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1일,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터널 붕괴 사고는 설계부터 시공, 감리에 이르기까지 건설 전 과정에서 벌어진 부실이 겹친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는 2일 지난 1년간의 면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사고 조사 결과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사조위 조사에 따르면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터널을 지탱하는 ‘중앙기둥’의 중대한 설계 오류인 것으로 드러났다. 설계 단계에서 실제로는 3m 간격으로 띄엄띄엄 세워야 할 기둥을, 틈새 없이 이어진 ‘통벽체’인 것처럼 잘못 계산한 것이다. 이 때문에 기둥이 버텨야 할 하중을 실제보다 2.5배나 작게 산정했고, 결국 기둥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기둥의 길이 또한 실제 현장 상황보다 훨씬 짧게 설계되는 등 구조적인 안정성이 처음부터 부족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 관리 역시 부실했다. 시공사와 감리단은 착공 전 설계 도면을 검토하면서도 이런 기초적인 오류를 전혀 걸러내지 못했다. 특히 터널을 파 들어가는 끝부분인 ‘막장’의 지반 상태를 숙련된 전문가가 직접 관찰해야 함에도 자격이 안 되는 직원이 이를 대신하거나 사진으로 대체한 사실도 이번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지반이 어긋나 있어 무너지기 쉬운 ‘단층대’ 구역을 파악하지 못해 사고를 키웠다.
총체적인 안전 불감증도 심각했다. 시공사는 사고가 나기 전까지 매일 해야 하는 자체 안전점검과 정기안전점검을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또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발주자의 승인 없이 공사를 다른 업체에 다시 맡기는 ‘불법 재하도급’이 이루어진 사실도 확인됐다. 터널 시공 순서를 마음대로 바꾸거나, 좌우 터널의 굴착 깊이 차이를 규정보다 크게 벌려 공사하는 등 안전 수칙을 무시한 행태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국토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재발 방지 대책을 강력히 추진하기로 했다. 먼저 땅속 상태를 확인하는 시추조사 간격을 기존 100m에서 50m로 좁혀 지반을 더욱 촘촘하게 확인하도록 했다. 터널 현장을 감시하는 사람의 자격 요건을 높이고, 감리자가 이를 반드시 직접 확인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아울러 터널 기둥 설계 시 3차원 입체 분석을 의무화해 구조적 안전성을 사전에 철저히 검증할 계획이다.
손무락 사조위원장은 “부실 설계와 시공을 저지른 업체들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고,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형사처벌을 위해 수사기관에 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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