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W진병원 격리·강박 사망 사건 재판에서 증인들의 진술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의료진이 고인의 복부팽만 증상을 “과식 때문”으로 판단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놓자, 유족은 “객관적 정황과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일 취재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진행 중인 W진병원 격리·강박 사망 사건 재판은 지난해 12월 15일 1심 첫 공판으로 시작됐으며, 증인심문은 지난달 23일 처음 열린 뒤 같은 달 25일과 30일에 이어 오는 4월 6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W진병원 사건은 2024년 5월 다이어트 약물 중독 치료를 위해 W진병원에 입원한 30대 여성 환자가 입원 17일 만에 격리·강박 상태에서 사망한 사건이다. 이후 폐쇄회로(CC)TV 영상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정신의료기관 내 격리·강박 실태와 인권 침해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파장이 확산됐다.
최근 재판의 쟁점은 사망 전 나타난 고인의 복부 팽만 증상에 대한 의료진의 판단과 대응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고인의 사인을 ‘급성 가성 장폐색’으로 판단했다. 장폐색은 장의 운동 기능 저하나 폐색으로 인해 음식물과 가스가 정상적으로 이동하지 못하는 질환으로 복부 팽만과 심한 통증, 구토 등이 나타나는 응급질환이다. 적절한 치료가 지연될 경우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다.
피고인 측 증인들은 복부 팽만 증상이 장폐색과 같은 응급 상황이 아니라 ‘단순 과식’으로 보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이어가고 있다. 즉 의료진이 당시 상태를 위중한 질환으로 인식하기 어려웠고 이에 따라 적극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과실로 보기 어렵다는 논리다.
5차 공판에서 증인은 고인의 복부 팽만 상태에 대해 “식사량 증가로 인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증인은 고인이 평소에도 식욕이 많은 편이었으며 “음식을 요구하거나 다른 환자들에게 얻어먹는 경우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한 복부 상태에 대해서는 “배가 나온 것을 밥을 많이 먹어서 살이 찐 정도로 생각했다”며 “특별히 이상하다고 느끼거나 위급하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계속 간식 등을 먹다 보니 배가 나온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증인은 고인의 복부를 직접 만지거나 마사지한 정황에 대해서도 이 같은 인식을 유지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복부를 문지르면서도 특별히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음식 섭취로 인해 배가 불어난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유족 측은 이 같은 증언이 사실과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책임 회피성 진술이라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고인이 입원 당시 키 160cm 초반에 체중 약 50kg 초반, 허리둘레 약 25인치 수준의 마른 체형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족 측은 “입원 한 달 전 사진과 CCTV 영상을 비교해 보면 ‘밥을 많이 먹어서 그런 줄 알았다’는 증언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입원한 지 17일 만에 외관상 임산부 수준으로 보일 정도의 복부 팽만이 나타난 것을 단순 식사량 증가로 설명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일부 증언 내용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호소했다. 이 유족은 “팽창한 복부를 마사지하는 장면이 CCTV에 담긴 것에 대해, 고인이 스킨십을 좋아해 복부를 만졌던 것처럼 표현하는 등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는 유족에게 또 다른 2차 가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공익인권법재단 조인영 변호사는 본보에 “이번 재판의 쟁점은 의료진이 고인의 복부 팽만 상태를 언제, 어느 정도로 인지했는지, 그리고 이를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이상 징후로 판단했는지 여부”라고 했다. 이어 “첫 증인신문 때도 검찰이 의료진을 상대로 배가 부른 상태를 언제 알았는지, 당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지를 계속 물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복용하는 환자에게서는 장폐색 등이 충분히 예상 가능한 부작용으로 거론된다”면서 “특히 복부 팽만은 신체상 중대한 이상 신호로 읽힐 수 있는 증상이다. 의료진이 이를 음식 섭취에 따른 현상으로만 이해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당시의 관찰과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책임을 비껴가려는 주장으로 읽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W진병원 격리·강박 사건 및 수사 경과
2024년 5월 26일 밤~27일 새벽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를 위해 W진병원 입원한 고인, W진병원 측에 복통과 배변 문제 호소. 5월 26일 오후~새벽까지 격리, 27일 자정~새벽까지 5포인트 강박 상태. 고인 사망 시각은 오전 4시 5분 이전으로 추정
2024년 7월 말
유족, 의료진을 유기치사·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고소
2025년 3월 31일
부천원미경찰서(초기 수사), 대한의사협회 감정 자문 결과 등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 중지됐던 사건이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송, 수사 재개
2025년 10월 26일
경기남부경찰청, 병원장과 의료진 등 12인을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
2025년 11월 12일
인천지검 부천지청, 주치의 1명을 구속기소하고 간호사 4명을 불구속기소. 검찰은 주치의가 복부 통증을 호소하던 환자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고 향정신성 약물 투여를 지시했으며, 진료기록 허위 작성과 무면허 의료행위, 불법 격리·강박 정황도 파악됐다고 밝힘
2025년 12월 15일 — 1심 첫 공판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1심 첫 공판이 열림. 검찰, 피고인들에게 의료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감금 혐의를 적용
2026년 1월 14일 — 1심 2차 공판
피고인들, 의료법 위반 혐의 인정.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는 부인
2026년 2월 13일 — 주치의 보석 결정
인천지법 부천지원, 구속돼 있던 주치의에 대해 보석 결정
2026년 3월 6일 전후
검찰, 병원장 포함 병원 관계자 7인에 대해 보완수사 요구, 적용 혐의 업무상과실치사와 정신건강복지법 위반 등
2026년 3월 23일 — 1심 4차 공판, 첫 증인신문
검찰 측 증인 2인 출석. 의료진의 대응, 장폐색 전조 증상 인지 여부 등 집중적인 심리 진행
3월 25일·30일 추가 심문, 4월 6일 후속 증인심문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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