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반도체 초호황이 전자업계 전반의 실적 지형을 다시 그리고 있다. 메모리 가격 급등을 앞세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실적을 향해 치닫는 반면, 스마트폰·TV·가전 등 전통 세트 사업은 수요 둔화와 비용 상승이 겹치며 수익성 압박이 커지는 ‘업종 내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흐름이다.
2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7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약 36조~45조원, SK하이닉스는 약 30조원 수준으로 각각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 예상된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실적을 끌어올린 핵심 요인이다. D램과 낸드 가격이 전 분기 대비 각각 50%, 90% 급등한 데 이어 2분기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연간 기준 합산 영업이익 350조~360조원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메모리 수요를 견인하면서 고부가 제품인 HBM뿐 아니라 서버용 DDR5, 범용 D램까지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여기에 빅테크 중심의 장기공급계약(LTA)이 확대되며 가격과 물량이 선제적으로 확보된 점도 실적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 확산은 메모리를 넘어 MLCC, FC-BGA 등 부품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산되며 관련 기업들의 실적 눈높이도 빠르게 올라가는 모습이다.
반면 같은 전자업종 내에서도 완성품 사업은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메모리 업체들이 HBM 등 고수익 제품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면서 범용 D램 공급이 상대적으로 타이트해졌고, 이는 스마트폰·PC·TV 제조사의 원가 부담으로 직결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수요 회복 지연, 관세 변수, 환율 상승까지 겹치며 가격 인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주요 세트 업체들은 메모리 가격 상승 부담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일부 제품군에서 사양 조정이나 출하량 조절에 나서고 있다. TV와 가전 역시 수요는 정체된 반면 패널·부품 가격은 상승하면서 마진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 중심 전략 역시 소비 여력이 위축된 환경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트 업종 내에서도 대응 전략에 따라 온도차가 나타난다. LG전자는 HVAC, 전장, 구독 등 B2B·서비스형 사업 비중을 확대하며 전통 가전 의존도를 낮추는 구조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가전·TV 수요 둔화를 일정 부분 상쇄하며 실적 방어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이번 실적 시즌이 단순한 ‘반도체 호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보고 있다. 메모리 중심의 이익 급증과 세트 사업의 수익성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같은 전자업종 내에서도 사업 구조에 따른 실적 격차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분기라는 분석이다. 향후 실적 차별화의 기준 역시 ‘AI 수혜 여부’에서 ‘세트 부진을 상쇄할 포트폴리오 확보 여부’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변수도 남아 있다. 최근 일부 메모리 현물가격이 하락 전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AI 투자 둔화 가능성 등이 업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빅테크 중심의 안정적 수요와 장기 계약 구조를 고려할 때 메모리 업황의 큰 흐름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반도체 호황 자체보다, 세트 부진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갖췄느냐가 실적을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며 “AI 수요가 이어지더라도 기업별 성과는 포트폴리오에 따라 크게 갈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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