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사교육 대응방안. (사진=교육부 제공)
교육부가 1일 '영유아 사교육 대응 방안'과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정책 방안'을 함께 발표했다. 영유아 단계에선 레벨테스트 금지와 장시간 인지교습 제한 등 조기 사교육 규제를 강화하고 초중고 단계에선 돌봄·방과후·기초학력·AI 진학상담 확대를 통해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 안에서 흡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기존 정책의 재정리에 가깝고 공교육 경쟁력 강화라는 근본 처방은 빠졌다고 즉시 비판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아동 발달권 보호를 위한 영유아 사교육 대응 방안'에는 영유아 사교육 시장을 직접 규율하는 내용이 담겼다. 학원법 개정을 통해 유아 대상 모집 시험과 수준별 배정 목적의 시험·평가를 금지하고 만 3세 미만 영아 대상 인지교습은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만 3세 이상 취학 전 유아에 대해선 하루 3시간 또는 주 15시간을 넘는 장시간 인지교습도 금지할 방침이다. 광고와 상담 과정에서 객관적 근거 없는 학습효과나 진학실적을 강조하는 행위 역시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교육부는 과징금을 매출액의 50%까지 부과하고 과태료 상한도 1000만 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대책의 배경에는 이른바 '4세 고시'와 '7세 고시'로 불리는 조기 사교육 과열이 있다. 2024년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 결과 3개월간 사교육비 총액은 8154억 원이었고 참여율은 47.6%였다. 참여 유아 기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3만2000원이었다. 특히 가정양육 유아의 17%는 하루 3시간 이상 반일제 학원에 참여했고 3시간 이상 반일제 학원 이용 유아 기준 월평균 비용은 145만4000원이었다. 그 중 영어학원 유치부 월평균 비용은 154만5000원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영유아 공교육 보완책도 나왔다. 교육부는 유치원·어린이집과 초등학교를 잇는 5세 이음교육을 확대하고 그림책 활용 놀이 중심 독서교육을 강화한다. 예술·체육·언어 분야 방과후 프로그램을 전국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보급하고 아침·저녁·방학 중 돌봄 공백을 메우는 거점형·연계형 돌봄도 확대한다. 보호자 대상 교육자료 개발과 지역 맞춤형 인식 개선 사업도 병행한다. 2026년부터는 부모 인식 조사를 포함한 유아 사교육비 본조사를 실시해 데이터 기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정책 방안'은 초중고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고 공교육을 내실화 하기 위함이다. 교육부는 초등 3학년 방과후 프로그램 이용권 지원을 연말까지 희망 지역 기준 70%까지 늘리고 2027년에는 초등 4학년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초등 1·2학년에는 매일 2시간 맞춤형 돌봄을 지속 지원한다. 2027년부터 2030년까지는 방과후 학교스포츠클럽과 예술동아리를 통한 '1인 1예술·스포츠' 활동도 단계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중·고 단계에서는 문해력과 자기주도학습 지원을 강화한다. 교육부는 2030년까지 모든 중학교에서 독서동아리와 연계한 글쓰기·논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2027년부터는 기초학력진단검사 결과를 수직 척도 점수로 제공해 학생 성장 추이를 학부모에게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대입 분야에서는 대입정보포털에 AI 기반 진학상담 기능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2026년에는 대화형 대입정보 검색 기능과 학생부종합전형 상담 기능을 마련하고 2027년에는 개인 성적 기반 맞춤형 대학 진단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학습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는 2027년까지 자기주도학습센터 100곳을 선정해 운영한다.
사교육 관리 체계 정비도 포함됐다.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학원 교습비 관련 편·불법행위를 집중 점검하고 교원과의 문항 거래 등 불법행위와 연계된 학원강사 강의 제한, 학원 교습 정지, 과징금 신설, 과태료 상향 등을 위한 학원법 개정도 추진한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공교육 체계 내에서 교육 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확대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학교에서 양질의 다양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국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교총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 대책이 사교육비 문제의 핵심을 비켜갔다고 반발했다. 사교육비 총액 감소를 정부 정책 성과로 보기 어렵고 학령인구 급감과 고물가에 따른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소득 계층 간 격차가 3.4배에 달하고 저소득층의 사교육 참여율 하락폭이 더 큰데도 이에 대한 근본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영유아 사교육 규제에 대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교총은 입학 시험 금지나 시간 제한 같은 방식은 우회 가능성이 높아 변칙 사교육을 부를 수 있다며 국·공립 유치원 지원 확대와 공교육 기반 강화가 먼저라고 밝혔다. 돌봄 확대 역시 복지정책일 뿐 사교육비 양극화와 1인당 부담 증가를 해결할 근본 해법은 아니라고 했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와 정규교원 확충 같은 공교육 체질 개선이 우선이라는 게 교총 입장이다.
김도진 대전교총 회장은 "사교육비를 잡으려면 학원 바깥을 조이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학교 안을 먼저 바꿔야 한다"라며 "규제보다 공교육의 체질을 다시 세우는 일이 근본 해법"이라고 전했다.
고미선 기자 misuny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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