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국제유가 충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총재 후보로 지목된 신현송 후보자가 ‘매파적 성향’으로 평가되면서 타이트한 물가 관리에 기반한 통화 긴축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2일 서울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3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20일, 3.412%) 대비 0.218%포인트 오른 3.630%으로 마감했다. 이는 22일 한국은행(이하 한은) 총재 후보자로 매파적 성향의 인물이라는 평가가 있는 신현송 후보가 지목되자 시장에서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 후보자는 지난 2022년 G20 글로벌 금융안정 컨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은 한번 시작되면 처음에는 국한된 품목만 오르다가도 점점 품목의 수가 넓어지고 다른 가격이 연쇄적으로 상승하는 상호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연결고리를 처음부터 끊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지난달 31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통화정책 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매파 여부는 중요하지 않으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28원대까지 올랐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수입물가 상승이 가시화되고 있어 환율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 우려 역시 기준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화투자증권 김성수 연구원은 “환율이 빠르게 약세로 진행된 부분이 금융안정 측면에서 기준금리 인상 명분으로 작용한다”며 “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 모두 물가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어 종합적으로 보면 7월 한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곧 현실화될 것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신 후보자는 “중동 상황으로 취약 부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정책적 완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명 소감에서도 “물가, 성장, 금융안정을 감안한 균형 있는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 고민할 것”이라며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급발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 신 후보자는 지난달 16일 BIS 기자간담회에서 “공급 측면의 충격이 일시적이라면 통화 정책으로 대응하지 않고 그 영향을 지켜보는 것(Look-through)이 교과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중동발 유가 급등을 일시적 공급 충격으로 해석한다면 금리를 인하해야 할 요인이 줄어드는 것이다.
내수 환경이 인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추경 등을 통해 내수부진이 소폭 완화되긴 했으나 고물가가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 둔화를 유발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경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는데, 긴축을 강화할 경우 경기 둔화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남대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는 “아무리 금융안정을 중요하게 여기더라도 현재처럼 어려운 상황에 물가·금융 안정만을 생각하고 금리를 인상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현재 우리나라는 석유최고가격제 등으로 물가 변수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를 잡을 확률은 낮다”고 설명했다.
증시도 리스크 변수로 떠올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증시에 추가 하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유동성 축소 국면에서는 채권시장 불안 등 위험 요소가 증폭될 수 있으며, 시장에 유입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주식시장은 단기 조정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코스피는 최근 하락세를 유지하다 전날 소폭 반등한 상태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주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추가 긴축 신호가 나올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고유가로 인해 경기 하방 압력이 커져 금리를 동결할 확률이 크다”며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증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짚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이 이란 전쟁이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시간을 두고 주시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금리 인상 우려에 선을 그었다. 신 후보가 타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경로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힌 만큼 선제적 금리 인하가 단행될 확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한편 신 후보자는 이달 중 인사청문회를 거쳐 이창용 총재 임기 만료일인 20일 전후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첫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5월 28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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