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욕실을 청소하다 보면 변기 가장자리나 세면대 안쪽, 샤워기 주변 바닥에 분홍빛 물질이 끼어 있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다. 처음 보면 물때가 착색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수돗물의 특정 성분이 화학적으로 반응한 것이라고 짐작하기도 한다.
일부 사람은 곰팡이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분홍색 물질의 정체는 화학물질도, 곰팡이도 아니다. '세라티아 마르세센스'라는 세균이 번식하면서 만들어내는 붉은빛 바이오 필름이다.
욕실에 퍼지는 '분홍색 세균'의 정체
세라티아 마르세센스는 습기가 있는 환경에서 잘 자라는 세균으로, 샤워기 헤드 안쪽, 세면대 배수구 주변, 변기 테두리, 욕실 바닥 타일 줄눈 등 물기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번식할 수 있다. 이 세균이 모여 분홍색 또는 붉은색 막을 만든다.
이 세균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것이기도 하다. 1819년 이탈리아 약사 바르톨로메오 비치가 옥수수 죽에서 붉은 변색 현상을 조사하다가 처음 발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당시에는 식품에서 발견된 정도였지만, 지금은 가정 욕실은 물론 의료 기관 환경에서도 검출되는 세균으로 관리가 필요한 대상이 되었다.
호흡기부터 상처까지 다양한 경로로 나타나는 증상
세라티아 마르세센스는 기회 감염성 병원균으로 분류된다. 면역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건강한 성인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면역력이 낮아진 상태이거나 특정 조건이 갖춰지면 감염이 생길 수 있고, 호흡기·요로·상처 부위 등에서 증상이 나타난다.
가정 욕실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병원 내 환경에서도 이 세균이 검출된 사례가 있으며, 특히 입원 환자처럼 면역력이 취약한 상태의 사람에게 감염될 경우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분홍색 세균, 제거할 때는 이렇게 닦아야 한다
먼저 눈에 보이는 분홍색 막을 제대로 제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표면만 가볍게 닦아내는 방식으로는 세균이 남아 다시 빠르게 번질 수 있다. 욕실 청소 시에는 락스를 희석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제품에 표기된 비율에 맞춰 물과 섞은 뒤 오염 부위에 뿌리고 몇 분 정도 둔 다음 닦아내면 세균 제거에 효과가 있다.
특히 샤워기 헤드 안쪽, 세면대 배수구 주변, 타일 줄눈처럼 물기가 자주 고이는 부분은 더 신경 써야 한다. 솔이나 칫솔을 활용해 틈 사이까지 문질러야 잔여물이 남지 않는다. 변기 테두리처럼 잘 보이지 않는 부분도 함께 청소해야 다시 번지는 속도를 줄일 수 있다.
락스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환기를 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밀폐된 상태에서 사용할 경우 자극적인 냄새가 남고 호흡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청소보다 중요, 다시 생기지 않게 만드는 관리
세균을 제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시 자라지 못하도록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샤워 전부터 환풍기를 켜고, 샤워 후에도 최소 20분 이상 계속 작동시키면 욕실 내부 습기를 줄일 수 있다.
샤워 후에는 벽면과 샤워 커튼에 남은 물기를 바로 제거하는 것이 좋다. 수건이나 스퀴지를 이용해 물기를 닦아내면 세균이 자랄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줄어든다.
욕실 도구 보관 방식도 중요하다. 칫솔이나 면도기처럼 직접 닿는 물건은 욕실 안에 두기보다 외부에 보관하는 것이 낫다. 청소 도구 역시 사용 후 충분히 씻고 건조한 뒤 통풍이 되는 곳에 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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