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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힘의힘 충북지사 경선에서 컷오프 된 김영환 충북지사가 공천관리위원회 결정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한 것과 관련해 “법원이 정치에 개입,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 ‘정치의 사법화’ 문제를 지적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사법부가 나설 영역은 명백한 절차적 위법이나 중대한 권리 침해가 입증된,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 그쳐야 한다. 과도한 확장 해석과 사법 권한 남용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전날 서울남부지법은 최근 김 지사가 낸 컷오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컷오프 과정에서 당헌·당규를 위반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했다고 봤다. 특히 컷오프 이후 추가 공모를 진행한 점을 문제 삼아 공정성과 객관성이 부족했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이와 관련해 재판부 기피신청이나 즉시 항고 등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는 있지만 당장 실행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해당 결정으로 국힘의힘 공천 구도는 즉각 흔들렸다. 김 지사는 후보 경쟁에 복귀하게 됐고, 추가 공모로 경선에 합류했던 김수민 전 의원은 중도하차를 선언했다. 대구시장 공천에서 컷오프된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면 복귀 가능성이 열리며 공천 판 전체가 재편될 수 있다. 경북 포항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박승호 전 시장, 김병욱 전 의원도 법원 판결에 따라 돌아올 수 있다.
앞서 배현진 의원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의 당내 징계 처분 역시 법원에서 가처분이 인용되면 제동이 걸린 바 있다. 공천과 징계 등 정당 내부 의사결정이 잇따라 법원 판단으로 뒤집히면서 정치 문제의 해결 방식이 국회에서 법정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내 갈등을 스스로 조정하지 못하고 사법부 판단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되면 정치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약화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노태악 전 대법관도 퇴임 당시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 사법부로 넘어오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문제는 정치의 사법화 문제가 정치권 스스로 초래한 측면이 크다는 점이다. 정치권 내부 문제를 여의도의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서초동 판결에 의존하면서 스스로 칼자루를 넘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당내 정적 제거 등을 위해 당 윤리위원회를 과도하게 활용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치 사법화는 정치의 빈곤이 초래하는 한국 정치의 비극적인 현상이다. 정치력 없는 사람들이 정치를 사법부처럼 인식하고 있다”며 “정치는 사법부보다도 더 위에 있는 개념인데 사법부에 쩔쩔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평론가는 “당내 정치도 빈곤하다. 가령 당대표가 이견이 있는 인물을 징계하는 등 독재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그만큼 정치가 실종된 것”이라며 “정치는 거의 빈사 상태에 있고 정치의 빈곤이 자초하고 있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어 장 대표는 비판할 상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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