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선수들이 1일(한국시간) 제니차에서 열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북중미월드컵 유럽 PO 결승에서 승부차기로 패한 뒤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제니차|AP뉴시스
[스포츠동아 남장현 기자] 월드컵 4회 우승에 빛나는 이탈리아가 또 고개를 숙였다.
이탈리아는 1일(한국시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2026북중미월드컵 유럽 플레이오프(PO) 결승 원정경기에서 승부차기 패배로 본선 티켓을 놓쳤다. 2018년 러시아, 2022년 카타르 대회에 이은 3회 연속 월드컵행 실패다.
피오 에스포지토의 킥은 골대를 넘겼고, 브라이언 크리스탄테의 킥은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제나로 가투소 감독이 이끈 ‘아주리 전사’들은 수비수 알렉산드로 바스토니의 전반전 퇴장으로 인해 10명이 싸워 상대의 파상공세에 맞섰으나 승부차기로 무너졌다.
40세 베테랑 에딘 제코는 역사상 2번째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된 반면 산드로 토날리, 지안루이지 돈나룸마 등 이탈리아의 슈퍼스타들은 이번에도 월드컵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눈물을 흘리며 인터뷰룸에 들어선 가투소 감독은 “정말 아프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패배다. 난 월드컵 티켓을 얻을 수 있다면 수년치 내 수명과 돈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었다”며 자국 취재진을 통해 사과했다.
유럽예선 기간에 소방수로 부임하며 “월드컵에 못나가면 나라를 떠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그였기에 타격이 훨씬 크다. 다만 가브리엘레 그라비나 이탈리아축구협회장은 가투소 감독에게 “남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라비나는 “이탈리아 축구가 이젠 정말로 심각한 위기에 접어들었다”고도 말했다.
선수들의 상실감도 굉장히 크다. 레오나르도 스피나졸라는 “투지와 용기를 갖고 승부차기에 나섰지만 정말 실망스럽다. 믿기지 않는 패배”라며 “이탈리아의 어린이들은 이탈리아가 없는 또 한 번의 월드컵을 지켜보게 됐다”고 미안해했다.
사실 가투소 감독은 최선을 다했다. 유로2024 16강 탈락한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을 대신해 자국 대표팀 지휘권을 인수한 그는 5연승을 달리는 등 최선을 다했으나 노르웨이의 벽을 넘어서지 못해 PO로 향했다.
그러나 이보다 큰 구조적 문제가 있다. 과거 이탈리아 세리에A는 한 경기에 3명 이상의 비유럽권 선수를 투입할 수 없도록 했다. 당연히 자국 선수들의 재능이 강화됐다. 그러나 1995년 보스만 판결로 인해 해외 선수들이 세리에A로 대거 유입됐고, 젊은 이탈리아 유망주들이 1군 경기 출전 기회를 잃었다.
유럽축구전문가 줄리안 로렌스는 영국 공영방송 BBC와 인터뷰에서 “세리에A 유소년 아카데미는 좋은 자원들을 충분히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1군 자격을 지닌 선수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익 기반이 탄탄하지 못해서다. 유벤투스와 인터 밀란, AC밀란, 나폴리 등 명문 클럽들은 모두 딜로이트가 선정한 세계 최고 수익창출 클럽 리스트에서 상위 10팀 안에 들지 못한다. 중계권 폭등과 함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급성장해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돈이 없다보니 오늘에 집중하느라 미래를 대비할 여력이 없다.
이탈리아 레전드인 델 피에로는 유럽 PO를 앞두고 CBS와 인터뷰에서 “우린 그라운드 밖에서 더 잘해야 한다. 유소년 시스템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미래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발언이다. 이탈리아 축구전문가로 통하는 에밋 게이츠 기자는 BBC 스포츠에 “아주리 군단이 최근 10년 간 스웨덴, 북마케도니아와 PO에서 패한 것은 대단한 상처였다. 이젠 보스니아의 밤이 추가됐다”며 혀를 찼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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