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며 각종 금융투자상품에 분리과세 혜택을 쏟아내고 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건강보험료 부과로 피부양자에서 탈락하거나 건보료 부과로 절세하는 금액보다 손해가 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이에 대해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대로라면 배당소득에 건보료 산정을 반영해야 하지만, 현재는 부과하지 않고 있는데다 앞으로 이를 적용할지 여부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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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정액 이상의 분리과세 소득에 건보료 부과, 고려해볼 만”
정부는 올해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고배당 기업 주주에게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준다. 배당액에 따라 지방세를 포함해 15.4~33%의 세율을 차등 적용한다. 금융소득 합계액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돼 최고세율 49.5%(지방세 포함)를 적용받는 데 비하면 절세 기대 효과가 크다.
문제는 건보료다. 배당이 현금화하는 시즌이 도래했지만, 정부는 배당소득에 대한 건보료 부과 여부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눈치만 보고 있다. 아직 국세청과 자료를 연계하지 않아 건보료를 부과하지 않으리라는 기대도 있지만, 현행 법대로라면 배당소득을 건보료 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 투자자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애매모호하게 대응하며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얘기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우려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배당소득을 포함, 연소득이 1000만원을 초과하면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보험료 부담은 크게 늘 수밖에 없다. 절세 효과가 건보료 부담으로 상쇄되는 구조다.
복지부 관계자는 “분리과세 금융소득은 국세청과의 자료 연계가 이뤄지면 즉시 건보료 부과 가능하다”면서도 “개인 투자를 위축시키고 건강보험 가입자들에게 미칠 영향이 커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는 투자 독려 등을 통해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증시 등으로 돌리려는 정책 기조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배당소득에 대한 건보료 부과를 고심하고 있지만, 건강보험 재정 악화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5년간 흑자를 이어온 건강보험이 올해 적게는 2000억원에서 많게는 2조원 수준의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분리과세…“정보 제공이 우선”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분리과세 혜택 상품을 확대하고 있어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공모인프라펀드, 고배당 주식 등에 더해 곧 출시할 국민성장펀드에도 분리과세 혜택을 줄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들 상품의 건보료 부과 여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고, 현행법에 근거해 부과할 경우 은퇴자 등의 급격한 부담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촘촘한 설계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예를 들어 분리과세 소득이 1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합산 부과하는 등의 완충방식을 마련해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분리과세가 반드시 이득인 것도 아니다. 분리과세와 종합과세 적용 여부에 따라 세액의 규모, 즉 유불리가 달라진다. 투자자들이 근로소득 등에 따져 하나하나 세율을 계산해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구조적 한계로 분리과세의 실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품도 있다.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일반 국민이 BDC를 통해 벤처·비상장기업에 쉽게 투자하도록 하고, 지급받는 배당소득은 9.9%의 세율로 분리과세해준단 구상이다. 그러나 분리과세 혜택은 2028년까지 3년간 한시적임에도 BCD의 주요 투자대상이 될 비상장기업 등은 초기 배당 여력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최근 5년 평균 비상장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소요기간은 14.9년, 벤처펀드의 평균 투자금 회수기간은 최소 6.1년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분리과세 상품들을 우후죽순 내놓기보다는 명확한 설계와 정보 제공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투자자를 끌어올 유인책으로 분리과세를 앞세우고 있지만 분리과세를 통한 이득에 불확실성이 크다면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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