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성향을 가진 어린 아들에게 돈가스를 먹이려 식당을 찾았던 평범한 아버지가 20대 남성들의 무차별적인 집단 폭행으로 목숨을 잃었다.
영화 '마녀', '마약왕' 등 굵직한 작품에서 활약하며 영화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故 김창민 감독의 이야기다.
고인은 뇌사 판정 후 장기기증을 통해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떠났으나, 정작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가해자들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있어 대중의 공분이 극에 달하고 있다.
자폐 아들 앞에서의 무차별 린치, 4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영화계의 별
사건은 지난해 10월 경기 구리시의 한 식당에서 발생했다. 공개된 CCTV 영상은 차마 눈을 뜨고 보기 힘들 만큼 잔혹했다.
20대 남성 무리는 김 감독을 식당 구석으로 몰아넣고 에워싼 뒤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했다.
이들은 쓰러진 김 감독을 식당 밖까지 질질 끌고 다니며 가해를 멈추지 않는 대담함을 보였다. 폭행이 발생한 지 1시간이 지나서야 병원으로 옮겨진 김 감독은 결국 뇌사 판정을 받았다.
유가족은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장기기증을 결정했고, 김 감독은 마지막 순간까지 네 명의 생명을 구하며 숭고한 삶을 마감했다.
"수사 지연에 영장 기각까지" 사법 체계 불신 키운 경찰과 법원의 안일한 대응
비극적인 사건 뒤에 이어진 사법 당국의 대처는 유족의 가슴에 두 번 대못을 박았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가해자 1명만을 특정해 영장을 신청했다가 검찰로부터 보완 수사 요구를 받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수사를 통해 피의자를 추가해 영장을 재신청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넉 달이다. 그러나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현재 가해자들은 유족의 거주지에서 불과 10km 이내에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유족들은 보복의 공포에 떨고 있다.
한 누리꾼은 "사람을 죽인 집단 폭행범들이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풀려나는 게 어느 나라 법이냐"며 사법부의 판단을 직격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4개월 동안 경찰이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인지 수사 과정 전반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故 김창민 감독은 2013년 영화 '용의자'를 시작으로 '대장 김창수', '마약왕', '마녀' 등 한국 영화계의 굵직한 현장을 지켜온 유망한 연출가였다.
지난해에도 신작 '회신'을 발표하며 예술적 열정을 불태웠던 그의 갑작스러운 비보는 동료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겼다.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피해자는 세상을 떠났고, 가해자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유를 누리는 현실에 영화계와 시민사회의 항의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유족들은 현재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수사 지연에 대한 진상 규명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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