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콰이엇의 레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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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콰이엇의 레거시

맨 노블레스 2026-04-02 14:00:00 신고

I AM MUSIC AND MUSIC IS ME.

오버사이즈 후디 Vetements by BOONTHESHOP, 데님 팬츠 NVRFG by Samplas, 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네크리스와 링 모두 본인 소장품.

짧은 휴가를 다녀왔다고 들었습니다. 앰비션뮤직 10주년을 맞아 회사 식구들과 함께 푸껫에 다녀왔어요. 일정이 짧아 많은 걸 하진 못했지만, 좋은 추억을 만들고 왔습니다. 10주년 프로젝트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매달 한 곡씩 싱글 앨범을 내고 있죠. 또 다른 계획이 있나요?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지만,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공연을 준비 중이라는 거예요. 매달 싱글 작업을 할 때 즉흥적으로 나오는 아이디어가 있어요. 그래서 모든 경우를 열어놓고 있죠. 없던 계획이 갑자기 추가될 수도 있거든요. 정규 10집 <Luxury Flow>도 어느덧 2년이 되어갑니다. 바쁜 와중에 개인 작업도 틈틈이 하고 있을 텐데요. 늘 뭔가를 하죠. 어느 시점부터 소속 뮤지션의 작업을 관리하는 게 주된 업무가 되다 보니 제 작업물을 언제 어떻게 내야겠다고 약속하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늘 차기작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꾸준히 실험도 하고 있으니까요. 때가 되면 움직일 것입니다. 어떤 실험이요? 원래도 피처링을 자주 하지만, 최근 석 달가량 10곡 정도 참여한 것 같아요. 그때마다 랩으로 할 수 있는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거죠. 그걸 통해 추후에 만들 앨범에 심도 있게 해보고 싶은 것을 찾아내기도 하고요. 피처링 작업에서 그런 결괏값을 얻어냅니다. <Luxury Flow>에 대해 많은 주제를 가지고 끝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앨범이라 말했죠. 그래서 발매 당시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했고요. 창작자가 쏟을 수 있는 노력과 열정을 최대치로 소진한 시점엔 그 앨범 자체가 ‘나’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판단하기가 어려워요. 2년가량 지난 지금도 정확히 알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어렴풋이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꼭 거쳐야 했던 앨범인 것 같습니다. 인간으로서, 뮤지션으로서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는 관문이었죠.

제가 음악을 계속 하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똑같은 것보다 새로운 걸 해보고 싶고, 그런 과정에서 희열을 느껴요.

베이스볼 셔츠 Supreme, 쇼트 팬츠 Vetements by BOONTHESHOP, 슈즈 Amiri, 스냅백 Newera, 니삭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어링과 네크리스, 브레이슬릿, 링, 시계 모두 본인 소장품.
퍼 재킷 Kidsuper, 슬리브리스 톱 Enfant Riches De’prime’s, 선글라스와 이어링, 네크리스,링 모두 본인 소장품.

자주 듣진 않으세요? <Luxury Flow>는 자주 듣습니다. 16곡으로 구성했지만, 총 37분으로 호흡이 아주 짧아요. 특정 한 곡보다 앨범 전체를 재생하도록 설계했고요. 개인적으로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는데, 후반부는 지금도 꾸준히 듣고 있어요.
후반부를 자주 듣는 이유는요? 앞 곡엔 잔인한 말일 수 있지만, 뒷부분을 들려주기 위한 빌드업이죠. 앨범의 모든 부분이 제 이야기지만, 정말 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후반부에 있거든요. 구작을 듣는 일은 상당히 드문데 <Luxury Flow>는 그런 힘이 있나 봅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글쎄요. 일종의 명상 음악 같네요. 요즘 힙합 음악에 비하면 되게 담백하죠. 청각적 쾌감보다 마음속 어딘가로 찾아가는 음악이라 생각하거든요. 삶을 돌아보는 독백 같기도 하고요. 2010년은 힙합 역사에서 중요한 격변기였어요. 카녜이 웨스트가 판을 끌어올렸고, 드레이크, 제이 콜, 켄드릭 라마 등 지금 우리가 아는 슈퍼스타들이 신인으로 등장하면서 직감적으로 느꼈죠. 우리도 한 단계 나아가야 하는구나.니트 베스트 Hed Mayner by BOONTHESHOP,안경 Gentle Monster, 셔츠와 팬츠, 슈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어링 본인 소장품.
듣다가 울진 않았어요? 저도 다른 아티스트와 마찬가지로 작업할 때 엄청난 고통을 느껴요. <Luxury Flow>는 못해도 3년은 걸렸어요. 운전하면서 특정 구간을 들으면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빡 와요. ‘내가 왜 이럴까?’ 생각해보면 만드느라 너무 힘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 곡이 완성되고 앨범이 나온 것만으로도 큰 희열을 느낍니다. 16마디 벌스 하나를 쓰기 위해 2년 동안 여섯, 일곱 번 다시 쓴 적도 많거든요.
엉엉 운 적은 없나요? 자꾸 우는 얘기만 해서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쇼미더머니> 때문인지 몰라도 사람들이 저를 냉혈한으로 알더라고요. 근데 저 되게 감성적인 사람이거든요. 지금은 추억처럼 이야기할 수 있지만, 몇 해 전 저랑 같이 살던 강아지가 떠났어요. 그때 많이 울었죠. 한 인간으로서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음악을 할 수 있는 이유도 감성적인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 MBTI도 T가 아닌 F예요. MBTI를 공개한 적이 있나요? 딱히 말한 적은 없는데, 다 알더라고요. INFP입니다.
확실히 T에 가까워 보이는 인상이긴 합니다. 그 얘기를 많이 듣는데, 저에 대한 명백한 오해죠. 다른 건 몰라도 T랑 F는 확실히 압니다.

