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산재 소송 과정에서 근로복지공단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직업환경의학과 감정 결과를 뒤집으려 재감정을 신청한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를 "산재 인정 회피를 위한 재판 지연 전략"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등 단체들은 1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재해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국가기관이 오히려 피해자의 권리를 가로막고 있는 현실을 고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아지트 로이 씨는 2021년 2월부터 5~6개월 가량 경기도 안성의 한 공장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면 마스크만 쓴 채 금속 표면을 깎는 일을 한 뒤 병에 걸려 폐 기능 40%를 상실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다.(☞관련기사 : "'더스트' 천국서 10개월 일하니 폐가 60%만 남았어요")
아지트 씨는 현재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재 불승인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재판부가 지정한 감정기관의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아지트 씨가 금속 분진에 노출돼 간질성 폐질환이 발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감정했다.
그러나 공단은 지난달 26일 재판부에 호흡기내과 전문의의 감정이 필요하다는 등 이유를 들어 재감정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청이 받아 들여지면, 아지트 씨는 감정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다시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단체들은 아지트 씨 사례와 관련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연구팀은 <농기계 제조업의 쇼트공정 글라인딩 작업자의 간질성 폐질환의 업무관련성 평가>라는 논문을 통해 업무관련성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논문은 한국산업보건학회 학술지에 게재된 동료심사 논문으로 해당 분야에서 공신력을 인정받는 연구다. 학회 발표 과정에서도 업무관련성을 부정하는 의견은 제기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단체들은 "이미 확인된 사실을 왜 다시 확인해야 하나. 왜 피해자는 끝없이 기다려야 하나. 감정 하나에 1년이 걸린다"며 "결론을 진정하지 않기 위한 시간 끌기", "유리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반복하는 감정 쇼핑"을 멈추라고 공단에 촉구했다.
마스크를 쓰고 기침을 하면서도 회견에 참석해 발언한 아지트 씨는 "가족과 함께 행복을 누리고 싶어 한국에 왔지만,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며 "폐 기능 40%를 잃어버린 뒤 매우 힘든 삶을 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당신(근로복지공단)의 적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노동자일 뿐"이라며 "부디 저에게 이런 불의를 행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아지트 씨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윤성민 변호사는 "산재보상보험법은 ‘노동자의 산재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보상’을 법 취지로 삼고 있다"며 "근로복지공단은 자신의 존재이유에 대해 반성하고 산재 피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억까’를 멈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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