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차기 대구시장으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지지한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 전 시장은 2일 페이스북에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한다”고 썼다.
또한 그는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하는 것”이라며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25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총리와는 한나라당 시절 같은 당에 있으면서 호형호제했고, 그가 민주당으로 건너간 후에도 그 관계는 변함이 없다”며 두 사람의 오랜 인연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는 이어 “막대기만 꽂아도 국민의힘이 (당선) 된다는 논리는 대구시민의 절박함을 모르는 정치인들의 신선놀음에 불과하다”며 “김 전 총리가 나서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며 친근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홍 전 시장의 이런 언급을 두고 대구지역 정가에서는 ‘두 사람의 연대가 선거에 결정적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홍 전 시장은 예상보다 일찍 김 전 총리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 진보와 보수간 일종의 ‘국공합작’ 실험이 이번 선거에서 얼마나 파괴력을 발휘할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홍 전 시장의 김부겸 지지 선언으로 영남 보수지형에도 균열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대구는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민의힘 절대 우위 지역이었지만 홍 전 시장이 직접 그 논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면서 정치 지형 자체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홍 전 시장이 강조한 ‘중앙정부와 잘 협력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그동안 대구에서 통했던 보수인사 일변도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파급력이 클 전망이다.
특히 홍 전 시장이 야당 소속으로서 시정을 직접 운영해봤기 때문에 그 한계를 절감했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여당 사람이 아니면 예산 따오기도 어렵고 지역 발전도 힘들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여당의 힘 있는 중진을 뽑아 대구의 실질적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논리가 이번 선거에서 얼마나 먹힐지도 관전 포인트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홍 전 시장의 ‘중앙정부와 협력 가능한 사람’이라는 인물 기준이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략적 주장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전 시장은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탈락한 뒤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정계은퇴까지 선언한 바 있다.
대선을 앞두고 당내 유력 대권주자가 탈당을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사건이다. 이에 대해 당시 홍 전 시장의 이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30여년 동안 은혜를 입은 홍준표 전 시장이 경선 탈락의 앙금 때문에 무책임하게 탈당을 하는 것이 너무 이기적이다. 자신을 살려 주었던 우물에 침을 뱉고 떠난 것’이라는 얘기다.
국민의힘에서도 그의 ‘배신’에 대해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출하는 의원도 있다. 친한계 진종오 의원은 페이스북에 “노망 난 정치인의 말로를 보여준다. 그저 국민의힘에서 자신을 대선 후보로 안 해줬다고 밑도 끝도 없이 뒤끝 작렬”이라며 “본인 말씀처럼 제발 정계 은퇴 좀 하시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런 논란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홍 전 시장의 김부겸 전 총리 지지 선언이 그렇게 파괴력이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영남권 보좌관은 이에 대해 “홍준표 전 시장은 지난해 대선 경선 이후 스스로 정치를 떠났다. 그런데 그 후에도 계속 정치에 참견하는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며 “정계은퇴는 말뿐이고 간접적으로 정치에 계속 간섭하는 듯한 언행이 국민들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김 전 총리에 대한 호평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직접 지지 선언까지 하는 것은 오지랖이다. 더구나 지난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당원들에게 배신당했다는 묵은 감정 때문에 김부겸이라는 인물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지지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홍준표 전 시장의 김부겸 지지는 대구 정치의 미래와 변화의 가능성을 예견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히 유효한 변수로 작용할지, 아니면 개인적 감정이 개입된 일회성 발언에 그칠지는 결국 대구 유권자들의 판단에 달려 있다. 이런 점에서 홍 전 시장의 지지에 대해 김 전 총리가 쌍수를 들고 환영할지, 아니면 ‘마음만 받겠다’며 거기를 둘지, 그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김부겸-홍준표 합작 변수’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파괴력 있는 연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보수층 결집을 자극하는 역풍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동시에 제기된다. 대구가 어느 지역보다 의리와 신뢰를 중시하는 보수의 텃밭이기 때문에 특히 김부겸 전 총리의 전략적 판단이 중요할 전망이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