2010년은 힙합 역사에서 중요한 격변기였어요. 카녜이 웨스트가 판을 끌어올렸고, 드레이크, 제이 콜, 켄드릭 라마 등 지금 우리가 아는 슈퍼스타들이 신인으로 등장하면서 직감적으로 느꼈죠. 우리도 한 단계 나아가야 하는구나.

니트 베스트 Hed Mayner by BOONTHESHOP,안경 Gentle Monster, 셔츠와 팬츠, 슈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어링 본인 소장품.

<쇼미더머니>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번 시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시청자, 출연자, 제작자 입장을 다 알 것 같아요. 2014년 <쇼미더머니> 시즌 3 프로듀서로 출연하면서 심사해야 하는데, 저도 처음이잖아요. 그래서 현도 형에게 자문을 구했어요. “어떻게 심사해야 해요?”라고 묻기도 했고요.
더 콰이엇의 심사는 ‘얄짤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평소에도 주변 뮤지션이 피드백을 요청하면 가감 없이 말하죠? 열심히 만들었으니 당사자는 당연히 좋게 들리겠죠. 친구한테도 들려주면 대부분 좋다고 하고요. 그래서 작업물을 공개하면 반응이 없거나 평가가 안 좋을 때가 허다해요. 저는 소울컴퍼니 시절부터 동료들의 음악을 관리하는 입장이다 보니 의도치 않게 연습이 돼버렸어요. ‘나라도 똑바로 말해야 한다’라는 사명감도 생겼고요. 기분 상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정직하게 말해야 하는 마음 사이에서 항상 딜레마를 느끼죠.
제가 보는 더 콰이엇은 기본적으로 사람 사는 일에 시큰둥한 편입니다만,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면 끝까지 책임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위에 사람들이 모이는 거겠죠. 저는 먼저 연락을 안 합니다. 잘 지내겠거니 하죠. 학교 다닐 때도 조용한 편이었고요. 어릴 때부터 게임이든, 농구든 항상 매진할 무언가가 있었어요.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통분모를 가진 친구가 생기고, 결국 힙합을 만난 거죠. 힙합에 빠져 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요? 저는 어떤 의미로 운이 좋았습니다. 중학교 2학년쯤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부모님이 저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요. ‘쟤는 그냥 저렇게 살게 내버려두자’라고 결심하신 거죠. 친구들은 부모님과 싸우고, 가출도 하는데 저는 그럴 일이 없었어요. 학교에서도 공부를 안 했을 뿐 선생님을 피곤하게 만드는 학생도 아니었고요. 저는 그 시절이 매우 평화로웠습니다.
대체로 끄덕이며 살지만 알게 모르게 세상에 불만이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수업은 열심히 들으면서 시험이나 MT, 학교 행사는 일부러 가지 않기도 했고요. 당시 반항의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어쩌다 보니 대학에 가게 됐어요. 수업을 듣는데, 재밌더라고요. 정작 대학 가려고 공부한 동기들은 술 마시느라 강의실엔 항상 저만 있었어요. 이러나 저러나 저는 뮤지션으로 살아갈 거고, 성적은 중요치 않으니 시험 볼 필요가 없었던 거죠. 그래서 수업만 듣고 시험이나 다른 행사는 귀찮아서 안 갔어요. 자유로웠을 뿐 딱히 반항적이었던 건 아니에요.
그러다 소울컴퍼니를 만들었고요. 그게 2004년입니다. 학교에 다니면서 음악을 하는 건 무리다 싶어 2학년 되고 나서 학교에 안 갔죠. 저는 목표가 뚜렷했어요. 뮤지션이 되고 싶은 열망이 강했기에 사회가 만든 학력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게 무섭지도 않았고요.
성인이 되면 먹고사는 일이 현실이잖아요. 무명 시절이 길지 않았지만, 그 기간을 어떻게 버텼습니까?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예식장에서 주차 안내하는 아르바이트가 기억나네요. 친구들과 같이 했는데, 재밌었어요. 술도 안 마시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즐기지 않으니 돈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죠. 음악을 할 수 있는 장비가 유일하게 필요한 거였네요.
또 기억나는 아르바이트는 없어요? 2005년 여름에 정규 1집 을 냈는데 거의 1년 동안 사회와단절된 채 작업하다 보니 친구들은 군대에 갔고, 할 게 없더라고요. 마침 아는 형이 알바를 그만둬야 하는데, 주위에 소개해줄 사람 없느냐고 하길래 제가 했어요. 여의도 불꽃축제 사무국 아르바이트였죠.

