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학원 바로 옆에 매장…"틴트·키링·바지 다 사도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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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학원 바로 옆에 매장…"틴트·키링·바지 다 사도 3만원"

이데일리 2026-04-02 05:5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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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서울 은평구에 사는 중학교 2학년 김모(15)양의 방 책상 위에는 최근 ‘올다무’에서 산 틴트와 슬랙스, 키링이 놓여 있다. 학교가 끝난 뒤 친구들과 늘상 가는 곳은 올리브영이다. 립 제품을 고른 뒤 인근 다이소로 이동해 간식과 문구를 사고, 주말에는 홍대입구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에서 옷도 골라본다. 김양에게 이곳은 물건을 사러 가는 매장이라기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상 공간에 가깝다. 특별히 살 것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들르는 장소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0대에게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는 쇼핑몰이 아니라 놀이터다. 지금의 30대가 어린 시절 학교 앞 문방구에서 처음 ‘내 돈으로 사는 경험’을 했다면, 지금의 10대는 화장품과 의류, 생활용품이 펼쳐진 올다무를 통해 첫 소비를 시작한다. 용돈 범위 안에서 고르고, 실패해도 부담이 적은 가격대가 10대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소비의 첫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문방구 대신 올다무…10대 일상 속으로


1일 애플리케이션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리브영 전체 이용자 중 10대 비중은 2022년 1월 9.7%에서 올해 1월 17.7%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다이소몰은 같은 기간 5.3%에서 15.9%로 3배 늘었고, 무신사도 22.8%에서 24.2%로 높아졌다.

실제 결제 빈도도 높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의 지난해 하반기 결제 데이터 분석에서도 다이소와 올리브영은 Z세대가 자주 결제한 리테일 브랜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앞선 10대 사용자 급증세와 맞물린 흐름으로, 편의점·배달앱 등 생활밀착 채널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먹고 마시는 데 쓰는 돈이 아니라 잡화·뷰티에 반복적으로 지갑을 연다는 것은 이들 채널이 10대의 일상 동선에 완전히 들어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올다무가 놀이터가 된 배경에는 통학 동선까지 커버하는 촘촘한 매장망이 있다. 다이소는 전국 1600여개 매장을 기반으로 학교와 주거지 인근 상권을 파고들었고, 올리브영 역시 1300여개가 넘는 매장을 지하철역과 주요 통학 동선에 배치했다. 무신사도 자체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목동·파주 등 학군 밀집 지역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올다무는 하교 뒤 학원을 가기 전 시간을 보내거나, 버스를 기다리거나, 친구를 만날 때 약속 장소이자 대기실이 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용돈·체류·SNS…10대 끌어들이는 구조


여기에 5만원 이하 ‘용돈 범위’ 안에서 소비 가능한 가격 매력까지 더해진다. 다이소에서 1000원짜리 캐릭터 키링과 3000원짜리 손앤박 컬러밤을 고르고, 올리브영에서 틴트와 스킨케어 입문 제품을 사고, 무신사 스탠다드에서 3900원 클렌징폼이나 슬랙스를 입어본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월 용돈 10만원을 모으면 세 곳에서 화장품·옷·간식이 해결된다”며 “사는 것뿐 아니라 발라보고 입어보고 구경하는 것 자체가 놀이인 구조가 10대의 반복 방문을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능숙한 10대의 특성도 올다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다이소 신상 리뷰, 올리브영 할인템 공유, 무신사 코디 게시물이 또래 사이 자연스레 퍼진다. SNS에서 본 제품을 매장에서 확인하고 다시 온라인에 올리는 선순환의 고리다. 이 교수는 “인플루언서와 10대가 만든 콘텐츠가 또래의 방문을 유도하고, 그 방문이 다시 콘텐츠가 된다”면서 “이 순환역시 올다무를 10대 소비 채널로 고착화시키는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다무도 전략적으로 10대를 겨냥 중이다. 다이소는 캐릭터·문구·뷰티 등 10대 선호 상품군을 빠르게 넓히고 있고, 무신사는 10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연내 60호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올리브영은 2024년 뷰티 업계 최초로 10대 전용 멤버십 ‘올리브 Hi-TEEN 멤버스’를 출시해 만 14~19세 회원에게 매월 쿠폰과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말 문을연 무신사 스탠다드 스타필드 고양점. 10~20대 고객들이 입장을 대기하고 있다. (사진=무신사 제공)




◇‘올다무 제너레이션’ 온다…유통 ‘판’ 흔들까


올다무의 가장 무서운점은 10대의 첫 소비 경험을 가져간다는 데 있다. 립틴트나 문구, 생활용품처럼 부담이 낮은 상품으로 유입된 이용자가 같은 채널 안에서 소비를 키워가는 구조다. 올리브영 내부 집계에 따르면 15~24세 고객의 프리미엄 제품 구매가 2024년 전년대비 12%, 2025년에는 25% 증가했다. 무신사에서도 현재 20대 활성 회원의 약 40%가 10대 시절 가입한 장기 이용자로, 이탈률이 낮고 객단가는 오히려 높아지는 특성을 보였다. 10대 때 형성된 채널 습관이 성인이 된 뒤에도 유지되면서, ‘첫 구매 공간’이 곧 ‘지속 소비 공간’으로 굳어지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방식으로 10대를 락인하는 온·오프라인 채널이 현재 올다무가 유일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10대의 소비 성장 과정을 따라가며 함께 커가는 구조인 만큼, 단순한 유통 채널을 넘어 세대를 관통하는 소비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다무에 익숙해진 10대가 본격적인 소비 주력층으로 올라서는 시점이 곧 유통 지형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10대 때부터 유입된 소비자는 강력한 미래 충성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세 채널 모두 온·오프라인 고객 데이터를 동시에 쥐고 있어 이탈할 유인이 적고, 그 데이터가 다시 집객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이어 “올다무와 함께 자란 ‘올다무 제너레이션’이 소비 주력층이 되면 유통의 무게중심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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