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박덕흠-이한구 평행이론…공천이 부른 보수의 자멸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성기노의 뉴스 피처링] 박덕흠-이한구 평행이론…공천이 부른 보수의 자멸

투데이신문 2026-04-02 10:25:26 신고

3줄요약

하루 10분, 오늘의 주요 이슈를 사실-맥락-관점의 세 축으로 풀어드립니다. 음악에서 ‘피처링’은 협업과 도움을 뜻하고, 저널리즘의 Feature는 단순 속보가 아닌 깊이 있는 맥락과 스토리를 다룹니다. 〈뉴스 피처링〉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담아 뉴스의 본질과 함의를 알기 쉽게 풀어내 여러분의 뉴스 생활을 입체적으로 피처링 해드리겠습니다.

국민의힘이 1일 박덕흠 의원을 당 공천관리위원장에 내정했다. 사진은 지난 3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는 장 대표와 박 의원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이 1일 박덕흠 의원을 당 공천관리위원장에 내정했다. 사진은 지난 3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하는 장 대표와 박 의원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국민의힘이 1일 박덕흠 의원(보은·옥천·영동·괴산)을 당 공천관리위원장에 내정했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다선 중진 의원으로 당내 신망이 높은 박덕흠 의원을 공관위원장으로 모시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박덕흠 의원은 충북 지역에서 내리 4선을 기록했고 올해 재산신고에서 547억 9500만원을 기록한 당내 최고 재력가이기도 합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풍부한 정치 경험과 당내 친화력을 바탕으로 자칫 분열될 수 있는 선거 국면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또한 “이정현 전 위원장이 강력한 인적 쇄신을 주도하며 당내 파열음이 커졌던 만큼 정무적 감각이 뛰어난 박 의원을 통해 공천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장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지지율이 바닥을 모르고 빠지고 있음에도 아무런 위기의식도 없이 당내 대표적 기득권 중진을 임명한 것은 선거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라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박 의원의 기용은 혁신보다 안정과 관리에 방점을 찍은 인사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공천을 통해 새로운 인물을 수혈해 혁신을 하기보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주류측의 명령에 잘 따를 만한 인물을 공천하겠다는 노골적인 선언이기도 합니다.

박덕흠,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3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충북도지사 경선 관련 장동혁 대표와 면담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덕흠,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3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충북도지사 경선 관련 장동혁 대표와 면담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특히 박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정진석 전 의원과 사돈 관계로 얽혀 있습니다. 지방선거 공관위원장의 친인척 관계도에서 윤석열이라는 이름이 다시 어른거린다는 점이 대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습니다.

더구나 4선을 거치면서 다수의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있는 박 의원이 공천이 어떤 경로를 통해 이뤄지고 주류의 ‘오더’가 어떻게 실행되는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인물입니다. 한마디로 장동혁 대표의 의중을 충실하게 반영하되 골치 아픈 쇄신형 인물은 거르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이번 인사는 “공천을 통해 당을 바꾸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공천을 틀어쥐고 계속 가겠다”는 시그널입니다. 정치권에서는 박덕흠 의원의 역할을 ‘칼을 드는 개혁 위원장’이 아니라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관리 위원장’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친윤과 비윤, 수도권과 영남, 신인과 현역 사이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대신 기존 질서를 크게 흔들지 않는 선에서 공천을 배분하는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특히 재보궐선거 공천도 장 대표의 당권을 지켜줄 만한 후보 위주로 선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장 대표의 이런 퇴행적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느냐입니다. 공천이 혁신이 아니라 내부 권력 조정으로 변질될 때 어떤 정치적 파장이 발생하는지는 이미 보수정당이 몇 차례 뼈아프게 경험한 바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이한구 전 의원의 공천 전횡입니다.

지난 2016년 3월 24일 당시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20대 총선 공관위 마지막 브리핑을 하며 안경을 올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016년 3월 24일 당시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20대 총선 공관위 마지막 브리핑을 하며 안경을 올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한구 당시 공관위원장은 한국 정치사에서 공천권을 권력의 칼춤으로 타락시킨 대표적인 인물로 기록됩니다. 당시 그는 당헌·당규에 명시된 국민 참여 경선 원칙을 무시하고 소위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며 갈등과 혼란을 야기한 장본인이었습니다.

당시 이한구 위원장이 저지른 구체적인 전횡 사례는 보수 정당의 몰락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승민 고사 작전입니다. 이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힌 유승민 의원을 축출하기 위해 공천 발표를 고의로 지연시켰습니다.

