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AI 반도체가 실제 산업 현장에 본격적으로 투입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단순 기술 검증을 넘어 도로, 유통 매장 등 실생활 인프라로 확산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피지컬 AI 반도체 기업 딥엑스와 롯데그룹 IT 서비스 계열사 롯데이노베이트는 AI 반도체 기반 양산 협력 개발에 착수했다고 2일 밝혔다. 양사는 그간 진행해온 성능 검증(PoC)을 마친 뒤 실제 현장 적용을 위한 양산 단계로 전환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클라우드 중심 AI 구조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직접 데이터를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 확산이다. 딥엑스의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활용해 교통, 유통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실시간 분석과 의사결정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양사가 우선 추진하는 분야는 교통과 리테일이다. 도로 인프라에서는 AI 엣지 카메라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교통 밀집 구간에서 차량 흐름 분석과 이상 상황 감지를 현장에서 즉시 수행하는 방식이다. 중앙 서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고 통신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유통 매장에서는 스마트 CCTV 구축 협력이 진행된다. 고객 동선 분석, 안전 관리, 재고 모니터링 등을 AI로 자동화하는 구조다. 특히 대형 매장에서 수천 대의 카메라를 운영하는 환경에서 저전력·고효율 AI 처리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롯데이노베이트 측은 딥엑스 NPU의 성능과 효율성을 양산 협력 결정의 주요 배경으로 설명했다. 연산 성능과 발열 제어, 가격 경쟁력에서 기존 대안 대비 우위를 확인했다는 평가다. 또한 SDK 완성도가 높아 다양한 AI 모델을 즉시 구동할 수 있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이번 협력은 AI 반도체 시장에서도 의미가 크다. 기존에는 GPU 기반 클라우드 인프라가 주류였지만, 전력 소비와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NPU 기반 엣지 AI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딥엑스는 저전력·저발열 구조를 앞세워 동일 수준의 AI 추론 성능을 구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규모 카메라 환경에서 GPU 대비 전력 사용량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은 실제 도입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AI 반도체의 ‘실제 수익 모델’ 검증 단계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유지 비용, 확장성, 운영 효율까지 종합적으로 평가받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양사는 교통·유통 분야를 시작으로 제조, 로봇, 스마트팩토리, 안전 관제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 그룹 전반의 사업장을 실증 환경으로 활용하는 전략도 포함됐다.
특히 롯데이노베이트는 자체 AI 알고리즘을 딥엑스 SDK에 최적화해 표준 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산업 현장에 AI 솔루션을 빠르게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딥엑스는 글로벌 공급망 관리 역량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제품 공급 체계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AI 반도체 특성상 수급 안정성이 사업 확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딥엑스 김녹원 대표는 이번 협력에 대해 “AI 반도체가 실제 도로와 매장이라는 핵심 인프라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롯데이노베이트 역시 단순 기술 도입이 아닌, 그룹 전반의 AI 인프라 전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강조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라는 평가도 나온다. 온디바이스 AI가 모든 환경에서 클라우드를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하며, 데이터 통합과 운영 표준 문제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력은 국내 AI 반도체가 ‘실험실 기술’에서 ‘산업 인프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향후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질지에 따라 국산 AI 반도체 생태계의 방향성도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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