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어떠셨나요?"
혹시 오늘,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진 않으셨나요? 타인의 기대를 채우느라 정작 내 마음의 소리는 무시한 채, 껍데기만 남은 기분으로 퇴근길에 오르진 않으셨나요? 저 역시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온몸의 에너지가 바닥나서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던 날, 저는 홀린 듯 강남역 한복판의 진한 향기를 따라갔습니다.
바로 영국의 핸드메이드 브랜드, 러쉬(LUSH) 매장이었죠. 형형색색의 거품과 강렬한 향기. 그곳은 단순히 화장품을 파는 곳이라기보다, 지친 영혼들이 잠시 숨을 고르는 '시끄러운 안식처'에 가까웠습니다.
왜 러쉬는 비누를 '포장'하지 않을까요?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포장지 없이 덩어리째 놓인 비누들입니다. 러쉬는 이를 '네이키드(Naked)'라 부르죠. 단순히 환경 보호 때문일까요?
여기서 인문학적 질문 한 가지.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포장지'를 두르고 살고 있나요? 사회적 지위, 타인의 시선, 완벽해 보여야 한다는 강박 같은.
러쉬의 투박한 비누들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포장지를 다 벗겨내도 당신은 그 자체로 향기롭고 충분하다"고요. 알맹이(본질)만으로도 당당한 그 비누의 모습이, 어쩌면 우리가 가장 갈망하던 '진짜 나'의 모습은 아니었을까요?
공장이 아닌 '부엌'에서 만든 다정함
러쉬의 제품은 공장이 아닌 '키친(Kitchen)'에서 만들어집니다. 공동 창업자 모 콘스탄틴은 주방에서 셰프가 요리하듯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손으로 직접 빚어 '배스밤(입욕제)'을 발명했습니다.
효율을 생각했다면 진작 기계를 들였겠지만, 그들은 굳이 사람의 손길을 고집합니다. 기계는 피부를 깨끗하게 닦아낼 수는 있어도,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나를 위해 정성껏 차려준 집밥을 먹을 때 느끼는 그 따뜻한 위로를, 그들은 욕조 안의 물속에 담아내고 싶었던 것이죠.
회복의 의식
"이건 사치가 아니라, 나를 다시 데려오는 의식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도 처음엔 입욕제가 사치라고 생각했습니다. "물에 녹아 없어질 거품에 2만 원을 쓴다고?"라며 고개를 저었죠.
하지만 정말 마음이 무너졌던 날, 처음으로 물 위에 배스밤을 던져보았습니다. 따뜻한 물속에서 내 살결의 온도에만 집중하는 시간. 그것은 나 자신에게 건네는 가장 솔직한 사과이자 응원이었습니다.
요즘 당신은 자신을 어떻게 돌보고 있나요?
좋은 브랜드는 제품의 기능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대신 당신의 삶에서 잃어버린 '순간'을 찾아줍니다. 러쉬가 파는 것은 입욕제라는 물건이 아니라, '오늘 하루도 수고한 당신이 온전하게 쉴 권리'입니다.
세상은 여전히 우리에게 더 멋진 포장지를 두르라고 독촉하겠지만, 오늘 밤 만큼은 러쉬의 비누처럼 그저 향기로운 '알맹이'인 당신으로 쉬어가길 바랍니다.
글= 송영주 한국AI휴먼연구소 대표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으며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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