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 통제 수위를 높이며 특정 선박의 통항을 제한하고 나섰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중동 해상 물류 불안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1일 매일경제 단독보도에 따르면,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는 해당 매체와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와 연계된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은 현재 아람코 관련 선박의 통행을 막고 있다”며 “아람코는 미국이 많은 투자를 한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 이스라엘 기업들이 이익을 얻거나 투자하는 모든 활동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해상 통제 수준을 넘어, 미국과의 경제적 연계성을 기준으로 선박 통행을 제한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람코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기업들과의 협력 관계도 깊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는 사실상 미국과 연관된 에너지 물류망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튜브 '채널A News'
문제는 이러한 통제가 한국 선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는 한국 선박 26척이 사실상 묶여 있는 상태로 알려졌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아람코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선박으로 전해졌다. 쿠제치 대사는 “한국은 비적대국이지만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많기 때문에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은 47년 동안 이란 정부와 기업에 제재를 가해왔고, 한국 기업들도 여기에 동참해왔다”며 “이란은 한 달 전부터 미국 기업들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단순한 해상 안전 문제가 아니라, 국제 제재와 경제 블록 간 갈등이 해상 통제 형태로 표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란이 군사적 대응까지 확대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제한적이라는 입장도 함께 나왔다. 쿠제치 대사는 “전쟁이 확전되지 않는 한 아람코를 직접 공격할 계획은 없다”며 “현재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만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군사적 충돌보다는 통제된 압박 수단으로 해협을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모즈타바 하마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 유튜브 '채널A News'
이란은 대신 자국과 협약을 맺은 국가들에 한해 ‘안전 항로’를 통한 통과를 허용하고 있다. 이 항로는 이란 영토인 라라크섬과 케슘섬 사이 수로로, 중국과 인도, 파키스탄 등의 선박이 이미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약 250만~280만 배럴 규모의 이란산 원유가 해당 항로를 통해 운송되고 있으며, 이는 전쟁 이전 수준과 유사한 규모다.
쿠제치 대사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봉쇄된 상태”라며 “이란과 협약을 맺은 국가들만 자국 선박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역시 중국이나 파키스탄처럼 이란과 협의를 통해 안전 항로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그는 최근 중단된 핵 협상과 관련한 배경도 언급했다. 쿠제치 대사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과의 협의에서 고농축 우라늄 수준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지난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3차 협상을 진행한 데 이어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술적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었으나,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이 우려해온 60% 수준의 고농축 우라늄을 3%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이 논의됐던 것으로 안다”며 협상 진전 가능성도 있었음을 시사했다. 다만 현재는 해협 통제와 제재 대응이 우선 과제로 부상한 상황이다.
이번 발언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에너지 수송로와 직결되며 글로벌 공급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핵심 해상로인 만큼, 통제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 유가와 해상 물류 전반에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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