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최진승 기자] 우리나라 전통 연희의 산실이자 전승을 책임지고 있는 '무형유산 전수교육관'이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1970~80년대 연습실로 시작된 전수교육관은 최근 시대적 흐름에 맞춰 시민들과 호흡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시민들의 문화적 쉼터이자 예술과 기술이 만나는 혁신의 공간으로 변화를 꾀하는 것. 일각에서는 전승자 고유의 연습 공간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보존’의 골방에서 ‘소통’의 광장으로
과거 전수교육관은 보유자와 이수자들이 모여 기예를 닦는 폐쇄적인 '전습소'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2025년 말 기준 전국에 건립된 168개소의 전수교육관은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일 종목 위주의 소규모 전수관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관(서울 강남)이나 익산시 국가무형유산 통합전수교육관처럼 여러 종목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내는 복합형 공간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공연과 전시, 교육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문화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
전수교육관은 전통예술의 연속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보유자로부터 전수생으로 이어지는 사습(私習)의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전통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필요한 일이다. 기록되지 않은 몸짓과 소리를 전승하는 데 있어서 전수교육관은 일종의 '살아있는 아카이브' 역할을 해왔다.
전수교육관은 지역 문화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 부산의 '수영민속예술관'이나 안동의 '하회별신굿탈놀이 전수교육관'처럼 지역 고유의 민속 예술을 보존하면서 지역민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일반인 대상의 체험 프로그램과 정기 공연을 통해 전통문화를 일상의 취미로 즐길 수 있게 함으로써 지역민들의 문화 향유권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 전수교육관의 지역별 편중, 입주종목 쏠림현상은 '숙제'
하지만 지역별 편중과 전승의 불균형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수도권과 특정 예술 본고장에 전수교육관이 집중되면서 문화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전남(25개), 경남(25개), 경기(20개) 지역이 전체의 41%를 차지하는 반면, 대구(1개), 울산(0개), 세종(1개) 등 대도시임에도 전승 인프라가 부족한 곳도 있다. 또한 서울에 국가유산 종목의 20%가량이 집중되어 있고, 지역의 시·도지정 종목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소규모 시설에 머물고 있다.
지방비 부담이 큰 구조(국비·지방비 매칭 124개소) 탓에 지자체들은 전수교육관을 '돈 먹는 하마'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에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복합화'를 택하기도 한다. 순수 교육만으로는 운영비 조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문을 여는 전수교육관들이 전시관, 카페, 체험장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선회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는 시민 접근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 전승자의 고유 연습 공간이 침해받을 수 있는 우려도 낳는다.
◇ 전수교육사와 젊은 전수생들 수혈할 묘책은?
물리적 공간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을 채울 사람이다. 지역 전수교육관에 전문 인력과 전승자를 유치하기 위한 혁신적 대안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에는 전통 연희 이수자들이 지역 전수관에 상주하며 작업할 수 있도록 주거와 창작 지원금을 연계하는 거주형 전승 프로그램(Artist-in-Residence)이 도입되고 있다. 이는 전수교육관을 전통의 현대화를 연구하는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방안이다.
다만 전문 교육사 배치를 의무화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뒤따라야 한다. 현재 일부 시·군에만 배치된 문화예술교육사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이들이 전수교육관 운영 기획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경력 경로(Career Path)를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역 전통예술 보존회 한 관계자는 "젊은 전통 예술가들이 전수교육관에서 경제적 자립을 꿈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전수교육관의 미래는 전통을 보존만 하는 곳이 아니라 전통을 끊임없이 변주하고 재생산하는 현재 진행형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평택과 청주에서 무형유산 전수교육관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전수교육관이 설립 신고된 것은 2023년 이후 3년 만이다. 전수교육관의 새 변화가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전통예술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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