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균형상실 시대의 균형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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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워치] 균형상실 시대의 균형 찾기

연합뉴스 2026-04-02 09: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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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한은 총재 후보자로 지명된 것은 개인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지만, 그에 앞서 지금과 같은 엄중한 시기에 통화정책을 이끌게 된 것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물가, 성장, 그리고 금융안정을 감안한 균형 있는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영해나갈 것인지 고민하겠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 지난달 22일 발표한 지명 소감)

출근하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출근하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서울 중구 한화금융플라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준비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6.4.1 saba@yna.co.kr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 경제 성장을 이끌고, 그 성과가 다시 재정 확충으로 이어지는 역동적인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 지금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과감함과 미래 세대를 향한 책임감 사이에서 황금 균형을 반드시 지켜내겠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지난달 25일 온라인 취임식 취임사)

거시재정 금융간담회, 발언하는 박홍근 장관 거시재정 금융간담회, 발언하는 박홍근 장관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거시재정 금융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4.1 uwg806@yna.co.kr

상반되고 상충하는 요인들 속에서 양쪽의 목표를 모두 충족할 균형점을 찾는 것은 지난한 과제다. 한쪽 목표를 중시해 해결을 모색하면 반대편의 목표가 충족되지 않거나 훼손되게 마련이다. 섣불리 균형을 표방한다며 이도 저도 아닌 지점에 머물면 외려 양쪽으로부터 욕을 먹게 된다. 어차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순 없으니 한 마리라도 잡자고 하면 당초 목표였던 균형은 공염불이었냐는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된다.

최근 비슷한 시기에 국가 경제의 중책을 맡게 된 두 공직자의 소감에서 '균형'이라는 정책 목표가 등장했다. 우선 지난달 말 지명돼 인사청문회를 준비 중인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첫 소감에서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을 감안한 균형 있는 통화정책'을 언급했다. 한은의 최우선 과제는 물가 안정이지만 성장과 금융안정도 소홀히 할 수 없는 통화정책의 목표다. 문제는 이 목표들을 동시에 충족하기가 불가능에 가깝고 정책수단도 서로 상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단순화하면 한은이 뛰는 물가를 잡으려 기준금리를 올리고 돈줄을 죄면 경기가 어려워지고,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고자 금리를 내려 돈줄을 풀면 물가가 오른다. 물가와 성장 사이의 균형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도체 등 수출 호조에 역대 5위, 컨테이너 가득한 신선대, 감만부두 반도체 등 수출 호조에 역대 5위, 컨테이너 가득한 신선대, 감만부두

(부산=연합뉴스) 강선배 기자 =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경상수지는 132억6천만달러(약 19조7천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사진은 이날 부산항 신선대부두,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2026.3.6 sbkang@yna.co.kr

지난달 25일 취임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도 '지금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과감함과 미래 세대를 향한 책임감 사이의 황금 균형'을 지키겠다고 했다. 현재의 국내 경기는 이란전쟁 여파까지 가중돼 추경 등 재정 투입의 필요성이 크다. 하지만 이로 인한 물가 자극 걱정과 함께 미래 세대를 위해 재정 건전성을 지켜야 한다는 반대편의 목소리에 귀를 닫을 순 없다. 현재 경기 살리기에 우선 목표를 두고 재정을 풀면 나라 곳간이 부실해질 우려가 있고, 미래를 위해 곳간 문을 닫자니 지금 경기가 무너지게 되는 딜레마다.

균형 찾기가 어려운 과제지만, 두 사람 모두 충돌하는 가치의 균형을 외면하지 않고 이를 달성하고자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은 다행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의 경우 통화 긴축을 주장하는 '매파'나 통화 완화를 주장하는 '비둘기파'로 나누는 이분법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경기 여건에 따른 유연한 대처를 표방했다. 기획예산처가 적극 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내년 의무 지출은 10%, 재량 지출은 15%를 줄이는 지출 구조조정에 나선 점도 평가할만하다.

추경 예산안 브리핑 마친 박홍근 기획처 장관 추경 예산안 브리핑 마친 박홍근 기획처 장관

(세종=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2026년도 추가경정 예산안에 대한 브리핑을 마친 뒤 브리핑룸에서 나가고 있다. 2026.3.31 utzza@yna.co.kr

경기 상황부터 소득, 자산 등의 빈익빈 부익부가 갈수록 극심해지는 양극화의 시대다. 'K자형'이니 'E자형'이니 하는 균형 상실의 혼돈 속에서 균형 잡기는 어려운 과제지만, 그렇다고 손 놓은 채 포기할 수는 없다. 앞으로 한국은행과 기획예산처는 정책의 우선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란 전쟁의 충격부터 인공지능(AI) 기술경쟁에 이르기까지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져 가지만, 그럴수록 포기할 수 없는 정책의 가치가 균형이다. 두 기관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짊어졌다는 책임감으로 최적의 정책조합을 찾아 나가야 한다. 지금 한국 경제엔 물가와 성장, 적극 재정과 재정 건전성을 모두 잡을 지혜가 절실하다.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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