당시 당 안팎에서는 “스스로 당을 떠나게 하거나 무소속 출마 시기를 놓치게 하려는 비겁한 시간 끌기”라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유 의원이 공천 마감 직전 탈당하자 이 위원장은 “우리 당에 침을 뱉고 떠났다”며 인격 모독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 위원장은 또한 이재오 의원을 비롯해 주호영, 진영 등 비박계 중진들을 합리적 기준 없이 대거 컷오프했습니다. 그냥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추상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계파 이익을 관철한 것입니다.

이 위원장의 공천 전횡은 법원이 직접 제동을 걸 만큼 독단적이었습니다. 총선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둔 시점에 법원은 ‘공천 효력 정지’라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리며 이한구 공천위의 둑주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법원이 문제 삼은 것도 다름 아닌 공천위의 ‘독단적인 운영 행태’였습니다.

지난 2016년 3월 15일 당시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7차 경선지역 및 단수 우선추천지역 발표를 하던 중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종희 위원, 황진하 부위원장, 이한구 위원장, 홍문표, 김회선 위원. 이 공천 발표에서 친박 핵심인 윤상현 의원과 비박 5선인 이재오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공천 배제하기로 했다고 전했고 유승민 의원의 공천 여부 발표는 또 보류됐다가 최종 탈락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016년 3월 15일 당시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7차 경선지역 및 단수 우선추천지역 발표를 하던 중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종희 위원, 황진하 부위원장, 이한구 위원장, 홍문표, 김회선 위원. 이 공천 발표에서 친박 핵심인 윤상현 의원과 비박 5선인 이재오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공천 배제하기로 했다고 전했고 유승민 의원의 공천 여부 발표는 또 보류됐다가 최종 탈락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는 최근 법원의 김영환 충북도지사 컷오프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을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 새누리당은 공천 번복을 요구하는 줄소송이 이어지면서 선거전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치명적인 내상과 분열을 안고 출발을 했던 것입니다.

또한 이 위원장은 당시 김무성 당 대표가 추진하던 상향식 공천 제도를 허송세월이라 깎아내리며 1인 독재형 공천 시스템을 강행했습니다. 이는 결국 김무성 대표의 ‘옥새 들고 나르샤’라는 전대미문의 희극적 사태를 초래했고 당은 회복 불가능한 분열 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이한구 공관위원장 체제의 새누리당은 압승 예상을 뒤엎고 제1당 자리를 민주당에 내주며 탄핵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결국 이한구 공천은 ‘개혁’이라는 명분과 달리 당내 분열을 촉발했고 선거 국면에서 정책과 비전이 아니라 공천 갈등이 전면에 부각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4·13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이라는 여소야대 구도가 만들어지고 말았습니다. 당시 범야권 의석수를 감안하면 집권여당의 참패라고 봐야 할 정도로 심각한 패배였습니다.

장동혁 대표가 박덕흠이라는 기득권 중진을 기용한 장면은 2016년 새누리당의 이한구 공관위원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흘러가는 분위기도 당시와 너무도 흡사합니다. 공천 잡음이 법원으로 번지고 가처분 인용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당 지도부는 관리형 수구인사를 공관위원장에 재임명하며 독주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2월 10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접견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015년 2월 10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접견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새누리당은 선거 패배 뒤 ‘국민백서’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당 사무처, 당직자, 유권자, 출입기자, 전문가 등의 의견을 모아 패인 분석을 한 것입니다. 주요 패인으로는 계파 갈등, 공천 파동, 불통, 자만 등이 꼽혔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독단이 민심 이반의 원인으로 크게 작용했다”는 정치학자의 평가도 나옵니다.

또한 “특정인물 찍어내기, 공천 학살을 감행했다”는 당 사무처의 평가, “공관위의 행태 및 공천 전반”이 가장 큰 잘못이라는 내부 설문 결과도 포함됐습니다. 2016년 새누리당과 2026년 국민의힘은 마치 일란성 쌍둥이같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공천 혼란 풍경은 경선조차 허용하지 않는 ‘찍어내기’, 기준 없는 ‘패키지 학살’, 법원이 제동을 걸 정도의 독단과 무리수까지 어느 것 하나 다르지 않은 게 없습니다. 그리고 그 끝이 선거 참패로 이어진다면 새누리당과 국민의힘의 평행이론은 마침내 화룡정점이 이뤄집니다.

10년전이나 지금이나 그들만의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하고 있는 보수정당은 여전히 국민 두려운 줄 모르고, 또 부끄러운 줄도 모릅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