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메타버스 닮은 스테이블코인...카드업계, '관망'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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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메타버스 닮은 스테이블코인...카드업계, '관망' 전략

한스경제 2026-04-02 08:15: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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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이나라 기자
경제부 이나라 기자

| 서울=한스경제 이나라 기자 |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카드사의 대응이 몇년 전 메타버스 붐이 일었을 때와 어딘가 닮아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카드사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이슈에 발맞춰 관련 사업 검토와 협력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결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방향성 자체는 자연스럽다.

다만 카드사들의 접근 방식은 메타버스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메타버스는 가상공간에서 경제활동과 소비가 이뤄지는 디지털 환경을 의미한다. 

당시 새로운 결제 환경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법적 불확실성과 제도 부재로 사업화 방향은 명확하지 않았다. 이에 카드사들은 시장이 형성되기 전부터 구조를 설계하기보다는, 일정 수준 방향이 잡힌 이후 대응하는 '관망형 전략'을 보였다.

이번 원화 스테이블코인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카드사들은 발행이나 인프라 구축보다는 제휴·실증·협력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는 규제 체계가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선택이지만, 동시에 시장 주도권 확보에서는 한 발 물러난 행보다.

문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실용성'이다. 실제 어디에서, 어떻게 쓰일지에 대한 그림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 반면 미화 스테이블코인은 해외 송금·글로벌 거래·디지털 자산 결제 등에서 이미 활용 장면이 형성돼 있다. 이 같은 점이 원화 스테이블코인과는 다른 출발점이다.

미화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으로, 발행사는 달러 예금이나 미 국채 등 안전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하는 구조를 갖는다. 이를 통해 가격 안정성과 신뢰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역시 원화나 국채 등 안전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와 원화의 위상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스테이블코인 형태로 발행되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결국 원화를 한 번 더 토큰 형태로 전환하는 과정이 추가될 뿐, 소비자와 가맹점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효용이 무엇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존재한다. 업계 내부에서도 단순 발행만으로는 사용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거론되고 있는 신현송 후보자 역시 최근 언론과 만나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토큰화 기술의 한 사례로 평가하면서도, 통화 시스템의 중심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원화 기반으로 발행돼 변동성이 낮을 수 있지만, 화폐는 어디서나 동일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기존 통화를 대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행은 현재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 토큰을 결합한 새로운 지급결제 체계 구축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메타버스가 그랬듯, 기술과 기대만으로는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제·자산·책임 구조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역시 '가능성'에 머무를 수 있다는 뜻이다. 

카드사들이 또 한 번 흐름을 따라가는 데 그칠지, 아니면 결제 산업 변화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는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답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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