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기술과 감성의 교차점, 조명으로 일상의 혁신을 밝히다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가전 속에서, 사용자는 기능이 지나치게 추가되어 피로도와 복잡함이 커지는 역설적인 상황에 종종 놓이곤 한다. 여기, 기술이 사람에게 맞추어 가장 자연스럽게 다가가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스마트 조명 시장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기업이 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후 20년 가까이 엔지니어로 활약해 온 이율삼 대표가 설립한 ‘엑스랩(XLAB)’이다. 엔지니어링과 디자인, 그리고 인간의 감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전에 없던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만들고 있는 그의 남다른 도전기를 들어보았다.
온디바이스 AI 조명, ‘에코 라이트’
이율삼 대표는 대학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후 병역특례 연구원으로 5년, 외국계 반도체 회사 기술지원 엔지니어로 약 11년간 굵직한 경력을 쌓아온 기술 전문가다. 과거 3년가량 개인 사업을 경험하기도 했던 그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늘 ‘언젠가는 내가 직접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열망을 품고 있었다. 그 열망의 도화선이 된 것은 취미로 시작한 3D 프린터 작업이었다.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실제 형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큰 흥미를 느낀 그는 결국 “전자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만들자”는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사명인 엑스랩(XLAB)의 ‘X’는 서로 다른 분야의 교차를 의미한다. 기술만으로 제품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엔지니어링, 디자인, 사용자 경험(UX), 그리고 감성적인 요소가 함께 융합될 때 비로소 새로운 가치가 탄생한다는 이 대표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단순히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아니라, 다양한 아이디어가 교차하는 ‘실험실’이 되기를 바라는 비전에서 출발한 것이다.
엑스랩이 세상에 처음 선보인 야심작은 온디바이스 AI 전문업체인 감바랩스와 협업하여 제작한 음성 인식 무드등 ‘에코 라이트(Echo Light)’다. 에코 라이트는 해 질 무렵, 낮과 밤이 교차하는 순간의 감성을 담은 조명 브랜드다. 이 제품의 가장 큰 차별성은 복잡한 앱 설치나 네트워크 설정 없이, 기기 자체에서 음성을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탑재했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에코 라이트, 불 켜줘”, “더 밝게”, “색상 바꿔줘”와 같이 일상적인 말을 건네기만 하면 조명이 즉각 반응한다. 또한 서버를 거치지 않는 방식을 채택하면서도 기존의 고질적인 오인식 문제를 대폭 개선하여 직관적이고 편리한 사용성을 확보했다.
빛의 품질과 디자인에서도 기존의 틀을 깼다. 에코 라이트는 일반적인 조명에서 잘 쓰이지 않는 1850K의 매우 따뜻한 색온도를 구현해 블루라이트 비율을 2% 이하로 최소화했으며, 수면 방해 없는 편안한 빛을 제공한다. 또한 기존의 둥근 조명 형태를 벗어나 과감한 사각형 구조를 채택했다. 이는 수평선 아래의 어둠과 그 위로 솟아오르는 빛의 교차점, 즉 노을의 감성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하단에는 자석이 내장되어 있어 냉장고 등 철판에 부착할 수 있고,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전용 브라켓(Bracket)과 독(Dock) 시스템을 통해 수평, 수직, 역방향 등 자유로운 공간 연출이 가능하다.
종합 가전 기업을 향한 도약
이율삼 대표는 엑스랩의 제품 개발 과정을 “일종의 작가적 작업”이라고 묘사한다. 대중이 익숙하게 여기는 그저 ‘예쁜 조명’을 모방하기보다는, 고집스럽더라도 명확한 주제와 개념을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실험 정신을 중요하게 여긴다. 기획부터 회로 설계, 펌웨어 개발, 시제품 제작까지 제품 탄생의 핵심적인 과정을 이 대표 홀로 직접 수행할 수 있기에, 다른 의견에 타협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엑스랩만의 독창적인 정체성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었다.
물론 모든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전자 시스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은 익숙한 영역이었으나, 기구 설계나 금형 제작 등의 생산 공정에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러한 어려움조차 새로운 도전이자 모험으로 즐기며 극복해 냈다.
엑스랩은 현재 제품의 영역을 ‘일상의 안전’으로까지 넓히고 있다. ‘소리로’와 협력하여 에코 라이트에 긴급 호출 기능을 추가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사용자가 위급 상황에서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면 조명이 이를 인식해 연동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지정된 지인에게 긴급 문자를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는 향후 독거노인이나 1인 가구 등의 안전망 구축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정식 출시를 기점으로 유통 채널 확장을 준비 중인 이 대표는, 향후 화자 인식과 능동적인 대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AI 기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또한 포터블 무드등에 이어 테이블 램프, 장 스탠드로 라인업도 다각화할 예정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가 바라보는 최종 목표는 엑스랩을 ‘한국의 다이슨’과 같은 종합 가전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조명 제품의 성공 이후에는 냉장고나 선풍기 등 다른 가전제품에도 도전하여, 단순히 기능을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제품의 효율과 사용 방식을 완전히 뒤엎는 혁신을 선보이겠다는 굳건한 포부를 밝혔다. 가장 차가운 기술로 가장 따뜻한 일상의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이율삼 대표. 끊임없이 교차하고 진화하는 엑스랩의 멈추지 않는 실험이 우리 삶의 풍경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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