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샤이닝'이 결국 시청률 0%대 추락이라는 냉혹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애틋한 첫사랑을 내세워 감성을 자극하려 했지만, 시청자들의 선택을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감정은 넘쳤지만 설득력은 부족했고, 이야기의 힘은 끝내 시청자를 붙잡지 못했다.
JTBC 금요드라마 '샤이닝'(극본 이숙연/연출 김윤진)은 첫사랑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꺼내 들며 공감을 노렸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익숙함을 새롭게 재해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미 수많은 작품에서 반복되어 온 서사를 답습하면서도, 이를 뛰어넘는 감정의 밀도나 서사의 확장은 보여주지 못했다.
연태서(박진영 분)와 모은아(김민주 분)의 관계는 시간의 흐름을 축으로 두 차례의 이별을 그려냈지만, 그 과정은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 인물의 선택과 감정 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보다, 특정 장면을 위해 급하게 소비되는 인상이 강하다. 시청자는 이들의 감정을 따라가기보다, 왜 이런 선택을 하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특히 엇갈림의 방식은 설득력보다 편의성에 기댔다. 관계를 흔드는 사건들이 인물의 내면에서 비롯되기보다 외부 상황과 오해에 의존하면서, 갈등은 깊어지지 못하고 표면을 맴돈다. 이별조차 축적된 감정의 폭발이라기보다 반복되는 장치처럼 소비된다.
두 번의 이별 역시 구조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첫 번째는 거리와 상황, 두 번째는 오해와 현실의 무게라는 외피만 바뀌었을 뿐,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 결과 감정은 누적되기보다 희미해지고, 극이 전달하려는 애절함 역시 힘을 잃는다.
연출 또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감정을 강조하기 위한 느린 호흡과 클로즈업이 반복되지만, 장면을 지탱할 서사가 부족하다 보니 오히려 과잉된 감정 연출로 비친다. 시청자가 감정을 느끼기 전에 연출이 먼저 감정을 강요하는 구조다.
음악과 분위기 역시 감정을 끌어올리는 장치로 활용되지만, 이야기의 설득력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장면의 분위기는 남지만, 그 감정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여운 대신 공허함이 남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현실 감각을 떨어뜨리는 연출이다. 음주 후 운전과 숙취 상태 운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도, 이를 명확히 경계하는 시선이 부족했다. 서사의 긴장을 위한 장치로 소비된 이러한 장면은 작품의 신뢰도를 크게 훼손했다.
실제로 해당 장면은 시청자 민원으로 이어졌고, 공적 매체로서의 책임 문제까지 제기됐다. 감정선에 몰입해야 할 순간에 불필요한 논란이 개입되면서, 작품에 대한 집중도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시청률 하락은 예견된 수순에 가까웠다. 2%대로 시작해 1% 아래로 떨어진 수치는 외부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지난 27일 방송된 7,8회는 0.8%라는 처참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야기 자체의 경쟁력이 부족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첫사랑이라는 소재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이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샤이닝'은 그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익숙한 감정에 머무르며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결국 시청자의 선택에서 멀어졌다.
감정의 깊이를 확보하지 못한 멜로는 쉽게 소비되고 빠르게 잊힌다. 이번 작품이 남긴 결과는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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