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과 6개 정당이 31일 6·3 지방선거와 헌법개정 국민투표 병행을 공식화하고 개헌안 공동 발의 작업에 착수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개헌 논의에 반대 입장을 밝힌 상태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데다 중동전쟁으로 정세가 불안정하고 민생이 위기인 상황에서 개헌을 밀어붙이는 것은 시기적으로, 절차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에서도 개헌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전직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대한민국헌정회가 헌법 개정에 힘을 싣고 있어 국민의힘이 개헌 압박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만일 국민의힘에서 9명의 의원이 개헌안에 찬성 표를 던진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
우 의장·6정당, 6일 개헌안 공동발의…5월 초 본회의 표결
부마항쟁 및 5·18 전문 명시…비상계엄 국회 통제 강화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6개 정당은 지난달 31일 '초당적 개헌 추진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며 개헌안 공동 발의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 의장은 "국회는 압도적 다수의 뜻과 국회 제정당 의지를 모아 오늘부터 헌법 개정안 발의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며 "참석자 만장일치 의견으로 헌법 개정안 국회 발의를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개헌안 공동발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 의장은 "제1야당이 참여하지 않은 것이 매우 아쉽고 안타깝다"면서 "헌법개정안 발의와 5월 초순 예정된 국회 의결까지 아직 시간이 많다. 이 시간까지라도 국민의힘이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개헌에 참여하길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번 개헌안에는 ▲부마 민주항쟁 및 5·18 민주화운동 민주 이념의 헌법 전문 명시 ▲계엄에 대한 국회 통제 강화 ▲지역균형 발전 의제 등이 우선적으로 담긴다.
특히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때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해 승인을 받도록 하고, 48시간 이내에 승인을 받지 못하면 즉시 계엄의 효력이 상실되게 하는 조항이 담겼다.
조오섭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이번 개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개헌의 문을 여는 것"이라며 "최소 합의된 내용만큼 단계적으로라도 개헌의 문을 열자는 것이 이번 개헌의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권력 구조나 기본권 등 쟁점 사항은 제외하고 여야가 모두 공감대를 형성한 부분에 대해 먼저 개헌을 하겠다는 취지다. 오는 6·3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이 목표다.
6정당은 공동발의 작업을 마친 뒤 오는 6일 개헌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후 국무회의에서 공포가 되면 오는 5월 4일부터 10일 사이 국회 의결을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개헌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2(295명 가운데 197명) 찬성이 필요하다. 여야 6당과 무소속 의원을 합쳐도 188명이라 국민의힘 의원 9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장동혁 "지선 코앞에 두고 개헌 밀어붙이는 것 부적절"
우 의장은 지난달 31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개헌 참여를 요청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를 거절했다.
장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을 만나 "개헌특위도 구성하지 않고 지선을 앞두고 작전 수행하듯 개헌을 밀어붙이는 게 과연 맞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했다.
이어 "지역일꾼을 뽑는 지선 국면에서 과연 적절한 것인지, 중동 전쟁 때문에 민생을 챙겨야 할 시점에 개헌 이슈로 갈아타자고 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국회에서 각 당이 개헌 내용에 동의한다해도 국민께 그 내용을 알리고 토론하는 과정 없이 개헌을 밀어붙이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밀어붙인다면 50%는 넘길 수 있으나 국민의 80% 이상 대다수가 동의하는 개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원포인트 개헌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장 대표는 "급하게 원포인트 개헌을 밀어붙이는 게 혹시나 헌법 부칙을 개정해 다음번 통치 구조를 개헌하면서 이 대통령 연임으로 가기 위한 전단계가 아니냐는 의심도 받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용태 "개헌 반대는 절윤 거부"…조경태도 개헌 찬성 입장
장 대표가 '개헌 불가' 입장을 냈지만 국민의힘 내에서는 개헌 찬성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김용태 의원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국회에 상정된 개헌안은 국민의힘이 반대할 내용이 없다"며 당 차원에서 개헌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지금 제안된 개헌안의 핵심 취지는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지금 구차한 이유로 개헌에 반대하는 것은 107명 의원의 '절윤 결의문'을 무효로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헌을 통해 현직 대통령이 연임할 수 있다는 우려는 권력구조 개편 개헌 논의 때 '전형적인 장기 독재체제의 수법'임을 못 박고 정당 간 약속을 이끌어낼 문제지, 개헌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구실삼을 논거가 아니다"라고 했으며 "부마 민주항쟁 및 5·18 민주화 운동의 민주 이념에 대한 헌법 전문 명시, 지역 균형발전 등 다른 의제 역시 국민의힘이 지향하는 가치와 일치하고 그동안 우리 당이 국민에게 한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조경태 의원도 지난달 20일 당을 향해 "부마 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계엄에 대한 국회 사후 승인권 및 국가균형발전을 지방자치의 장에 명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 논의에 적극적으로 임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헌정회, 의장·여야 대표에 "기회 살려 분권형 개헌 추진해야"
이런 가운데 전직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대한민국헌정회가 1일 개헌에 힘을 실으며 국민의힘이 받을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 의장과 여야 각 당 대표는 1987년 제9차 개헌 이후 39년 만에 모처럼 찾아오는 개헌의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며 "적극적이고 진정성 있는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왕적 대통령 권력의 분산을 위한 책임총리제 등 도입, 국회 권력의 내부 분산을 위한 국회 양원제 도입, 중앙 권력의 지방분산을 위한 지방분권·균형발전 강화가 시대적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개헌 자체는 찬성하고 내용도 유연성이 있지만, 이번에 하고 또 다음에 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아서 본질적인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은 지난 1987년 제9차 개헌 이후 39년간 이미 각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지난 2024년 12·3 비상계엄 직후 각종 여론 조사에서 60~70%의 국민들이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에 찬성했다"고 강조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