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 항공업계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고유가·고환율 직격탄을 맞게 됐다. 항공기 운영비의 약 30%를 차지하는 유류비 부담이 커진 것이다. 항공유 가격 급등은 물론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잇따라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필리핀 등 동남아에서는 항공유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국내 항공사들이 신규 공급 계약 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유는 장기 비축이 어려운 특성상 공급이 막히면 곧바로 운항 차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LCC들은 수익성 악화를 넘어 노선 운영 자체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실제 항공유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리서치 기관인 S&P Global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항공유 가격은 갤런당 574.47센트로, 전쟁 이전인 2월 27일(223.75센트) 대비 약 157% 상승했다.
이 같은 영향은 LCC의 핵심 수익 노선인 동남아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비용 부담과 공급 불확실성이 동시에 커지면서 각 항공사는 운항 조정을 포함한 비상경영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는 모양새다.
제주항공은 오는 5~6월 두 달간 인천발 하노이·방콕·싱가포르 등 3개 노선에서 운항 횟수를 총 110편 줄일 예정이다.
진에어는 4월 한 달간 인천발 괌·클라크·냐짱과 부산발 세부 등 총 8개 노선에서 왕복 기준 45편을 운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한진그룹 계열 LCC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은 이날부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며 계열 전반에 긴축 경영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에어부산은 부산~다낭·세부·괌 등 3개 국제선 노선에서 일부 항공편을 비운항한다. 이번 조치는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것으로, 4월 한 달간 총 20회 감편이 이뤄질 예정이다. 관계자는 “현 위기 극복을 위한 선제적 자구 노력의 일환”이라며 “비상경영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지켜야 할 것은 안전으로, 철저한 안전 준수를 통해 고객 신뢰를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에어서울도 4월 6일부터 28일까지 괌 노선 운항을 감편한다.
티웨이항공은 업계에서 가장 먼저 비상경영을 시행하고 비용 절감과 수익성 점검 중심의 운영에 들어갔다.
반면 에어로케이와 이스타항공은 비상경영을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운항편을 축소한다. 에어로케이는 4월부터 6월 사이 청주발 이바라키·나리타·클락·울란바토르 등 국제선 4개 노선 일부 항공편을 비운항하기로 했다. 이스타항공은 4월 26일~28일과 5월 5일~31일까지 인천 출발 푸꾸옥 노선 50회 이상의 운항을 중단할 예정이다.
파라타항공 역시 현재로서는 비상경영 계획과 운항 축소 계획은 없지만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에어프레미아는 장거리 노선 비중이 높은 만큼 고유가·고환율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오는 20일부터 5월 31일까지 인천~로스앤젤레스(LA) 노선 26편과 인천~호놀룰루 노선 6편을 비운항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5월 3일 출발 예정이던 인천~워싱턴 노선 2편과 5월 8일부터 24일까지 계획된 방콕 노선 6편도 감편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프레미아는 미주 등 장거리 노선 비중이 높은 구조라 연료비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장거리 노선은 유가와 환율, 탑승률에 동시에 민감해 현재와 같은 환경에서는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항공편 축소에 따른 고객 대응도 병행되고 있다. 업계 전반에서 운항 축소로 취소된 항공편에 대해 환불은 물론 일정 변경과 대체편 안내 등을 지원하며 고객 불편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항공사의 국제여객운송약관상 전쟁처럼 불가항력적 사유 발생 또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정상 운항이 어려울 경우 항공편 취소·지연·변경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황을 단순한 유가 상승을 넘어선 ‘복합 위기’로 보고 있다. 외부 변수에 대한 통제력이 제한적인 LCC 특성상 비상경영 역시 실질적인 비용 절감보다는 내부 긴장감 유지와 리스크 관리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와 환율, 항공유 수급은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운항을 줄이지 않으면 손실이 커지고, 줄이면 수익 기반이 약해지는 딜레마에 놓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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