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애플이 인공지능(AI) 경쟁 구도에서 전략 축을 전환하고 있다. 자체 모델 고도화 경쟁에서 한 발 물러서는 대신, 아이폰을 중심으로 외부 AI를 끌어들이는 ‘플랫폼형 AI 허브’ 전략과 하드웨어·서비스 결합 구조를 동시에 강화하는 방향이다. 가격, 생태계, 기능 전반을 묶은 복합 전략으로 해석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차기 운영체제(iOS 27)에서 음성비서 시리(Siri)를 구글 제미나이, 오픈AI 챗GPT, 앤트로픽 클로드 등 외부 AI 모델과 연동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앱스토어 내 AI 전용 섹션을 신설해 다양한 AI 서비스를 유통하는 구조도 준비하고 있다. 기존처럼 자체 AI 기능 중심의 폐쇄형 생태계를 고수하기보다, 아이폰을 ‘AI 서비스 관문’으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이 같은 변화는 기술 격차 현실 인식과 맞닿아 있다. 내부적으로도 시리와 ‘애플 인텔리전스’ 중심 전략만으로는 생성형 AI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확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주요 AI 인력이 외부 기업으로 이동하고, 블룸버그 등 외신에서도 “AI 경쟁에서 사실상 뒤처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애플이 플랫폼으로 방향을 틀고 수수료 기반 수익 구조를 강화하려는 배경이다.
다만 단순한 ‘포기’라기보다는 역할 재정의에 가깝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AI 모델 자체 경쟁은 외부에 맡기되, 사용자 접점과 수익 구조는 애플이 장악하는 방식이다. 앱스토어 결제 수수료(최대 30%) 구조를 AI 서비스에도 적용하면, 다양한 AI 활용이 늘어날수록 플랫폼 수익은 확대되는 구조다. 동시에 아이폰 OS에 복수 AI를 탑재해 이용자 이탈을 막고 신규 수요를 끌어들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기기 전략도 함께 바뀌고 있다. 시리는 단일 명령 처리 수준을 넘어 여러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복합 명령’ 기능을 도입하며, 개인 맥락과 앱 연동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날씨 확인 후 일정 등록, 메시지 전송”과 같은 연속 작업을 한 번에 수행하는 방식이다. 단순 음성 비서에서 ‘에이전트형 인터페이스’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셈이다.
이와 병행해 애플은 에어팟, 스마트안경 등 AI 기반 웨어러블 기기 확장도 준비 중이다. 외부 AI 모델을 활용하더라도, 실제 사용자 경험과 데이터 흐름은 애플 기기를 중심으로 묶어두겠다는 구상이다. 하드웨어가 AI 서비스의 진입 경로이자 통제 지점으로 작동하는 구조다.
가격 전략 역시 같은 맥락에서 재설계되고 있다. 최근 애플은 ‘맥북 네오’, ‘아이폰 17e’ 등 보급형 라인업을 강화하며 생태계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실제로 주요 기기 5종으로 구성된 보급형 세트 가격은 10년 전보다 낮아졌고, 저장 용량과 성능은 크게 개선됐다. 자체 설계 칩(애플 실리콘) 기반 수직계열화와 기존 디자인·부품 재활용 전략이 원가 통제력을 높인 결과로 분석된다.
단기 판매 확대보다 장기 수익 구조에 초점이 맞춰진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기 가격을 낮춰 사용자 기반을 넓히고, 이후 아이클라우드·애플뮤직 등 서비스 구독으로 수익을 회수하는 구조다. 하드웨어는 진입 장치, 서비스는 수익원이라는 이원화 전략이 보다 뚜렷해진 셈이다.
다만 외부 환경 리스크도 동시에 부각된다. 영국 정부는 애플의 유럽·중동 판매 자회사(ADI)가 러시아 제재 대상 기업에 결제한 사안을 문제 삼아 과징금을 부과했다. 자진 신고로 감액되긴 했지만,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서 규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애플의 변화는 ‘AI 기술 경쟁’에서 ‘AI 유통·접점 경쟁’으로 축을 옮기는 과정으로 읽힌다. 자체 모델 중심 전략에서 플랫폼·하드웨어 중심 전략으로 이동하면서, 가격·생태계·서비스를 결합한 구조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AI 시대 애플의 경쟁력은 기술 자체보다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전략 전환으로 해석된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