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덮치는 중동 리스크…호황 속 원자재 비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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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덮치는 중동 리스크…호황 속 원자재 비용 ‘우려’

투데이신문 2026-04-01 18:31: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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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에 위치한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사진=HD현대]
울산광역시에 위치한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사진=HD현대]

【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되는 와중에도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릴레이가 계속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주요 조선사들은 지난달에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수주를 이어갔다. 중동 전쟁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재편을 촉발하면서 선박 발주를 앞당기고 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하지만 위기도 공존한다. 전쟁 여파로 인한 에너지 공급망 붕괴가 석유화학을 넘어 조선업 등 국내 제조업에 연쇄 충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1일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조선3사에 따르면, 중동 전쟁 여파로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LNG 운반선·VLCC 등을 중심으로 신조 발주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조선 3사의 수주 실적도 평탄하게 유지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1조4900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3척,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 2척 계약 소식을 알렸다. 한화오션도 지난달 1조3450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2척과 VLCC 3척을 수주했다. 앞서 HD한국조선해양은 LNG 운반선 4척을 1조4872억원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중동 전쟁 초기에는 발주 지연을 우려했지만 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수주 소식이 이어지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상 운임 상승으로 인해 전방 산업인 해운업 업황이 개선되고, 장기적으론 에너지 공급망 변화로 인해 신조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일어나면서 선주들이 투자 계획을 앞당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노후화된 VLCC의 교체 수요도 맞물린 만큼 올해 수주도 괜찮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징검다리 에너지인 LNG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사태가 장기화되면 조금이라도 선가가 낮을 때 계약하려는 움직임이 생길 수 있다”며 “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업계가 예기치 못한 전쟁에도 순항하고 있지만 리스크도 상존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조선업 필수 원자재의 비용 상승과 공급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이란전쟁 여파에 따른 석유화학 전방산업 영향’ 보고서는 ‘중동발 에너지 공급망 붕괴는 유관 산업의 가동 중단으로 직결되고, 석유화학 설비의 가동률 하락에 따라 기초유분을 원료로 하는 주요 전방산업 전반으로 공급망 차질 영향이 점차 파급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인상되면서 이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페인트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분리되는 탄소화합물로 페인트의 주원료다. 선박마다 들어가는 페인트의 양은 다르지만 VLCC의 경우 약 60만L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체 가격의 약 5%를 도장 비용이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페인트 업계는 최근 제품별 공급 가격 인상과 관련해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조선사는 통상적으로 선박 수주와 함께 필요한 페인트 물량을 사전에 확보한다. 현재까지 계약이 완료된 선박은 문제가 없지만, 신규 수주 물량은 인상된 페인트 가격으로 협상해야 한다. 

선박 건조에 필수적인 에틸렌의 재고도 불안하다. 에틸렌은 선박 철판을 가공하거나 절단할 때 필수인 용접용 특수 가스로, 나프타를 원료로 생산한다. 중동발 나프타 수입이 중단되면서 에틸렌 재고도 빠르게 소진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지난달 산업통상부에 에틸렌 물량 확보와 관련된 지원을 요청했다. 

선박 건조 공정은 선체를 약 300여 개의 블록으로 나눠 제작한 후 이를 도크에서 결합하는 방식이다. 두꺼운 후판을 절단하고 용접하는 작업이 수없이 반복된다. 에틸렌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최악의 경우 공기 지연에 따른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비축분을 보유하고 있어 선박 건조 일정 등에 차질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사태 장기화 시 영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산업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원자재 수급 불안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3주 내로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을 종료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에 대해서는 “우리(미국)와 관계 없다”며 선을 그었다. 더구나 중동 지역 가스전과 에너지 인프라가 전례 없는 규모로 파괴된 만큼 휴전이 성사되더라도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계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페인트나 에틸렌뿐 아니라 전선 피복, 단열재, 플라스틱 부품 등 각종 화학제품 전반의 가격 상승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직접적 영향은 없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 모든 원자재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며 “상황을 면밀히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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