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물가·경상수지 우려…공급 다변화·비상 수급대책 시급"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중동전쟁이 조기에 끝난다고 하더라도 유가는 전쟁 전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국책연구원의 분석이 나왔다.
전쟁이 계속될 경우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어서면서 한국을 비롯한 에너지 순수입국의 물가와 경상수지에 상당한 압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수입 비용 증가와 나프타·LNG 수급 차질에 직접 노출된 만큼, 선제적 공급 다변화와 비상 수급 대책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일 '미-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의 주요국 파급효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시나리오 분석을 내놨다.
KIEP는 전쟁이 국제 유가와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 조기 종전·휴전 ▲ 호르무즈 해협 봉쇄·분쟁 장기화 ▲ 에너지 시설 타격·확전 등 3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분석했다.
그 결과 3개 시나리오 모두에서 유가는 전쟁 이전 수준(배럴당 63달러)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희망적인 조기 종전 시나리오에서도 에너지 시설 피해 복구 지연으로 전쟁 이전보다 43% 높은 배럴당 9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세계 원유 생산량이 약 10% 감소하면서, 유가는 전쟁 이전보다 86% 상승한 배럴당 117달러에 이를 것으로 봤다.
KIEP는 "이는 수입 에너지 비용 증가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에너지 순수입국의 물가·경상수지에 상당한 압력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시설 타격을 상정하는 세 번째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유가는 전쟁 전보다 176% 오른 배럴당 174달러가 될 것으로 KIEP는 전망했다.
KIEP는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수준의 유가 급등이 예상된다"며 "이 전망은 하한 추정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충격은 이보다도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KIEP는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직접 위협에 노출돼 있는 만큼, 선제적 공급 다변화와 비상 수급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IEP는 "한국의 나프타 수입 중 중동 비중은 약 34.4%에 달하고, 카타르 시설 피격 시 복구에만 3∼5년이 소요될 수 있어 중장기적 에너지 안보 강화가 필요하다"며 "현재 상황은 봉쇄 장기화 수준에 근접해 있는 만큼 정책 대응의 시급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어 "과거 사례 분석에서 한국의 인플레이션은 유가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는) 뉴스 충격 직후 0.12%포인트 상승했다"며 "에너지 수입 가격 상승이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로 전가되는 경로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IEP는 한국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 공조 체계와 연계하고, 소진 이후에 대비한 긴급 수입 대체 경로를 사전에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동남아시아나 미국 등 나프타 대체 공급원 확보를 모색하고, LNG 불가항력 선언에 대비한 법적·계약적 대응 절차를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유가가 전쟁 이전으로 쉽게 회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에너지 전환을 포함한 다양한 에너지 안보 강화 수단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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