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할 때 소금만큼이나 자주 손이 가는 양념이 바로 후추다. 고기의 잡내를 잡아주고 음식의 풍미를 올려주는 후추는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료다. 하지만 마트에 가면 원통에 담긴 통후추와 고운 가루 형태의 순후추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이 둘은 단순히 모양만 다른 것이 아니라 맛과 향, 그리고 쓰임새에서 큰 차이가 있다. 후추를 더 맛있고 안전하게 즐기기 위한 보관법과 유효기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통후추와 순후추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
◇ 향을 중시한다면 통후추, 간편함을 원한다면 순후추
먼저 통후추와 가루 형태인 순후추의 가장 큰 차이는 향의 깊이다. 후추 열매를 그대로 말린 통후추는 껍질 속에 향기 성분을 꽉 가두고 있다. 요리 직전에 그라인더로 바로 갈아서 쓰면 껍질이 깨지면서 안에 있던 강한 향이 순식간에 퍼진다. 그래서 스테이크처럼 고기의 풍미를 극대화해야 하는 요리에는 통후추를 바로 갈아서 쓰는 것이 훨씬 좋다.
반면 우리가 흔히 '순후추'라고 부르는 가루 후추는 미리 곱게 갈아놓은 제품이다. 입자가 고와서 국물 요리나 무침 요리에 넣었을 때 겉돌지 않고 골고루 섞이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가루가 된 상태로 공기와 오래 접촉하기 때문에 통후추에 비해 향이 빨리 날아가는 단점이 있다. 후추 본연의 알싸한 향보다는 후추의 매운맛을 고르게 퍼뜨리고 싶을 때나 바쁜 요리 시간에 간편하게 뿌려 쓰기에 적당하다.
◇ 후추의 천적은 '열기'와 '습기'
많은 사람이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후추통을 가스레인지 바로 옆이나 조리대 위에 두는 것이다. 요리할 때 손에 잘 닿아 편하기 때문이지만 이는 후추의 맛을 떨어뜨리는 지름길이다. 후추의 향기 성분은 열에 매우 약하다. 가스레인지 주변의 뜨거운 열기는 후추통 내부의 온도를 높여 향을 변하게 하고 맛을 맹맹하게 만든다.
습기도 문제다. 요리하는 냄비 바로 위에서 후추통을 흔들어 뿌리면 냄비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수증기가 후추통 안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들어간 습기는 가루 후추를 덩어리지게 만들고 심한 경우 곰팡이가 생기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후추를 뿌릴 때는 냄비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서 뿌리거나 접시에 따로 덜어서 넣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보관 장소는 그늘지고 서늘하며 건조한 곳이다. 싱크대 아래 수납장이나 찬장이 가장 적당하다. 빛에 오래 노출되면 색이 변하고 맛이 약해질 수 있으므로 불투명한 용기에 담거나 어두운 곳에 보관해야 한다.
◇ 후추에도 유효기간이 있을까?
가스레인지 옆 놓여진 후추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
후추는 수분이 거의 없는 마른 재료라 상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후추에도 엄연히 유효기간이 존재한다. 보통 마트에서 파는 후추의 유효기간은 제조일로부터 2년에서 3년 정도로 표기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우유처럼 바로 배탈이 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후추의 유효기간은 사실상 '맛과 향이 보장되는 기간'에 가깝다. 기간이 오래된 후추는 냄새를 맡아보았을 때 특유의 알싸한 향이 거의 나지 않고 나무 먼지 같은 냄새만 난다. 이런 후추는 요리에 넣어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므로 과감히 버리는 것이 낫다.
통후추는 가루 후추보다 훨씬 오래 보관할 수 있다. 껍질이 단단하게 보호해주고 있어 보관만 잘하면 3년 이상도 향이 유지된다. 반대로 가루 후추는 개봉하는 순간부터 향이 빠르게 사라지므로 가급적 작은 용량을 사서 1년 안에 다 먹는 것이 좋다. 만약 집에 있는 후추가 언제 산 것인지 기억나지 않는다면 흰 종이 위에 조금 뿌려보자. 색이 너무 흐릿하거나 코를 가까이 대도 재채기가 나올 만큼의 강한 향이 없다면 수명을 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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