 아래로 다가오지 못한다고 했다. 셋째, 높은 대(臺)에 있으면 굽은 살이나 비켜 쏘는 탄환이라도 아군을 다치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종합적으로 ‘적대가 있어 이제의 성은 반드시 화살이나 탄환이 필요치 않다’고 극상의 평가를 하고 있다. 모두 높이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전략이다.

 

고대전략은 건축 구조에 어떻게 반영했을까. “대의 높이를 원성의 성가퀴와 가지런히 했다”고 의궤에 설명한다. 대의 바닥 면 높이가 원성의 여장 윗면 높이와 같다는 말이다. 즉, 원성보다 5척이 더 높다는 말이다. 더 높은 5척이 적대의 가치다. 화성 시설물 중 적대 높이가 동북노대 다음으로 가장 높다. 옹성보다 10척 높고 문루와 같은 레벨이다. 당시에는 높이 자체가 최고의 무기이던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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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문과 팔달문은 좌우에 적대를 뒀다. 그림=이강미 어반스케처

 

적대에 이런 전략이 있음에도 복원을 잘못했다. 그것도 높이가 잘못됐다. 적대와 원성의 여장 레벨을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적대 높이가 낮게 복원됐다. 아니면 인접하는 원성이 잘못 복원됐을 수 있다. 아무튼 원성과 5척의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높이로 적을 제압하는 것이 핵심 전략인데 높이가 잘못 복원돼 안타깝다. 높이가 낮으면 적대가 아니다. 그저 치성일 뿐이다.

 

북동적대와 북서적대에 오르면 홍이포(紅夷砲)라는 대포가 놓여 있다. 적대와 대포는 무슨 관계일까. 여러분은 이미 ‘적대는 높이로 승부하는 시설인데 뜬금없이 웬 대포’라고 했을 것이다. 대포는 적대와 아무 관련이 없다. 오히려 답사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준다.

 

실제 목격한 사실이다. 어린 자녀가 대포를 보고 “왜 대포가 있어요”라고 물었다. 이에 아버지가 “여기는 포병 진지야”라고 답해 줬다. 잘못 놓인 대포 하나가 이처럼 왜곡된 사실을 알리게 된다. 탐방자에게 시설물의 본질을 알려야 한다. 문화재는 장소성이 중요하다. 적대 위는 홍이포가 있어야 할 장소가 아니다. 치우는 용기도 필요하다.

국내 최초로 등장한 화성의 적대는 화성 방어의 보루다. 화성 적대는 ‘고대전략’과 ‘광대전략(廣臺戰略)’ 두 가지를 축으로 설계됐다. ‘넓은 대’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을 기약한다.

 

오늘은 고대전략, ‘적대의 높이’에서 가장 취약한 문을 방어하는 정조의 전략을 엿봤다. 이강웅 고건축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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