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되면서 국제유가가 통제 불능 수준으로 치솟자, 이번 달 발권되는 항공권에 적용되는 유류할증료가 전월 대비 최대 3배 이상 폭등했다. 단순히 운임이 오르는 수준을 넘어 일부 장거리 노선은 할증료만으로 수십만 원을 추가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던 해외여행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이미지. 인천공항 전망대를 찾은 시민이 항공기들을 바라보는 모습. / 뉴스1
1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4월 국제선 유류할증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MOPS)은 지난 2월 16일부터 3월 15일까지 갤런당 326.71센트, 배럴당 137.2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중동 지역 내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며 공급망 불안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의 유가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이에 따라 총 33단계로 구성된 국내 항공 유류할증료 체계에서 이달 적용 단계는 지난달(6단계)보다 무려 12계단이나 뛰어오른 18단계로 조정됐다. 현재의 거리비례제 유류할증료 산정 방식이 도입된 2016년 이후, 한 달 만에 10계단 이상 급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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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상으로 인해 대형 항공사(FSC)를 이용해 미주나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이용하려는 승객들의 부담은 한계치에 다다랐다. 국내 주요 대형 항공사의 경우 국제선 편도 기준 거리별 할증료가 기존 최소 1만 원대에서 이번 달 최소 4만 원대 초반으로 기점이 높아졌으며, 최장거리 노선은 전월 9만 원대에서 이달 30만 원대로 세 배 넘게 급등했다.
이를 한국 출발 왕복 여정으로 환산하면 승객 한 명이 지불해야 할 유류할증료만 최대 60만 원을 상회하게 된다. 이는 지난달과 비교했을 때 항공권 한 장당 약 40만 원 이상의 추가 지출이 발생하는 셈이다. 만약 4인 가족이 미주 노선 여행을 계획했다면, 순수 항공 운임 외에 유류할증료로만 총 240만 원 이상을 지출해야 하며, 이는 불과 한 달 전보다 가족 합계 160만 원 넘게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다.
저비용항공사(LCC) 상황도 마찬가지다. 유류할증료를 달러 단위로 책정하는 저비용항공사들은 최근 고유가와 더불어 불안정한 환율 흐름까지 겹치며 인상 폭이 커졌다.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등 중단거리 노선 위주인 저비용항공사 이용객들도 편도당 수만 원의 추가 비용을 내게 되면서 저가 항공의 가격 장점이 희석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항공 유류할증료 인상의 파도는 여객뿐 아니라 화물 시장에도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화물 유류할증료를 별도 운영하는 국적사들은 이달 장거리 화물 기준 kg당 할증료를 전월 대비 4배 이상 높여 공고했다.
이는 단순히 항공사의 수익성 문제를 넘어, 항공편을 통해 수출입 되는 신선식품, 반도체 부품, 전자제품 등의 물류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 물가 전반에 상승 압력을 가하는 연쇄 작용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교통비 인상을 넘어 실물 경제 전반의 부담으로 전이되는 양상이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이미지.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의 모습. / 뉴스1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이다. 다음 달인 5월 유류할증료는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의 유가를 기준으로 결정되는데, 최근 아시아 지역 항공유 가격은 이미 갤런당 520센트를 넘어섰다. 이는 유류할증료 최고 단계인 33단계(470센트 이상) 기준점을 한참 웃도는 수치다.
이러한 고유가 기조가 4월 중순까지 꺾이지 않는다면, 다음 달에는 제도 도입 이후 최초로 유류할증료가 최고 등급인 33단계에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미주 노선 편도 할증료는 50만 원대 중반까지 치솟을 수 있으며, 이는 항공 여행 수요 자체를 완전히 꺾어버릴 수 있는 심각한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항공업계는 고육지책으로 경영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류할증료는 유가 상승분의 일부만 보전할 뿐이어서, 유가 급등은 항공사의 영업이익을 직접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수익성이 낮은 일부 노선의 운항 횟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실제 일부 국적사들은 이달 이후 공급석 조정을 통해 수익 구조 방어에 나선 상태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에게 발권 시점을 전략적으로 선택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유류할증료는 탑승일이 아닌 발권일을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5월에 유류할증료가 추가로 대폭 인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여행 계획이 확정된 상태라면 가급적 이번 달 안에 발권을 마치는 것이 수십만 원의 비용을 아끼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고유가와 고환율, 그에 따른 고물가 항공권이라는 삼중고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의 수익성 악화와 소비자들의 여행 포기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한 시장의 면밀한 관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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