베이스볼 셔츠 Supreme, 스냅백 Newera, 네크리스, 링, 시계 모두 본인 소장품.


슈트 Dries Van Noten by MUE, 셔츠와 타이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어링과 링 모두 본인 소장품


트랙 재킷 Wales Bonner, 안경과 이어링, 링 모두 본인 소장품.


한 달 동안 불꽃축제에 관한 여러 잡일을 했습니다. 그게 제 인생의 마지막 아르바이트였네요. 그 추억 때문에 여의도로 독립한 건가요? 그런 건 아니고요. 독립할 무렵 도끼가 여의도에 살았고, 일리네어 레코즈를 같이 준비하면서 저도 그 동네에 자주 가다보니 살게 된 거죠.
2010년 소울컴퍼니 탈퇴 후 2011년 1월 1일 일리네어 레코즈를 설립했습니다.거대한 음악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데 주변 동료는 아무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고요. 2010년은 힙합 역사에서 중요한 격변기였어요. 카녜이 웨스트가 를 냈고, 드레이크는 , 제이 콜은 , 켄드릭 라마는 를 냈죠. 지금 우리가 아는 슈퍼스타들이 신인으로 등장하면서 직감적으로 느꼈어요. 우리도 한 단계 나아가야 하는구나.
아참, 아까 <쇼미더머니> 시즌 12에 관해 물어보려 했어요. 디스 배틀까지 갔으니 3주 뒤면 끝날 것 같은데, 지금 반응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힙합 뮤지션과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은 공생 관계잖아요. 현재 <쇼미더머니>의 포맷을 보면 거의 시즌 3·4·5에 만들어진 틀을 그대로 쓰고 있어요. 2026년에 방영하는 프로그램인데, 보고 있으면 베이스볼 셔츠 Supreme, 스냅백 Newera, 네크리스, 링, 시계 모두 본인 소장품. 트랙 재킷 Wales Bonner, 안경과 이어링, 링 모두 본인 소장품.타임머신을 탄 기분이죠. 좋게 말하면 레거시를 지키는 방향을 선택한 건데, 결국 이걸 소비하는 사람들이 즐거워하느냐는 문제에 봉착했다고 봅니다.
지금의 힙합 신에 관해서는요? 제가 힙합을 시작할 때와 환경부터 다르죠. 소울컴퍼니, 빅딜, 신의 의지 같은 레이블은 큰 성공을 위해서라기보다 활로가 없었기에 스물, 스물한 살이 되는 친구들이 레이블을 만든 거예요. 막연한 꿈은 있었지만, 거창한 목표는 아니었던 거죠. 지금은 그에 비해 굳건한 인프라가 형성됐으니 굳이 그럴 필요 없고요. 회사에 들어가지 않아도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요. 환경의 차이일 뿐 그때나 지금이나 끓어오르는 열정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순수한 더 콰이엇의 음악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팬들이 초창기 음악은 왜 무대에서 부르지 않느냐고 자주 물어봅니다. 그래서 저도 이유를 생각해봤어요. 왜일까? 가령 ‘닿을 수 있다면’을 부르거나 엇비슷한 노래를 다시 만들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말이죠. 결국 흥미가 없으니까 하지 않는 거예요. 그때의 제겐 중요한 주제이자 숙제였지만요. 음악을 계속 하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이에요. 저는 똑같은 것보다 새로운 걸 해보고 싶고, 그런 과정에서 희열을 느껴요.

네크리스, 링, 브레이슬릿, 워치 모두 본인 소장품.
핀스트라이프 슈트 Ernest W. Baker 10 Corso Como Seoul, 이너 톱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카우보이 해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어링과 네크리스, 링 모두 본인 소장품

그렇다고 과거의 모든 곡을 아예 부르지 않는 건 또 아니잖아요. 최근 에서 ‘상자 속 젊음’이랑 ‘진흙 속에서 피는 꽃’을 불렀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처음 짠 셋리스트에 없던 노래들인데, 의견이 오가다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랜만에 연습하는데 목소리도, 리듬감도 다르더라고요. ‘왜 이렇게 만들었지?’, 과거의 저한테 ‘너 그따구로 하지 마’ 싶다가 또 이해가 되더라고요. ‘스물두 살의 더 콰이엇은 이런 걸 중요하게 여겼구나’ 싶고요. 그런 여정이 재밌으면서 또 힘들었죠. <랩 하우스> 7주년 공연 때 한 번 더 불렀는데, 너무 힘들어서 정신이 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가사도 잊어버릴 뻔했어요.
사실 ‘닿을 수 있다면’이나 ‘U Everything’ 같은 곡을 언젠가 불러줄 수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습니다. 사람 일은 모르죠. 근본적으로 그런 곡들이 공연했을 때 재미없는 이유도 있어요. 너무 잔잔하니까 관객도 호응하기 힘들고요.
저는 열심히 호응할 자신이 있습니다만. 저는 그럴 자신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웃음)

에디터 강승엽 사진 표영민 스타일링 이종 헤어&메이크업 이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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