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김헌수 보험연구원장이 보험산업을 단순한 사후 보상 수단이 아닌, 생산과 투자를 떠받치는 기반 산업으로 규정했다. 최근 중동 정세와 호르무즈 해협 사례를 언급하며 보험의 역할을 다시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1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는 배들이 위협을 느낄 때 도와주는 것이 바로 보험”이라며 “우리나라 석유 수입은 보험 시스템 없인 불가능하다. 보험 없인 생산도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보험을 ‘생산적 금융의 출발점’으로 본 점도 분명히 했다. 새로운 사업과 투자, 생산 활동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보장 체계가 필요하고, 그 기반에 보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새로운 리스크가 등장할 때마다 그 기반에는 보험이라는 보장 체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보험산업을 ‘성숙산업’으로 보는 시각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성숙한 나라일수록 보험 시장의 성장 여력이 크다”며 “미국은 한국보다 보험 성장률이 2~3배 높고, 유럽 주요국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고 말했다.
보험산업의 성장 요인은 단순히 경제 규모나 인구 증가에만 있지 않다고도 설명했다. 위험에 대한 인식 수준, 제도 환경, 보험회사의 역할 등 다양한 요소가 함께 작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면 보험 수요 역시 형성되기 어렵다고 짚었다.
성숙산업의 반전…새 리스크가 보험의 새 시장 연다
김 원장은 AI와 피지컬 AI, 로봇, 요양, 사이버 영역 등에서 새로운 위험이 계속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AI나 로봇이 발달할수록 새로운 리스크가 발생한다”며 “그럴수록 보험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보험산업의 방향과 관련해서는 외형 확대보다 ‘건전한 성장’을 강조했다. 무차별적으로 몸집을 키우기보다 건전성과 수익성, 성장성이 균형을 이루는 구조로 가야 한다는 뜻이다.
김 원장은 “대부분의 성장은 무차별적인 성장이 아니라 건전한 성장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보험산업은 충분히 건전한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은 이날 운영 방향으로 ▲보험산업의 건전한 성장 ▲소비자 보호와 포용금융 ▲AI·디지털 환경 대응 ▲보험제도 정착과 혁신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저성장과 시장 변동성, 기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소비자 신뢰·규제 혁신이 남은 과제
김 원장은 보험산업의 구조적 한계와 개선 과제도 함께 언급했다. 보험은 손해를 확인하고 적정성을 판단해야 하는 특성상 민원과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설명 의무 미흡이나 부당한 보험 승환, 보험금 지급 과정의 갈등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보호와 포용금융 역시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핵심 조건으로 꼽았다.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고, 취약계층을 위한 보험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규제와 관련해서는 단계적 접근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보험 규제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며 “데이터와 통계를 기반으로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보험산업이 건전성과 혁신을 함께 확보해 나간다면 우리 경제와 사회의 안정적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험이 생산과 투자를 뒷받침하는 기반 산업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헌수 보험연구원장은 1959년생으로 부산대 경영학과 졸업 후 미국 조지아주립대에서 위험관리·보험 전공 이학 석사와 보험 전공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순천향대 IT금융학과 교수로 아시아태평양보험학회장과 한국리스크관리학회장, 한국보험학회장 등을 지냈으며, 보험연구원장 임기는 2029년 2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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